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삼십칠보리분법(三十七菩提分法) ⑤ 칠각지(七覺支)

불교의 모든 수행도는 깨달음을 향해가는 길을 제시한다. 삼십칠보리분법도 예외는 아니다. 초기불교의 이 수행도도 부처님이 증득한 열반의 세계에 다다르기 위한 여러 관점의 수행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칠각지(七覺支)도 그 중에 하나이다. 범어로는 “sapta-bodhy-an.ga (쌉따보디앙가)” 라고 하는데 글자 그대로 깨달음에 다다르기 위한 일곱 가지의 종류의 수행도를 의미한다.

그 일곱 가지에는 염각지ㆍ택법각지ㆍ정진각지ㆍ희각지ㆍ경안각지ㆍ정각지ㆍ사각지가 있는데 여기에서 각지(覺支)라는 것은 깨달음의 갈래라는 의미로 깨달음에 이르기 직전의 수행항목을 가리킨다.
초기불교에서는 호흡을 고르며 정신을 통일하는 수식관(數息觀)을 행하고 난 뒤 사념처관(四念處觀)을 닦고 그 다음에 바로 칠각지를 수행함으로써 깨달음의 지혜[明]와 해탈을 증득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칠각지는 삼십칠보리분법 중 가장 높은 단계의 수행도로 알려져 있다.

또한 칠각지에는 명상수행과 지혜의 두 가지 성향이 모두 갖추어져 있다. 그래서 초기불교의 경전인 〈잡아함경(雜阿含經)〉에서는 칠각지를 통해 증득할 수 있는 것은 심해탈(心解脫)과 혜해탈(慧解脫)이라고 하여 칠각지 수행의 구체적인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말하자면 칠각지의 수행을 통해 탐욕을 버리는 심해탈과 무명을 여의는 혜해탈을 동시에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해탈을 향해 나아가는 칠각지 중에 첫 번째는 염각지(念覺支)이다. 염각지는 붓다의 가르침을 잘 기억해서 마음에 새기고 그 기억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마음상태는 명상[定]에도 지혜[慧]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며 그로 인해 혼탁하거나 들떠있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두 번째는 택법각지(擇法覺支)이다. 택법각지는 염각지를 기반으로 해서 분별하고 판단하는 단계로 나아가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서 택(擇)은 간택의 의미이다. 즉 바른 가르침은 취하고 잘못된 가르침은 버린다. 이와 같이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통찰하고 분별하여 선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혜가 필요하다.

세 번째는 정진각지(精進覺支)이다. 정진각지는 지혜를 기반으로 선택된 바른 법을 성취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이 노력은 그냥 노력이 아니라 바른 노력이다.
붓다가 고행과 쾌락의 양극단을 버리고 중도(中道)를 취해 용맹정진 했듯이 정진각지 또한 바른 법에 대해 끊임없이 행하는 바른 노력을 말한다.

네 번째는 희각지(喜覺支)이다. 희각지는 열심히 수행에 정진한 자에게 그 결과로 평안한 기쁨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일종에 부단한 노력에 대한 보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의 환희심은 잘못된 견해가 아닌 참된 진리를 얻으려는 노력일 경우에만 생긴다.

다섯 번째는 경안각지(輕安覺支)이다. 경안각지는 희각지를 얻은 뒤 몸과 마음이 가볍고 평온해 지는 것을 말한다. 깊은 명상에 의해서, 혹은 잘못된 견해나 번뇌를 끊어[除覺支] 버림으로써 몸과 마음을 평안하게 할 수 있다.

여섯 번째는 정각지(定覺支)이다. 정각지는 경안각지를 얻은 뒤 마음을 집중하는 것[sam쮪dhi]을 말한다. 몸과 마음이 평안해진 상태에서 더욱 깊은 명상에 들어가 마음을 산란하지 않게 통일하는 것이다.
일곱 번째는 사각지(捨覺支)이다. 사각지의 사(捨)는 버려서 완전히 격리한다는 뜻이며 대상에 대한 모든 종류의 집착을 완전히 버리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은 칠각지 중에 택법각지ㆍ정진각지ㆍ희각지는 혜(慧)에, 경안각지ㆍ정각지ㆍ사각지는 정(定)에 해당하고 염각지는 정과 혜 모두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칠각지를 바르게 수행하면 번뇌로부터 자유로운 마음과 지혜의 해탈을 모두 얻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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