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렇게나 벗어놓는 신발은 다른 불자들에게 좋지 않은 느낌을 주게 된다. 서울 ㅈ사찰
댓돌 위에 가지런히 벗어 놓은 하얀 고무신을 보면 그 절에 사는 스님들의 모습을 대번에 알 수가 있다. 스님도 스님이지만 절 살림을 사는 보살님이나 거사님들의 성격까지도 한눈에 들여다 볼 수가 있다.

신발 벗어놓은 모습이 뭐 그리 대단한 것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작은 것 하나가 살림살이 전체를 드러내 보일 수밖에 없으니 작은 것이라고 해서 어찌 소홀히 생각할 수가 있겠는가!

예전처럼 절에 불자들이 많지 않고 절집에서 담당하는 기능이 다양하지 않았던 때에는 법당에 많은 사람들이 모일 기회가 드물었기 때문에 문밖에 벗어놓은 신발 한 두개가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요즘처럼 법당에서 사시사철 다양한 법회가 열리고, 많은 불자들이 끊임없이 자기 수행이나 기도에 참여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법당에 출입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럴 경우 무관심하게 벗어놓은 신발 하나가 여러 불자들에게 불쾌감을 줄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나 위생적으로도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게 되어 새로운 문제점으로 등장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게 되었다.

언제부터인지 많은 절에서는 불자들이 출입하는 문밖에 신발장을 짜 놓는 것이 일반화 되었다. 그렇게 되면서 불자들이 법당에 들어갈 때는 신발을 벗어 신발장에 넣어 두거나 가지런히 정리하는 것이 일상적인 모습으로 정착되는 듯한 분위기이다.

그러나 이러한 질서의식이 결여되어 있고 다른 사람들의 기분이나 절집의 품위를 생각하지 못하는 불자들이 있을 경우에는 무질서하게 벗어놓은 신발로 인해서 법회가 끝나고 문밖을 나서면서 우왕좌왕하게 되거나 심지어는 좋지 않은 일이 생기는 등 혼란스럽고 불미스러운 일을 종종 볼 수가 있다.

불교는 위계와 질서를 존중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피해가 가지 않도록 배려하는 마음을 기본적인 소양으로 생각하는 종교이다. 아무렇게나 벗어 놓은 신발이 다른 불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좋지 않은 느낌을 주게 된다면 그러한 행위를 한 사람은 진정한 부처님의 제자라고 하기 어렵다. 부처님이 가르치신 대로 남을 배려하고, 남을 이해하며, 남을 이롭게 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작은 것에서부터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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