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공당 대행 선사 탑 ‘만공에 핀 꽃은 청산을 울리고’, 서산정에 봉안

 

▲ 대행 선사 탑 '만공에 핀 꽃은 청산을 울리고' 조감도

한마음선원 안양 본원은 대행 스님이 본격적으로 대중포교를 시작한 원천지다. 이곳에서 발화된 진리의 불씨는 세계적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전국의 지원에서도 그 불씨를 퍼뜨리면서 생명을 밝히는 터전을 가꾸어 나갔다.
그러던 중 평생 중생구제에 헌신했던 대행 스님을 위해 제자들은 2009년 마음을 모아 선원 가까운 곳에 주석처를 마련했고, 대행 스님은 그곳을 ‘서산정’이라 불렀다.
서산정 중심에 부도탑 ‘묘공당 대행선사 탑’이 세워졌다. ‘만공에 핀 꽃은 청산을 울리고’라는 부제에서 볼 수 있듯이 대행 스님의 가르침과 행장을 상징하되, 탑 자체가 형상만이 아닌 무한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부도탑이 만들어지기까지
주지 혜원 스님은 대행 스님 다비식 이후 스님들이 함께 한 자리에서 “서산정 다비터에 탑을 세우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제자들은 대행 스님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마음을 모아 부도탑을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대행선사 탑 조성과 관련한 제반사항은 서산정 불사와 다비장 조성에 전력해온 광명선원 주지 청백 스님이 진행했다.
오채현 조각가가 채석(採石)을 비롯한 조각의 전체감독을 맡고, 김동철 작가는 석조각을 담당했다. 그리고 탱화작가인 전장일 화백이 탑의 디자인을 맡았으며, 서칠교 불상조각가는 전 화백이 그린 디자인을 모형으로 형상화하는 작업에 참여했다.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한마음선원 스님들은 다각도의 논의과정을 거쳐 주지 혜원 스님에게 점검받았다. 이때 혜원 스님은 탑의 의미를 들으면서 “가슴이 저린다”고 표현했다.
부도탑 제작팀은 항상 시대적 흐름을 앞장서서 이끌었던 대행 스님의 뜻을 누구나 느낄 수 있도록 독창적인 아름다움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청백 스님은 “서산정 풍광과 어우러지는 자연스러움 속에 다비터와 조화를 이루도록 작가들과 끊임없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노력했다”고 말했다.
제작팀은 부도탑에 쓰일 석재를 찾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던 끝에 지난해 말경 경주지역에서 2m 60㎝ 크기의 화강석 재질의 돌을 찾았다. 3월부터 연마와 세공 및 조각작업을 했고, 2m 30㎝ 높이의 대행선사 탑을 4월 30일 완성했다.
한마음선원은 “부도탑은 대행 스님의 가르침과 행화(行化)를 상징하면서, 스승의 뜻을 이어가고자 하는 제자들의 발원을 담은 불기둥이 될 것이고, 참배하는 모든 이에게 물듦 없이 여여한 진리의 향기를 오래도록 전하게 되는 만공에 핀 연꽃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위ㆍ유위법 둘 아니게 돌아
“서천이 동천을 대하니 동천은 서천을 대하더라. 만공에 꽃피어 두루 내음 피우니 만 가지 향이 두루하더라.” (대행 스님 게송)
대행선사 탑은 스님이 생전 대중에게 전한 가르침 그대로를 담고 있다. 탑모양은 둥그런 구(球)를 연꽃잎이 감싸는 형상으로 표현됐다. 대행 스님의 게송처럼 둥그런 구는 만공을, 연꽃잎이 피어나는 형상은 진리의 향기를 전달하는 모습을 의미한다. 만공에 연꽃이 피어 만 가지 두루 함을 여실히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주장자 기둥에 받쳐올려진 둥근 구가 돌아가는 모습은 무위법, 유위법이 둘 아니게 돌아가는 평등공법을 표현하고 있고, 두 장의 연꽃잎이 무위법을 상징하는 둥근 구를 감싸는 모습에서는 불이법(不二法)의 맛을 느낄 수도 있다. 또 둥근 구는 열매를 상징함으로써 꽃 피어 열매 맺으니 만 가지 맛을 내어 만 생명을 먹일 수 있다는 열반 나툼의 경지를 뜻한다.
탑은 통돌인 원석 한 덩어리 위에 조각됐다. 부동(不動)한 근본 바탕이자 한마음을 상징하는 몸체와 그 위에 새겨진 형상이 한 몸을 이루어 그 또한 둘이 아닌 도리를 나타내고자 한 것이다.
한마음에서 일체가 다 생산이 된다 하여 생명력이 꿈틀대는 싹으로 표현했고, 또 그 싹은 근본 자리를 깨친 뜻으로써 견성을 의미할 수 있다.
어린 싹이 오로지 주장자 한 기둥을 의지해 성숙함으로써 둘 아닌 도리를 이루어 꽃 피어나니 성불이고, 그 꽃향기 두루하여 더불어 함이 없는 보살행을 하니 열반이다.
그래서 서산정 부도탑은 그대로 대행 스님 가르침의 본질을 말해준다. 유의 법, 무의 법이 둘 아니게 돌아가는 평등공법의 가르침과 만공에 연꽃 피어, 만 가지 향이 두루해 함이 없는 보살행을 하라는 대행 스님의 부촉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징성은 대행 스님이 뜻으로 풀이한 〈금강경〉 속에 다음 구절로써 요약된다.
“마음 근본이 탑이 됨이라, 고정됨이 없이 마음이 나투어 돌며, 아름다운 마음으로 향기로운 마음 내어, 만물만생에게 자비의 마음 뿌리리라.”
제자들은 여기에 덧붙여 “만공에 연꽃 피어 향기 두루하니 만 생명이 더불어 공식(共識)하여 지이다”라고 발원의 마음을 담았다.
한마음선원은 “이 내용을 돌에 새겨 부도탑 주변에 세워서 보는 이마다 재삼 그 뜻을 새기고 발원하는 방편으로 삼고자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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