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목 스님 (정각사 주지)

남의말 경청할때 지혜생겨
삼업청정·탐진치 다스리고
‘원리전도 몽상’ 꿈을 펼치자

BBS불교방송 ‘마음으로 듣는 음악’ 진행자 정목 스님은 2월 23일 동국대 중강당에서 ‘탁월한 안목의 소유자! 당신을 위한 아주 특별한 명품콘서트’를 열었다. 서울경기불자청년회가 개최한 이날 ‘두런두런 토크콘서트’서 정목 스님은 취업난과 경제난 등으로 힘겨워하는 청년 불자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건네는 법문을 했다.

저는 26살에 대학원을 진학하기 위해 동국대 추천으로 일본에 갔습니다. 일본에서 느낀 바로는 ‘굳이 이렇게 살 필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그 무렵 저에게는 인생의 계기가 된 일이 찾아옵니다. 서울대 병원에서 지도법사로 환자들을 돌보는 일을 시작한 것입니다. 26살에 시작해 31살까지 했습니다.

그때 저는 인생에서 굉장히 많은 걸 깨달았습니다.

여러분이 사회에서 얼마만큼 배웠던 간에 재가자들은 머리 깎은 스님들에게 큰절을 합니다. 그때까지는 스님이기에 의례히 그런 줄만 알았습니다.

병원에서 정말 힘들게 사는 재가자들을 보며 종교와 종교인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들이 사찰에 갖고 오는 돈이 얼마나 힘들게 번 것이며 삶이 얼마나 힘든지를 알게 됐습니다. 스스로는 끼니도 굶어가며 일한 이들이 자기 집안과 자식이 잘되게 해달라며 한푼 두푼 가지고 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니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사랑의 전화에서 무료상담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낮에는 학교와 병원 일하고 저녁에 상담전화를 받았습니다.

저는 세상에 어떻게 그런 일들이 있는지 정말 놀랐습니다. 지금 인터넷으로 수없이 많이 돌아다니는 불륜과 같은 범죄들은 2~30년 전에도 있었습니다. 다만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죠.

특히 어린나이에 아버지와 딸의 성관계 등은 절 집안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일이었습니다. 절집에서는 그저 새벽에 경전보고 기도하고 청정한 삶을 꾸리면 되었는데 세상에 나와 보니 온통 사람들이 어지럽게 살고 있었습니다. 상담을 하며 저 스스로도 그런 고통을 보며 함께 고통을 느꼈습니다.

그런 고통 속에서 치열한 삶을 영위하는 재가자들이 달리 보였습니다. 저는 상담을 시작하고 나서는 앉아서 절 받지 않았습니다. 자연스럽게 맞절을 하게 됐습니다.

세상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의 고뇌가 경전에 있는 것도 아니요, 절에서 축원해준다고 그 고통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런 생각에 17년간을 사회봉사를 하게 됐습니다. 절에서 조용히 지낼 수도 있었지만 함께 있으며 세상 사람들 손을 한번 잡아주고자 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힘들어하는 그들을 한 번씩만 일으켜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세월이 흘러 나이가 54세가 됐습니다. 지금 제 자신을 돌아보면 부족하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듭니다.

수행자의 본 모습은 무엇일까요. 저는 ‘하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계단이 있다면 제일 밑으로 내려가야 하는 것이 수행자의 첫 단계인 것입니다.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 곁에 있는 것이 절이요, 스님이여야 합니다. 저는 이를 ‘천처법당’이라고 표현합니다.
저는 세상천지가 법당이란 생각에 52세가 될 때까지 주지직을 맡지 않았습니다. 지금 주지로 있는 사찰도 은사스님이 연로하셔서 맡고 있을 뿐입니다.

대신 ‘천처법당’, 사람이 법당이고 곳곳이 법당이어야 한다는 마음에 20년 전부터 인터넷 법당인 유나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청년 불자님들, 저는 이제 새로운 꿈이 있습니다. 바로 청년 불자들이 스스로의 꿈을 펼치며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타인의 목소리를 경청할 때 지혜가 생깁니다. 하지만 분노의 상태에서는 남의 말이 들리지 않습니다. 젊은 분들을 상담하다 보면 마음 밑바닥에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그에 의한 분노가 자리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젊은이들에게는 세상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꿈과 희망이 있습니다.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온 이유가 있다면 한가지입니다. 나 자신의 성장과 타인의 성장을 돕기 위해서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우리에게 두려움을 버리라고 하셨습니다. 반야심경의 ‘무유공포원리전도몽상’은 뒤집어진 생각, 잘못된 생각을 갖지 않으면 두려울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뒤집어진 생각, 잘못된 생각을 가지지 않으면 두려울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각자 가진 능력으로 열심히 사는 것입니다. 불자의 길이란 탐진치 삼독을 다스리는 것입니다. 신구의 삼업을 청정히 하는 것 이외에는 따로 없습니다.

오늘 여러 청년 불자들을 뵈니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함께 숨 쉬고 있어서 고맙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모두에게 감사하는 마음, 스스로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모든 일에 임하면 하시는 일들이 잘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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