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숙 고전평론가, ‘정기신 조화’ 강조

▲ 고미숙 고전평론가는 19일 서울 다보빌딩 3층 다보원에서 개최한 ‘우리 몸이 지닌 치유본능을 찾다’에 초청돼 강연을 펼쳤다.

精氣神 집중돼야 올바른 삶 살아
몸 아플땐 음식 살피고 운동해야

 조선시대와 비교하면 현대의 의술은 많이 발전했다. 그러나 현대의학은 병의 근본을 통찰해 치료하기 보다는 증상을 억제하거나 병을 쫓아내는데 집중한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 일컫는 몸의 생명을 키워내는 양생(養生)과는 다르다.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의 저자인 고전평론가 고미숙씨는 “몸과 마음, 몸과 몸, 몸과 사회가 소통하면 절대 아프지 않다. 의학과 삶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알아야 진정한 건강이 무엇인지 탐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대한불교진흥원(이사장 김규칠)은 2월 19일 서울 다보빌딩 3층 다보원에서 개최한 ‘우리 몸이 지닌 치유본능을 찾다-몸과 삶과 생각이 하나 되는 의학과 인문학의 만남’에서 고미숙 씨를 초청해 강연을 진행했다.

강연에서 고미숙 씨는 건강을 위해 몸을 함부로 다루고 있는 현대인들을 지적하면서 동아시아 의학사의 최고 지식들을 총망라한 〈동의보감〉을 통해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씨는 “허준은 방대한 지식을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분류ㆍ배열해냈다. 양생과 의술을 새로운 차원에서 통합해 병과 처방이 아니라 몸과 생명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허준은 내경(몸 안의 세계)-외형(몸 겉의 세계)-잡병(병의 세계)-탕액(약물의 세계)-침구(침구의 세계) 순서로 분류해 〈동의보감〉을 저술했다.

‘내경편’에서 허준은 우주가 창조되는 순간부터 이야기 한다. 몸과 생명이 우주의 탄생과 분리될 수 없음을 전제하는 것이다. 하늘과 땅의 정기가 생명의 시원(始原)이 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정기신(精氣神)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고 씨는 “정(精)은 생명의 기초를 이루는 기본 물질을 말한다. 기(氣)는 정(精)을 움직이는 에너지이고, 신(神)은 정기의 흐름에 벡터를 부여하는 컨트롤러 역할을 한다. 이 세 가지가 맞물려 돌아가면서 생명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말하는 ‘정’은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물질적인 것, 몸의 근본 뿌리인 신장에 의지한다. 신장의 물이 척추를 타고 올라 뇌에 닿는 과정이 원활해야 상상력과 창조력이 생긴다. 그러나 신장에 ‘정’이 충만하지 않으면 추론ㆍ기억력이 저하된다. 신장은 또한 우리 몸에서 ‘귀’와 연결돼 있다. 고 씨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이어폰을 귀에 꽂아 시끄러운 음악을 듣는 요즘 아이들이 창의력을 키울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기’는 물질을 움직이는 에너지로 폐에서 작용한다. 때문에 올바른 호흡법을 통해 폐를 평화롭게 다스리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라는 것이다. ‘신’은 ‘정’과 ‘기’의 흐름을 컨트롤하는 무형의 존재로 심장에 해당된다. 고씨는 “신이 없고 정기만 있다면 기계일 뿐이고 신은 있지만 정기가 없다면 유령”이라며 “결국 정기신이 잘 집중돼 있어야 똑바로 살 수 있다. 정기신이 조화로운 사람은 절대 남을 속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같이 몸 안의 세계를 알게 됐다면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살펴야 한다. 고 씨는 수련을 하고 지혜를 닦음으로써 건강할 수 있다고 말한다.
“양생은 자기 배려와 수련, 소통과 지혜를 닦는 삶의 기술입니다. 식탐을 줄이고, 숙면을 취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통하면 아프지 않습니다. ‘통즉불통(通則不痛)’을 기억해야합니다. 몸과 마음, 몸과 몸, 몸과 사회가 소통하면 절대 아프지 않다고 허준은 말했습니다.”

현대인에게 양생의 기술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말하는 고씨는 “자본주의 시대에는 물질의 태과(太過)와 정신의 불급(不及)으로 인해 기(氣)가 소통할 수 없다. 태과 불급이 낳은 질병이 암과 우울증”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고씨는 아프면 무조건 의사에게 의존부터 하는 행태도 지적했다. 요즘 많이 먹는 육식과 술, 패스트푸드는 허열(虛熱)을 발생시키고, 음기 대신 양기를 강하게 해 우리 몸을 불편하게 한다는 것. 그래서 몸이 아플 때는 음식을 먼저 살피고 운동을 먼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고 씨는 몸과 마음을 면밀히 관찰해야 진정한 치유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의학은 사람들에게 치유 본능을 깨우쳐줘야 합니다. 우리는 기술과 제도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몸과 삶을 공부하고, 나아가서 사회와 우주를 헤아릴 역량을 키워 ‘앎의 주체’가 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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