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의 틀린 용어 바로잡기 치미(鴟尾)→용미(龍尾)

중국 고대 우주생성론 반영
용꼬리 솔개꼬리로 불러서야
형이상학적인것 그대로 인정해야

▲ 일본 지온인 소장 1323년 고려관경 변상도. 용으로 장엄한 지붕끝에 보이는 것이 바로 치미다.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아는 치미는, 고대 건축에서 특히 궁궐이나 사찰의 법당 등, 전통 건물의 용마루 양쪽 끝머리에 얹는 기와를 말한다. 궁궐이나 법당이라는 건축을 완성할 때 마지막 마무리 부분이어서 매우 중요하다. 삼국시대 백제나 신라의 치미들이 적지 않게 출토되고 있다. 그런데 그 모양은 현실의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특이한 형태이다. 그러면 현실에서 본 적이 있는 것을 기억하여 여러 가지 이름을 붙인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이 쓰이는 용어가 바로 치미(鴟尾)이다.

지붕에 얹은 솔개의 꼬리 ‘의문’
그러면 치미란 무엇일까? 경주 생활 15년 동안 풀리지 않은 여러 가지 가운데 하나가 치미였다.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만 누구에게 물어도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처음 보았을 때 로마 병사의 투구 같았다. 아무리 보아도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궁궐터와 금당 터에서 반드시 출토되는 치미(?尾)가 무엇인가 하여, 사전을 찾아보니 '올빼미'라 했다. 실망이 커서 '올빼미 꼬리'라고 부르며 자조(自嘲)했었다. 다른 사전을 찾아보니 '솔개'라고 했다. 그제야 일본학자들이 솔개라고 인식했음을 알았다. 치미의 형태가 긴 날개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와 전공자들도 관습적으로 치미라고만 불렀지 '솔개'라고 말하는 경우를 듣지 못했다. 따라서 치미라는 것이 '솔개꼬리'라는 것을 비로소 알았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솔개꼬리'일까?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에 하필이면 솔개꼬리를 표현했을까?


치미라는 용어는 중국 진(晉:265~419)에서 처음 썼다고 한다. 그 이후로 한국 중국 일본 모두가 치미라고 써 오고 있다. 그런데 그 치미의 조형에서 영기문의 조형요소를 찾게 되어서 이 글을 쓰게 된 것이다. 요즈음도 ‘영기-영기문-영기화생론’을 점점 더 정교하게 정립하여 가는 동안 많은 문제를 풀어내고 있다. 그러므로 나의 글을 읽으려면 나의 이론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그러나 이론이 방대해서 매회 이론을 설명하기 어렵다. 이미 〈한국미술의 탄생〉이라는 저서에 자세히 설명하고 있으니 읽어주시기 바란다.


왜냐하면 ‘영기화생론’이란 이론을 정립해 가면서 비로소 그동안 틀린 용어들인지도 알지 못했던 그 수많은 용어들이 눈에 잡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불교와 도교가 원융을 이루어 성립한 불교미술에는 중국 고대의 우주생성론이 반영하고 있는데, 바로 생명생성의 문제와 결부하고 있다.
즉 동양의 조형미술에는 바로 동양의 우주생성론이 투영된 것이다. 우리는 그 심원한 고대의 우주생성론의 심원한 사상을 아는 사람은 적다. 나 자신도 ‘영기화생론’을 정립하지 못했다면 아직도 과거의 틀린 용어를 그대로 계속하여 썼을 것이다.

상상적 존재에 무게 두고 봐야
일본인이 치미라고 부른지 100년이 되었고 우리나라도 60년이 되었다. 그런데 요즘 귀면(鬼面)을 용면(龍面), 즉 귀신의 얼굴을 용의 얼굴로 새로이 인식하면서 '용마루'의 양끝은 자연히 '용의 꼬리'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너무도 추상적이어서 용의 꼬리로 보기 어렵다. 게다가 취두(鷲頭: 독수리 머리)라는 용어도 적지 않게 쓰고 있어서 혼란이 심해지고 있다.


또 같은 치미를 두고 당(唐)이후 부터는 치문(?吻)이라고도 부른다. 혹은 봉황이라고도 부른다. 도대체 지붕 용마루 양끝의 형태를 두고 왜 이렇게 수많은 용어가 생기는 것일까. 치미-치문-봉황-취두-취와 등, 왜 이렇게 전혀 다른 용어가 생기는 것일까? 그것은 보는 사람들이 다르게 현실에서 보는 비슷한 형태를 가져다가 빗대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동양 3국에서 가장 많이 쓰는 용어가 치미이다. 그런데 이상에 든 모든 용어들은 틀린 것이다. 현실에서 본 비슷한 형태를 각각 취하여 말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는 지붕 양끝의 형태는 현실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말하는 용미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용의 꼬리이다. 이제부터 그 실마리를 찾아 살펴보기로 하자.


고려시대의 건축도 얼마 남아 있지 않아서 실제의 예를 보기 어렵다. 그러나 고려와 조선의 불화에서 건축양식을 살펴볼 수 있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일본 지온인이 소장하고 있는 고려시대 14세기 초의 관경변상도를 보면 정신이 버쩍 난다. 지붕을 온통 용과 보주로 장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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