[수행으로 아침을 여는 사람들]

 고통에 빠져 괴로워하는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로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 불교의 역할이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가 발심해 수행을 하고 마음을 닦지 않는 이상 괴로움은 소멸되지 않는다. 여기 수행으로 아침을 여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매일 수행을 생활화해 자신의 경계를 극복하고 적극적이고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고 있다. 수행이 왜 좋은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편집자주〉


“통찰명상·자애관 수행으로 평정심 찾아”
최훈동 한별병원장

▲ 최훈동 한별병원장
정신과 의사이자 명상수행모임을 이끌고 있는 최훈동(59) 한별병원장은 명상을 정신과 치료에 도입한 생활명상 전문가다. 그는 자신을 찾아오는 내담자들에게 ‘고통을 치유하고 행복을 깨우는 삶의 기술’을 안내하고 있다.
최훈동 원장은 통찰명상과 자애관 수행을 통해 평정심을 찾는다. 통찰명상은 호흡관찰부터 시작해 자신의 몸과 행동, 마음에 대한 관찰을 통해 심신의 평화를 찾는 수행법이다.
그는 매일 오전 30분에서 1시간 정도 호흡을 바라보고 자애관 수행을 한다. 자애관 수행은 마음 안에 자신에 대한 이미지(image)나 느낌을 갖고 자신에게 천천히 ‘내가 평화롭게 되기를, 주변 이웃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등 자애의 경구를 되풀이해 우주 모든 존재에 자애를 보내는 수행이다.
최 원장은 매일 수행을 하면서 고통에서 자유로워졌다고 말한다.
“예전과 똑같은 상황이어도 그것을 고통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니까, 자질구레한 난관이나 역경 등 장애가 더 이상 고통으로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상황을 더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힘이 생긴거죠.”
대학 졸업 후 서울 구로동에서 정신과의원을 운영하던 그는 1996년 동료의사들과 함께 김포에 치료공동체를 지향하는 한별정신병원을 열었다. 그러나 이듬해 닥친 외환위기로 병원은 개원 2년 만에 부도위기에 몰렸다. 매월 수 천만원의 적자를 보게 되자, 동료 의사들도 하나 둘 씩 떠났다. 극심한 경제난으로 고통을 체험한 최 원장은 극단적인 생각도 하게 됐다.
그러다 그의 인생을 바꿔놓는 계기가 있었다. 바로 위빠사나 수행을 통해서였다. 최 원장은 2003년 봄, 천안 호두마을에서 미얀마의 우 자나카 사야도가 진행하는 3주간의 위빠사나 집중 수련에 참가해 나름의 깨달음을 얻었다.
“2002년까지 생을 마감하고 싶을 정도로 불안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수행을 통해 고통과 나를 분리시켜 보니 현실은 고통스럽지만 마음은 한결 편해진 걸 느꼈습니다. 고통에서 벗어나려 하지 말고 깊이 천착해보면 고통은 굉장히 구체적인걸 알게 됩니다. 고통의 실상에 직면해서 의미를 통찰하면 고통은 더 이상 고통이 아님을 알게 되죠.”
이후 최 원장은 평정심을 되찾고 역경을 극복하는 방법을 모색해 구조조정 등을 통해 적자요인을 해결했다. 그러자 만성적자였던 병원은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기 시작했다.
명상을 통해 긍정적인 삶의 변화를 느낀 최 원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명상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2003년 명상센터 ‘심경’을 설립해 매주 시민명상교실을 열고 있다.
최훈동 원장은 “지금 불행하고 고통스러운 이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고통이 내가 아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고통만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그 고통을 키우게 된다. 자신의 실패, 실수, 불행에만 집착하느라 스스로 만든 생각의 감옥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나은 기자 oasis1983@hyunbul.com

 

‘염불절’ 500만 배…삶의 힘 생겨
박종린 불력회 대표법사

▲ 박종린 불력회 대표법사
“불자라면 수행은 기본으로 해야하는 것 아닌가요? 수행을 하지 않는 사람은 불자라고 말하기 곤란합니다.”
박종린(58, 前동국대 역경위원) 불력회 대표법사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매일 1080배 이상 염불절 수행을 한다. 30여 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염불절을 해온 그는 지난 해 500만 배를 회향했다.
박종린 거사는 특별한 계기가 있어서 라기보다 불자라면 수행은 당연히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염불절 수행을 시작했다.
그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아침예불을 하고 ‘나무아미타불’을 염하면서 절을 한다. 그가 하는 ‘염불절’은 몸으로 절하고, 입으로 독송하며 다시 귀를 통해 부처님 명호를 들어 일체존재의 근본인 부처님게 귀의하고 자신의 존재를 확장하는 수행법이다.
박종린 거사는 “염불수행은 염불에 주력하는 수행인데, 몸을 제어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어 끈기 있게 지속적으로 수행을 하기가 쉽지 않다. 또 절 수행은 절을 하다보면 집중하지 못한 상태에서 관성적으로 절만 하게 된다. 염불절 수행은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거사는 인터넷 동호회 불력회(cafe. daum.net/buddhapower)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곳에서 그는 초심자들을 위해 수행상담을 하고, 매주 토요일 회원들과 함께 서울 종로에 있는 아미타사에서 철야정진도 하고 있다.
박 거사는 염불절 수행을 통해 삶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절은 몸을 움직이기 때문에 게으름을 피우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애쓴다면 어느새 습관처럼 몸에 뱁니다. 그러면 삶의 정체성이 확립돼 외부에 휩쓸리지 않게 되고 진정한 나의 삶을 사는 힘이 생깁니다.”
염불절수행을 통해 자신의 불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하는 박 거사는 “일상 속에서 ‘불교의 생활화’를 실천하면 가랑비에 옷 젖듯 세상이 불심으로 가득해진다”며 “죽는 날까지 수행은 계속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나은 기자

