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왜 ‘불교의 나라’인가

만달레이 힐 사원에서 관불의식을 올리는 미얀마 불자들. 만달레이 힐에는 부처님이 500아라한과 함께 법회를 열고 미얀마에 불법이 흥하 것이라 예언했다고 하는 말이 전해진다.
미얀마족은 ‘티벳-버마계’ 인종
다민족 국가 통합에 불교 큰 힘
구법승 미얀마 거쳐 인도로
2005년 양곤서 내삐도로 수도 옮겨

1) 티벳-버마계 미얀마 사람들

인도 수도인 델리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산다. 델리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며 차츰 이들의 피부색과 얼굴 생김새 그리고 신체구조를 통해 출신국을 구별할 수 있게 됐다. 미얀마에서 지내는 동안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미얀마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먼저 든 생각은 미얀마 사람들이 티벳 사람들과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특히 점심공양을 위해 줄을 맞춰 서있는 스님들의 골격이나 걷는 모습에서 인도에 있는 티벳 스님들의 모습이 비춰졌다. 미얀마 사람들과 티벳 사람들은 기질 또한 강건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인종 계통을 살펴보니 이러한 느낌이 맞아 떨어졌다. 학계에서는 티벳 족과 미얀마 주요민족인 버마 족을 묶어 ‘티벳-버마계(Tibeto-Burmese)’로 분류하고 있었다.

‘티벳-버마’계는 ‘사이노-티벳’(Sino-Tibetan) 족의 지류다. 사이노는 중국을 의미하는 말이다. 이들은 중국 서남부와 티벳, 히말라야 산록, 인도대륙의 동부와 동북부 지역에 널리 퍼져있다. 고대 갠지스 강 중류까지 인종적 세력을 뻗친 이들에 대해 고대 인도사에서는 키라타(K?rata)라 부르기도 했다. 현재 이들은 주로 히말라야 산맥 산록지대를 중심으로 분포해있다. 그렇기 때문에 버마족은 언어적으로도 티벳민족과 흡사하다.

‘티벳-버마계’ 중 티벳족과 버마족은 재미있게도 세계불교에서 대승불교와 상좌불교를 대표하는 위치에 있다.

때문인지 오래 전 빈센트 스미스(Vincent A. Smith)와 같은 영국 인도사학자는 석가족을 버마족이 속한 ‘티벳-버마계’로 주장하기도 했다.

인도 아대륙에 ‘티벳-버마계’로 지칭되는 인종이 오래 전부터 있었던 것은 인더스 문명 지역에서 발굴된 인골로도 증명됐다. 이들은 아대륙 동북부 지역에 살다 차츰 인종적 특성을 잃고 인도민족에 흡수된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 인들의 밝은 미소가 아름답다.
석가족과 미얀마에 얽힌 재미있는 전설들도 현재 미얀마에 전해지고 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더가웅(Tagaung) 건국 전설이다. 미얀마에 최초로 세워진 더가웅 국은 기원전 850년 경 인도 석가족이 이주해 건국한 것으로 전해진다. 더가웅 국은 중국 남부 운남성으로부터 침입한 이민족에 의해 멸망당했다.

하지만 부처님 재세시 코살라국으로부터 멸망당한 석가족이 미얀마로 도피해 이전의 더가웅 국의 남은 일족과 힘을 합쳐 2차 건국을 일으킨다. 인도와 미얀마가 당시 육로는 물론 해로 등 다양한 루트로 연결돼있던 점에서 이 같은 내용은 신빙성이 있다.

그래서 일까. 미얀마 왕통사는 이후 모든 미얀마 왕조와 왕들의 시원을 석가족에서 구하고 있다. 미얀마에서는 당시 석가모니 부처님이 육로를 통해 미얀마를 몇 차례 방문해 많은 사람들을 교화했다고도 전한다.
부처님은 500명의 아라한과 함께 미얀마를 방문하고 아난에게 미래에 이 땅에서 불교가 크게 번영할 것이라 예언했다고 전해진다.

현재 미얀마 불교의 상징이며 구심점 역할을 하는 쉐다곤 파고다 건립 또한 부처님과 긴밀히 연관돼 있다. 율장(Vinaya Pit.aka) 대품에 의하면 보리수 아래서 석가모니 부처님은 깨달음을 이루었다.

이때 최초로 공양을 올린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따뿟사(Tapussa)와 발리까(Bhallika)였다.

이들은 국가를 왕래하는 대상(隊商)이었다. 마침 보드가야를 지나다 부처님을 뵙고 최초로 귀의해 제자가 됐다. 율장에는 이들이 부처님께 공양을 올린 후 계속해서 동쪽으로 이동하였다고 전한다.

이후 이들에 대한 기록은 없지만 여기서 미얀마 전설은 계속된다. 이들 두 불제자가 바로 미얀마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동쪽의 미얀마를 향해 가던 이들은 부처님께 올린 공양의 답례로 여덟 가닥의 부처님 머리카락을 받는다. 이를 안치한 곳이 바로 쉐다곤 파고다인 것이다.

이러한 전설들은 역사적인 사실이라기보다는 미얀마인의 불교 신심 수준과 정도를 나타내는 이야기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미얀마 인들의 불교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을 잘 보여주고 있다. 미얀마 인들은 미얀마야말로 ‘부처님의 나라’ 또는 ‘불교의 나라’임을 나타내려 한 것이다.

2) 미얀마 국명의 어원

미얀마의 공식적인 이름은 ‘미얀마 연방’(The Union of Myanmar)이다. 1989년 5월 버마 연방(The Union of Burma)에서 개칭했다. 아직도 우리에게 ‘버마’라는 말이 더 친숙하기도 하다.

