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영 스님 (조계종 前 포교원장)

주인의식 가질때 참불자
일념이 곧 수처작주
마음 집중에는 남녀 구분 없어

조계종 前포교원장 도영 스님은 2월 26일 불교여성개발원 승만경연구회를 찾아 승만 보살 10대원 정진 1100일을 맞은 여성 불자들이 활발한 신행활동과 함께 불자의 사회적 역량확대에서 함께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昨夜夢中 頭頭佛 작야몽중 두두불
今朝開眼 物物薩 금조개안 물물살
어젯밤 꿈속에는 머리머리마다 모두 부처이더니
오늘 아침 눈을 뜨니 물건물건마다 보살이로다.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입니다. 즉, 부처를 이루는 종교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뜸과 동시에 가정에게 이웃에게 지인들에게, 또는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보살로 거듭거듭 다가가야 합니다.

<법화경>에서는 모든 법은 유의도 아니고 무의도 아니고 그대로 있음을 설합니다. 불자가 어떻게 보살도를 실천하느냐에 따라 다음 생에 부처를 이루는 것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오니 여러분이 틀림없이 승만 부인처럼 성불할 것이란 믿음이 생깁니다.

얼마 전 대만에 갔습니다. 불교 5대 기념일 중 하나인 우란분절을 맞아 승공법회가 열렸기 때문입니다. 탄생ㆍ출가ㆍ성도ㆍ열반과 함께 우란분절의 의미는 큽니다.

우란분절은 원래 석가모니의 10대 제자 가운데 한 분 목련존자(目連尊者)가 지옥의 어머니를 구제하기 위해 시행했다는 <우란분경>의 설화에서 유래했습니다. 목련존자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아귀(餓鬼)의 세계에 빠져 고통 받고 있음을 보고 석가모니의 가르침에 따라, 승려들이 모두 모여 참회하는 자자(自恣)를 행할 때 음식 등을 보시함으로써 그 공덕으로 어머니가 구제됐다고 합니다.

대만에서는 이 우란분절을 더욱 확대해 승공법회를 여는 것이었습니다. 승공법회를 하며 지옥 중생의 구제를 기원하면서 재가자들도 스님들과 함께 스스로를 참회하고 정진을 다시금 다짐하는 것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대만에서 불교문화가 사회에 크게 자리한 데는 바로 인간불교이기 때문입니다. 살아있는 불교, 대승적 실천을 중요시하는 것이 인간불교의 특징입니다.

여기 모이신 분들은 1100일 동안 승만 보살의 서원을 세우고 정진하고 있는 분들입니다. 처음 말했던 시구처럼 우리는 보살로 거듭 태어나야 합니다.

‘멀리 창밖을 보니 처처마다 주인이더라.’ 여러분은 다 주인공입니다. 여러분만의 주인공이 있습니다.
임제 선사께서는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처처에서 스스로 주인으로서 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주인의식이 있으면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일이 있더라도 견뎌낼 수 있습니다.

1980년대 저는 경봉 스님을 모시고 선방에서 살았습니다. 근데 매월 세 번째 일요일에는 선방에서 있을래야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전국에서 경봉 스님의 법문을 듣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왔기 때문입니다.
법당이 가득 차다 못해 마당이고 산이고 사람들이 서서 듣는데 경봉 스님이 그 사람들에게 하는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납니다.

‘인생은 쇼야, 사바세계를 무대로 주인공으로 멋지게 쇼를 하는 거야.’

경봉 스님의 이 말씀도 불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살라는 것이었습니다.

백양사 방장을 지낸 서옹 스님은 참사람운동을 폈습니다. 그 근본도 바로 수처작주 입처개진입니다. 지금 스스로 서있는 자리에서 주인의식을 갖고 실천하라는 것입니다.

주인의식은 일념으로 이어집니다. 조계종 포교원장으로 있으며 간화선 수행프로그램을 만들고 지침서를 펴낸 바 있습니다. 수행의 길잡이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그 내용의 핵심은 수행에서는 일념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리에 아무리 앉아도 일념이 없으면 화두가 들어오지 않는 법입니다.

몸이 이 자리에 있으면 마음도 이 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마음을 집중하고 모아야 합니다. 여기에 있으며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자리에 가서는 여기 생각을 해서는 안 됩니다. 매순간 그 자리에서 마음을 다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일도 많고 복잡한 삶을 삽니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수행하기란 더 더욱 쉽지 않습니다. 그런 복잡함 가운데서도 매순간 마음을 하나로 모은다면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입니다.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데는 남녀, 승속이 따로 없습니다. 불교에는 수많은 거사들, 또 승만 부인 같은 보살들의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삶 속에 함께 있는 사람들을 더욱 보살피고 일념으로 매순간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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