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의 마음수행 현장 <1> 존 카밧진 박사의 MBSR 프로그램(하)


 지난 923호에서는 MBSR(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마음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완화)이 어떤 것인지, 또 어느 곳에서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봤다. 이와 함께 존 카밧진 (Jon Kabat-Zinn) 박사에 대한 소개도 다뤘다.
카밧진 박사는 MBSR에서 사용하는 마음챙김의 불교적 뿌리에 대해서 분명하게 밝히고 있으면서도 마음챙김이 오로지 ‘동양적’이거나 ‘불교적’ 인 것뿐만 아니라 보편적인 인간의 능력임을 강조한다.
카밧진 박사는 〈처음 만나는 마음챙김〉(불광출판사 刊)에서 “마음챙김은 온전히 주의력과 자각에 관한 것이며 이 둘은 우리 모두에 내재된 인간의 능력이다. 붓다 자신도 ‘불교도’가 아니었으며 ‘불교’라는 용어조차 대부분 예수회 수사였던 18세기 유럽학자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내유일의 MBSR 인증지도자인 안희영 한국 MBSR 연구소장은 “카밧진 박사가 마음챙김 수행과 관련해 종교적, 문화적 색깔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일상생활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참가자들이 종교적인 신념과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내적 자원을 회복하고 깨어있는 삶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고무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한다.

MBSR 프로그램의 구조
CFM(Center for Mindfulness)에서는 기타 마음챙김 치료법에 비해 MBSR 지도자의 마음챙김 명상 경험을 매우 강조한다. 미국의 경우 MBSR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의료, 심리, 교육 등 관계 분야의 석사학위 이상 소지자여야 한다. 또한 위빠사나 또는 선(禪) 전통의 명상을 5년 이상 수행한 경력과 적어도 수차례의 집중수행 참여하고 다양한 지도자 과정 이수 및 MBSR지도경험있는 사람들에게 권장하고 있다. MBSR은 특정한 병을 치료하는 목적 보다는 교육을 통한 자가치유(self-healing) 적 요소가 강하다.
MBSR의 총 수업회수는 종일수업을 포함해 9회다. 주당 수업은 2시간 30분에서 3시간 가량 진행되며 한 명의 MBSR지도자가 처음부터 프로그램 종결까지 수업을 일관되게 진행한다. 8회기 중 전반부에는 마음챙김 훈련에 초점을 맞추고 중반기에 들어 마음챙김 능력을 바탕으로 스트레스 교육과 연계시키며, 후반부로 갈수록 일상생활에서의 의사소통 등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중반기 이후 자애명상, 산 명상 같은 집중명상이 보조적으로 도입된다. MBSR참가자들은 집에서 하루 45분, 일주일에 6일, 8주 동안 과제를 행하도록 돼 있다. 마음챙김 명상은 호흡 알아차림, 몸의 감각에 대한 알아차림, 소리 알아차림, 생각 알아차림, 감정 알아차림을 거쳐 마지막으로 선택 없는 알아차림까지 단계적으로 소개된다. 여기서 ‘선택없는’이라는 뜻은 편향 없는 알아차림, 좋아함(likes) 이나 싫어함(dislikes)으로 반응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한국 MBSR 연구소(cafe.daum.net /mbsrkorea)가 MBSR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일반과정과 지도자과정을 진행하며 기업ㆍ학교ㆍ병원 및 저소득 소외계층을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 안희영 한국 MBSR 연구소장
간화선 세계화…보편성과 과학적 접근성 결합돼야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간화선 세계화의 기치를 내걸고 “선수행의 정수인 간화선으로 국내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 한국 불교의 문화와 전통, 가치관을 전달해 전 세계인이 올바른 삶의 방식을 지향하도록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바 있다. 하지만 서양인에게는 한국의 간화선이 어렵고 잘 와 닿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한국 간화선이 존 카밧진 박사와 MBSR 프로그램에서 배울 점은 무엇일까.
안희영 소장은 MBSR이 성공한 이유는 두 가지 인식론이 합류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바로 내면의 주관을 보는 진리의 법(法, Dharma)과 삼인칭적인 객관적인 시점에서 보는 과학의 결합이다. 여기서 카밧진 박사가 말하는 다르마(Dharma, 法)는 불법에 한정되지 않는 보편적 진리의 다르마(Universal Dharma)를 말한다.
안 소장은 “잭 콘필드, 조셉 골드스타인 등 세계의 유명한 서구 명상가들이 아시아의 수행법인 위빠사나 등을 배우고 돌아가 그들만의 방식으로 전파하고 있다”며 “그들은 기독교 전통이 뿌리 박혀 있는 곳에서 보편적 다르마를 과학이라는 전통과 조화시켜 자기 방식으로 소화했다”고 설명한다.
또한 MBSR이 전세계에 널리 퍼졌던 이유를 수많은 과학적 검증과 임상실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 소장은 “서양인들은 명상을 깨달음 같은 보이지 않는 것 보다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고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경험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다. MBSR 수업을 하니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되고 몸과 마음의 변화를 삶속에서 확인하면서 신뢰감이 늘어가는 것”고 설명했다.
카밧진 박사의 불교에 대한 입장은 분명하다. 그는 자신을 불교신자라기보다는 불교명상 수련자라고 생각한다. 카밧진 박사에게 마음챙김이라는 것은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으로 가는 왕도이며 종교적 신념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인 마음의 특성이다. 이 전통을 가장 선명하게 이어온 것이 불교이지만, 마음챙김을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불교도가 될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마음챙김은 주의력에 관한 인간 마음의 보편적 기능이기 때문에 물리학의 법칙이 우주의 어느 곳에서나 적용되는 것처럼 평등하게 적용된다. 카밧진 박사는 인류의 질병을 진단하고 정신적명료성과 안녕을 위한 강력한 처방을 제시한 붓다를 위대한 치유자이자 혁명가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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