미얀마로 개칭한 이유는 버마족 외에 다른 소수민족도 아우른다는 차원이었다. 하지만 군사정권에서 붙인 국명이라는 점에서 민주화운동을 하는 인사들이나 외국에서는 버마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국의 경우 아직까지도 ‘버마’를 사용하고 있다. 최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얀마를 방문했을 때 아웅산 수치 등 야당 지도자들을 만날때는 ‘버마’를 사용하기도 했다. 인도에서 만난 미얀마 스님들도 ‘미얀마’보다 ‘버마’를 사용했다. 이는 스님들도 군사독재정권에 대한 거부감이 있음을 의미했다.

‘버마’의 어원에 대해 미얀마 스님들은 빠알리(Pali)어의 ‘brahma’에서 유래했다고 설명했다. ‘brahma’는 ‘뛰어난’ 또는 ‘탁월한’ 등 의미를 지닌다.

학계에서는 ‘mramma’에서 와전(訛傳)됐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머람마’는 버마족이 히말라야 티벳고원에서부터 남하한 이후 현재 미얀마 북부지역(upper Burma)에서 머문데서 유래했다. 오래 전부터 미얀마 북부지역의 사람들은 스스로 ‘머람마’나 ‘미엔’으로 부르며 현재 몬 주 같은 남부 미얀마에 사는 민족과 구분했다.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인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미얀마를 ‘미엔(綿)’ 또는 ‘미엔티엔(綿甸)’으로 불렀다.
조선시대의 임진왜란 때는 명나라 군대와 함께 미얀마 군대도 참전했는데 ‘미엔’ 등이 〈난중일기〉에도 나타난다.

삼국지에서 제갈공명이 일곱 번 정벌했다는 남만(南蠻) 지역이 지금의 운남성이나 북부 베트남 지역이 아닌 북부 미얀마라는 주장도 있다.

동아시아 구법승들은 인도로 가는 길로 중국의 사천과 운남 그리고 미얀마를 통과하는 길을 선택하기도 했다. 현재 이 루트를 따라 중국정부가 인도양에서 미얀마를 경유해 중국으로 연결되는 약 1100km의 송유관을 건설하고 있다. 미국의 영향력에 놓인 멜라카 해협을 우회하기 위해서다.

국제불교학교 총장 찌따구 스님과 티벳 달라이마라 존자의 만남
3) 미안마는 어떤 나라인가

미얀마의 수도는 과거 양곤(Yangon)이었다. 하지만 2005년 미얀마 정부는 양곤에서 북쪽 320km 떨어진 중부 네삐도(Nay pyi taw)로 수도를 옮긴다. 최근 불교계 여러 신문에서 양곤을 미얀마 수도를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명백한 오보다.

미얀마는 인도 동부, 방글라데시와 함께 ‘북 벵골만’에 위치한 나라로 5개 국가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북서쪽으로 방글라데시와 인도, 북동쪽으로는 중국, 동쪽으로는 라오스, 남동쪽으로는 태국이 그것이다.

국가면적은 676,578㎢로 세계 40위다. 대륙에 속한 동남아 국가 중 가장 크다. 99,720㎢인 한국에 비해 약 7배, 한반도 전체의 3배 크기다.

남북으로 2,040km에 달하는 미얀마는 열대와 아열대 기후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미얀마 중남부의 기후는 고온다습한 열대 몬순 기후인 인도와 비슷하다. 하지만 여름철 기온이 30~45도로 인도보다는 다소 낮다. 고원지대인 북부는 아열대성 기후를 보인다.

미얀마 스님들은 몬순 기간인 여름 3개월 간 하안거를 지낸다. 기온이 낮은 11월부터 2월까지는 평균 17도로 따뜻하고 쾌적해 수행에 임하기 좋은 날씨를 보인다. 이때 미얀마는 우리 가을날씨 처럼 거의 비가 내리지 않으며 맑은 하늘이 드러난다.

미얀마 인구는 2013년 5,517만 명에 달해 세계 24위에 위치해있다. 종교인구는 불교 89%, 기독교 4%(침례교 3%, 가톨릭 1%), 이슬람 4%, 그리고 토속신앙 1%와 그 밖에 2%의 다른 종교로 구성돼있다. 민족구성으로는 버마족 68%, 샨족 9%, 꺼인족(구 명칭은 까렌족) 7%, 라카인족 4%, 중국계 3%, 인도계 2%, 몬족 2%, 그 외 까친족, 친족, 꺼야족 등의 소수 종족이 나머지 5%를 차지하고 있다.

불교인구의 중심은 버마족으로 샨족과 몬족도 주로 불교를 믿는다. 미얀마는 다민족 국가이기에 민족갈등이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큰 문제가 없었던 것은 90%에 가까운 인구가 불교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미얀마에서는 기독교의 교세확장 등 종교적인 문제가 사회이슈가 되고 있다.

미얀마인들은 석가족처럼 ‘태양의 후손’이라 해 공작을 민족의 상징새로 사용한다. 새 수도인 네삐도 또한 고대 왕국 수도였는데 ‘위대한 태양의 땅’이란 의미다.

미얀마의 나라꽃은 사라나무(Shorea robusta)의 꽃인데 부처님이 반열반에 드신 사라쌍수의 꽃을 상징한다. 미얀마에서는 각 절이나 수행처 도로변 등에서 사라나무를 쉽게 볼 수 있다. 이 사라나무는 곁가지가 없이 푸른 잎과 함께 하늘로 곧게 뻗어있다. 이는 불법의 바른 전법을 의미한다.

미얀마는 자신들만의 미안마력(歷)이 있다. 미얀마에서 출간된 불교서적 등을 보다보면 서지사항으로 불기 2557년, 미얀마력(M.E.) 1375년 그리고 서력기원2013년이 함께 표시된 경우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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