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축음악회

절 집안에도 스타마케팅 필요
산사음악회 등 적극 활용해야

▲ 한북 스님/ 대구 보성선원 주지
우리절 인근에 중산층 아파트 단지가 4~5년쯤 전에 들어섰다. 27개동, 2420가구로 꽤 큰 규모다. 내가 처음 여기로 왔을 땐 골조 공사가 한창이었다. 새로 이사 오는 이들에게 어떻게 전법할 것인가가 당시에 나의 화두였다.

전법을 하려면 우선 우리절의 존재를 그들에게 알려야 했는데 어떤 방편을 쓸지 고민이었다. 우리절은 도로에서 한 블록 들어온 주택가에 위치하고 있는 데다 전통사찰도 아니어서 도로에 간판을 붙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동네에 사는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주민들이 절이 있는지 잘 모르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홍보 방법은 스타 마케팅(star marketing)이다.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가 광고에 등장하면 매출이 눈에 띄게 늘기 때문에 그 시대 최고의 스타는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지금은 가수 싸이가 상종가를 치고 있다. 안 하는 광고가 없을 정도다.

우리 절집에서도 그 홍보 기법을 활용하고 있는데, 대중가수를 불러서 음악회를 하는 산사음악회가 대표적이다. 나는 우리절에서도 그걸 하고 싶었다.

언제였던가? 음악회 문제로 서울에 있는 어느 기획사에 문의했더니 담당자가 내려왔다. 그에게 지명도가 높고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는 가수들을 출연하게 할 경우 얼마나 소요되는지 물었더니 무려 4천에서 4천 5백만 원을 제시하였다. 내가 난감한 표정을 짓자 그는 사람을 모으는 데 연예인 이상 가는 게 없다고 단언했다. 우리절 연간 예산이 얼만데 4천이라니…. 그렇게 음악회는 묻혔다.

일은 꼭 우연히 터진다. 대구불교방송의 직원들이 우리절을 방문했기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자신들이 음악회 행사를 많이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눈이 번쩍 띄었다. 우리절 음악회를 진행해 줄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도량 규모가 좀 작긴 하지만 마당이 있으니 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마침내 대구불교방송팀과 ‘아주 좋은 조건으로’ 봉축음악회를 시작했다. 재작년의 일이다.

첫 음악회 때는 남진 한서경 신유 등 7명이 출연했고, 작년에는 김종환 조항조 신유 금잔디 등 7명이 출연했다. 첫해에는 1천 5백 명의 지역 주민이 참석하였고, 작년에는 1천 2백 명이 참석했다. 작년에는 두 번째 하는 행사인 만큼 어느 정도 알려졌을 것으로 생각하고 홍보를 적게 했더니 참석 인원이 줄어든 것이다.

나는 두 번의 음악회를 통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한다. 지역주민에게 즐거운 자리를 마련해 주었고, 우리절이 지역주민들에게 널리 알려짐으로써 전법의 기초도 마련됐다. 보너스가 하나 더 있다면, 음악회에 지역 국회의원과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이 참석하여 지역주민들과 만난다. 그들은 모두 우리절 일에 적극적으로 협조한다. 그들의 협조가 꼭 음악회 때문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봉축음악회에 대해 긍정적 평가만 있는 건 아니다. 비판의 시각도 있다. 비싼 돈 들여가며 불교와 관계없는 대중음악을 공연한다는 것이다. 옳다. 나도 주지가 되기 전에 산사음악회가 지나치게 세속적으로 흐르는 데 대해 비판적 입장이었다. 하지만 우아한 클래식을 연주한다든지 고상한 국악을 연주한다고 해보자. 몇 사람이나 참석하겠는가. 가끔 나는 현실주의자가 된다.

오는 5월 12일 오후 5시에 세 번째 봉축음악회가 열린다. 정수라 안치환 김범룡 한서경 박정수 금잔디 박시연이 출연한다. 볕이 내려쬘 것에 대비해 종이모자도 구비해 두었고, 비가 내릴 경우를 생각해 비옷도 준비했다. 그러니 하늘이여, 마음대로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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