“마음 경계 끄달림 줄어들어”
김승석 제주불교 편집인

▲ 김승석 제주불교 편집인
“아침의 고요함을 떠올리면 바쁜 일상에서도 마음 경계에 끄달리는 일이 줄어듭니다. 성내는 마음이 가라앉으면 우리네 삶 속에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입니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제주불교신문 편집인 등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승석 변호사(64). 김승석 변호사는 제주시 아라동에 출리산방(出離山房)이란 개인 수행도량을 짓고 7년간 아침마다 위빠사나 수행을 해오고 있는 독실한 불자다.
“그 전부터 불교공부는 많이 했지만 2007년 초기불교에 관심이 생기며 위빠사나 수행을 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청정도론 등 경전을 공부하며 ‘이론만 알 것이 아니라 체험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김 변호사는 스승 없이 오직 빨리 경전과 논서에 기반해 명상을 진행하고 있다.
“맛지마 니까야에 있는 〈염심경〉에 의거해 명상을 진행합니다. 몸의 각 기관의 변화 상태를 살피는 사띠명상을 시작으로 오감을 통해 드러나는 마음의식을 살펴보는 명상을 진행합니다. 마무리로는 <숫다니파타>의 <자애경>에 기반해 성냄을 가라앉히고 자기 밖의 모든 유정체에 자애심을 일으키는 자애명상을 진행합니다.”
김 변호사는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오후 9시면 잠자리에 든다. 기상 시간은 새벽 3시. 사찰에서 스님들의 일과와 비슷하다. 김 변호사는 기상 후 2시간 이상 호흡관을 시작으로 명상을 진행한다.
김 변호사는 아침 명상이 언론인 활동 등 바쁜 업무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수행인 간화선은 화두참구를 중점적으로 하는데 무작정 선방에 앉을 것이 아니라 호흡명상 등도 함께 병행해야 한다”며 “초심자는 자기 몸을 바로 보는 것부터 시작해 차분이 과정을 밟아 간다면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신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경전을 읽고 수행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행이 몸에 익으려면 반복이 중요합니다. 불자 여러분, 꼭 아침 명상하세요.” 노덕현 기자

 

 

일상을 깨우는 죽비 ‘108배’
심영 영화기획사 쉘위토크 대표

▲ 심영 영화기획사 쉘위토크 대표
“108배는 제 일상을 깨우는 죽비와도 같죠. 이제 아침에 108배 기도를 안 하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마치 세수와 양치를 안 하는 것과 같아요.”
영화기획사 쉘위토크 심영(44) 대표의 아침은 108배-명상-경전독송으로 시작된다. 그녀가 108배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2월이었다.
회사를 이끌면서 인간관계에서 심한 상처를 입었던 그녀는 마음의 화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정토수련원 깨달음의 장을 다녀왔고 정토회 보수 법사님의 권유로 절 기도를 시작했다.
그녀의 첫 기도는 하루 2천배 6일이라는 엄청나게 센 기도로 시작됐다. 그리고 이후부터는 매일 108배로 아침을 열고 있다. 그녀가 이렇게 108배의 매력에 푹 빠진 이유는 뭘까?
“외부의 조건에 휘둘리지 않고 온전히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108배 기도에요. 예전에는 주변 사람 챙긴다는 이유로 남의 일에 간섭하는 거 좋아하고 심지어는 본의 아니게 훼방(?)까지 놓았어요. 108배 기도하며 저를 돌아보게 되었어요. 이제는 남의 일보다는 제 일에만 집중합니다. 현재를 직시하게 해주는 것 그것이 108배입니다”
또한 가족에 대한 존경심도 가지게 되었다고 그녀는 말한다.
“108배하며 나를 내려놓으니 가족과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절 기도로 참회하며 나를 돌아보니 제가 듣고 싶은 말만 듣고 제 할 말만하고 살면서 상대에게 상처를 주었더라고요. 이제 남편, 친정 엄마, 자녀모두 존중하는 마음을 갖게 됐습니다”
이렇게 심 대표는 108배 수행으로 가정의 ‘화목’을 사회생활의 ‘원만함’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다가오는 8월 심 대표는 남편의 일 때문에 프랑스 파리로 떠난다. 3년 동안 파리 생활을 해야 하는 그녀는 그곳에서도 108배를 이어갈 것이라고. 심 대표는 “파리에서도 108배의 위력을 널리 알릴 것”이라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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