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학자들의 오류 중 하나

‘영기창’으로 제자리 찾아야

 

▲ 고구려 쌍영총 주인공이 평상 위에 앉은 초상화(좌), 수덕사에 있는 고려시대 불탁(우)

 

▲ 그림 ①, ②의 도면과 영기창 설명

▲ 수덕사 불탁의 측면 스케치(좌) 불탁 측면 곡선에서 취한 항아리 모양
2005년에 처음으로 안상(眼象)이 도대체 무엇인지 의문을 가지며 본격적으로 알아보기로 했다. 누구에게 물어도 시원하게 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흔히 한자 용어를 직역하여 ‘코끼리 눈’이라고 하는데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누구에게 물어보아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모든 예술품에 거의 반드시 있는 안상이란 그 정체가 무엇일까?

안상(眼象)에 대해서는 다행히 진홍섭 선생님이 〈신라·고려시대 미술문화〉(일지사, 1997) 라는 책의 「한국의 眼象文樣」이라는 논문 서두에 일본학자의 설명을 소개하면서 그 용어를 쓰게 된 연유를 설명하여 놓았다. 그러나 일본의 학풍을 따르고 있는 우리 학계는 일본학자들이 풀어놓은 오류를 답습하고 있음을 알았다. 한국에서 ‘眼象’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된 까닭은, 한국에는 적당한 용어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선학들이 그저 자연스럽게 일본 용어를 택한 셈이다.

일본의 제1세대 미술사학자, 이시다(石田茂作)씨는 역사적으로 두 용어가 있는데, ‘牙床’이란 명칭이 일찍이 나라(奈良)시대에 쓰여 졌고, 말기에는 ‘牙象’이란 용어도 병행되었다고 한다. 이들은 목공예의 상다리(床脚)에 장식 혹은 보강의 목적으로 부가된 부분을 가리키는 말로서, 두 용어를 모두 음독하여 게쇼(ge-sho) 혹은 겐쇼(gen-sho)라고 읽는다고 한다. 그런데 후지와라(藤原)시대 말기부터 같은 음과 같은 글자로 眼象이란 한자 식 표기가 등장하는데 발음이 이상의 두 용어와 같은 gen-sho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眼象은 뜻이 아무 것도 없는 일본 용어임을 알 수 있다. 즉 발음만 같은 이두 같은 셈이다. 이시다씨는, 한국의 고분벽화나 불상대좌에 보이는 것을 보면 꼭 동물의 이빨(牙)를 연상케 하여 아상(牙床)의 명칭에 알맞다고 했다. 안상 자체를 일종의 장식으로 생각하였지 그 자체에 특별한 뜻을 부여한 것이 아니라 했다. 마치 ‘공간을 메우기 위한 번다한 안상을 이용’하고 있다고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결국 중국-한국-일본의 학자들은 안상의 실체를 밝히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고귀한 조형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영기창(이후부터 이 글에서 ‘안상’이란 말은 쓰지 않기로 한다)의 개념을 목가구인 평상에서 찾으려 했으므로, 다른 장르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여러 형태의 아름다운 영기문으로 이루어진 영기창들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오늘에 이르렀다.

영기창에서 만물이 탄생하여 나타난다

우선 나는 아무 의미 없는 ‘안상(眼象)’을 ‘영기창(靈氣窓)’이란 용어를 만들어 그 까닭을 설명해 나갈 생각이다. 이른바 세간이나 학계에서 흔히 부르는 ‘안상’은 불상대좌나 석탑, 도자공예, 금속공예 그리고 목조건축 등, 모든 장르에 수없이 있으므로 매우 중요한 상징을 띠고 있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왜냐 하면 어떤 장르이건 안상은 맨 밑 부분에 배치되어 있어서 가장 근본적이고 근원적인 조형임을 암시한다. 안상이란 단지 보강도 장식도 아니다. 그러한 형이하학적 차원을 넘어선, ‘최고의 형이상학적인 영기화생의 도상을 이루는 조형’이 바로 영기창이다. 영기창은 아름다운 다양한 영기문(靈氣文)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안은 무한한 우주공간을 나타내고 있다. 그 공간 안에서 비천이 나타나 날며 용이 나르며 사천왕이 나타나 위엄을 부리며, 여래가 현신하여 앉아 있으므로, ‘영기창을 통하여 모든 존귀한 존재가 영기화생하는 경이로운 광경’이다. 영기문에서 만물이 탄생하듯, 영기창의 공간에서 만물이 탄생하여 나타난다.

특히 불상대좌나 불단 등 목가구를 영화시키기 위해 정교한 영기문을 부여한다. 즉 영기문을 그대로 부재로 만들어 가구를 만드니, 건축의 부재를 영기문으로 만드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내가 처음 영기창이라는 것을 보고 크게 놀란 것은 수덕사의 고려시대 불탁에서였다. 그 날은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이제 목공예는 물론 모든 장르의 영기창은 영기화생론으로 풀어낼 수 있게 되었다. 우선 고구려 7세기의 쌍영총 벽화에서 주인공이 앉은 평상(平床)과, 수덕사의 고려시대 불탁(佛卓)을 그림으로 그려서 설명을 곁들이려 한다. 영기문으로 이루어진 부분도 중요하지만, 그 영기문으로 이루어진 공간을 살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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