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낫한 스님, 4일 월정사 ‘천년 숲 걷기 대회서’ 명상지도

사부대중 5백여 명 참석
틱낫한 스님과 함께 걸으며
마음명상 체험… 이웃종교 참여

5월 3~7일 월정사서 명상 지도
참가자들 스님 법문에 집중

▲ 월정사는 5월 3일부터 7일까지 4박 5일 간 틱낫한 스님 초청 명상 수행 지도 프로그램을 개최한다. 사진은 4일 진핻된 월정사 천년의 숲 걷기 대회 모습.
500여 명이 걷는다. 새소리보다 가냘프게, 종소리보다 부드럽게. 완벽한 묵언 속에서. 이토록 가볍고 무거운 침묵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5월의 초입, 사람들이 만드는 적요의 걷기가 시작됐다.

오대산 월정사(주지 정념)는 5월 4일 ‘천년 숲 옛 길 걷기대회’를 개최했다. 매년 열리는 행사였지만 올해가 특별한 것은 세계적 명상 수행자이자 평화운동가인 틱낫한 스님과 함께 하는 4박 5일 명상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행사이기 때문이다. 또한 10년만에 방한한 틱낫한 스님의 첫 행사이기도 했다.

주지 정념 스님은 인사말에서 “산새와 풀마저 생명의 기운이 가득한 봄날, 오대산 뭇생명이 큰스님을 모시게 돼 환희에 찼다”며 “큰스님의 가르침을 받으며 힐링, 상생, 행복의 걷기를 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행사의 시작. 이내 좌중이 떠들썩해진다. “틱낫한 스님 나오셨어? 어디 계신거야?”
수선거림과 흥분을 잠재우고 틱낫한 스님이 모습을 드러냈다. 88살의 노구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꼿꼿하다. 그러고는 이내 담담히 좌중을 한 번 훑어본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420여 명의 선두에 선 틱낫한 스님은 5분 남짓한 거리를 20분 동안 걸었다. 느릿하게 옮기는 한걸음마다 정성이 묻어난다.

틱낫한 스님은 대중에게 “오로지 걸음에 집중함으로써 현재에 충실할 수 있다”며 “숨을 관찰하고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발바닥과 대지의 접촉을 느낀다면, 그 걸음이 당신을 자유롭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여럿이 함께 걷는 건 하나의 강물로서 흐르는 것과 같다. 거기엔 오로지 마음챙김과 기쁨, 행복만이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이날 걷기대회에 가벼운 우울증 때문에 이번 수행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김영일씨(63)는 “걸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며 “틱낫한 스님의 조언대로 부모님을 마음 속에 초대해 함께 걸어보았는데, 걷는 행위만으로 나를 치유할 수 있고 부모님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 4일 진핻된 월정사 천년의 숲 걷기 대회에서 틱낫한 스님이 대중들에게 설법을 하고 있다.
포행 도중 스님이 숲 안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자연스레 사람들도 옹기종기 나무둥치에 앉았다. 전나무를 배경으로 도담도담 앉아있는 모습이 부드럽기 그지없다.

이 중에는 이웃종교인도 자리했다. 월정사에 자주 방문하는 신부의 추천을 받아 오게 됐다는 임 유딧다 수녀는 “(틱낫한 스님이) 앉아있는 모습을 보는데 흡사 예수를 보는 것 같았다. 완벽한 평화를 보는 것 같았고, 침묵 속 500여 명이 오밀조밀 앉아있다는 그 유대감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오전까지 진행된 걷기명상을 마치고 본격적인 마음명상에 들어갔다. 오후부터 진행된 프로그램은 이완명상시간. 참가 대중은 모두 자리에 누워 모든 긴장을 풀었다.

“휴가간다 상상하라”는 스님의 편안한 설명에 이내 곯아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스님의 속삭이는 소리가 자장가 마냥 편하다. 수백 명이 틈없이 빽빽이 누워있는데도 세상 편한 얼굴이다. 감고 있는 눈을 단단히 붙여버리려는 듯 스님이 조곤조곤 노래하기 시작한다.

틱낫한 스님은 직접 법문을 설하기도 했다. “불교는 스스로를 돕는 것부터 시작한다. 우리 모두에겐 고통이 있지만 그것을 제대로 보지 않은 채 다른 것으로 그 고통을 덮으려 한다. 마치 어머니가 아기를 안고 보살피는 것 같이 고통의 에너지를 감싸안아야 한다. 엄마는 아기와 싸우지 않고 아기의 고통을 보살필 뿐이다.”

▲ 4일 진행된 명상지도프로램에서 참가자들이 이완명상을 하고 있다.
불교 수행에 대한 강의도 진행됐다. 스님의 자세한 강의에 사람들은 오로지 경청할 뿐이다. 간간히 나오는 스님의 위트에 대중들은 웃음꽃이 피었다.
“평소에 설거지를 할 때, 그릇을 아기 부처님으로 여기세요. 많은 기쁨이 일어날 겁니다.”

이날 명상프로그램에서는 특별한 콘서트도 열렸다. 스님 일행 20여 명이 기타반주에 맞춰 음성공양을 올린 것이다. 고통을 치유하고 사람들을 위무하는 음악이 바이올린 소리에 맞춰  월정사에 울려퍼졌다.

이날 프로그램에 참가한 여여행 씨는 “부처님 영산회상 당시를 보는 것 같아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며 틱낫한 스님 일행이 꼭 빛과 같이 느껴졌다”고 감회를 전했다.

월정사를 찾은 대다수 사람들이 틱낫한 스님 한 분을 만나기 위해 서울에서, 태국에서, 미국에서 왔다. 그리고 다들 환희에 젖었다. 부처님 법을 구하러 수천 킬로미터를 여행했던 옛 선사들처럼 절실한 위로가 필요한 우리는 스님을 따라 걷는다. 물기먹은 흙이 우리 걸음소리마저 감싸는 전나무 숲 속에서. 
 

▲ 대중들에게 틱낫한 스님이 설법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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