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학 스님 (범어사 강주) 대방광불 화엄경 강의

화엄경 약찬게 매일 독송

신심 간절하면 탐심 끊어져

“마음을 허공처럼 비우고

꽃처럼 열매처럼 사세요”

관음재일을 맞아 범어사 강주 용학 스님이 대방광불 화엄경을 대중들에게 설했다. 스님은 화엄 약찬게를 매일 독송하면 탐심이 끊어지고 화가 사라진다며 대중들에게 경전독송을 권했다. 스님은 이날 강연에서 부처님의 지혜를 널리 전한다는 의미를 가진 ‘대방광불 화엄경’의 핵심 가르침을 설법했다.
경을 읽는다는 것은 그 마음을 청정히 해 지혜를 얻는 것이다. 범어사 강주 용학 스님은 지난 1월 5일 관음재일 법회에서 “신심을 가지고 또박 또박 화엄 약찬게를 읽다 보면 우리의 마음도 청정해지고 지혜와 자비를 갖출 수 있다”고 설했다. 모든 방편을 가지고 큰마음의 이치를 널리널리 펼치는 부처님의 말씀을 담은 대방광불 화엄경은 우리에게 꽃처럼 살고 열매처럼 결실을 맺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바로 대방광불 화엄경이라고 용학 스님은 전한다.정리=정혜숙 기자 bwjhs@hyunbul.com

 우리가 한 세상 와서 사는 것이 것이 얼핏 보면 불성의 종자가 잘 움틀 것 같지도 않고 희미하게 사는 것 같아 보이지요? 하지만 신심이 있는 자들은 파란 싹이 움틀 것을 기약하면서 살면 사바세계 지난한 세월을 견딜 수 있습니다.

의상 스님이라는 천년의 빛나는 보배 같은 분이 계셨기에 화엄의 맥이라는 법문 한 자락을 우리는 들을 수 있는 것입니다. 한국불교는 화엄경을 빼고는 말할 수가 없습니다. 이제 우리가 화엄경을 공부하게 되었는데요. 이런 마음으로 공부를 해봅시다.

영화를 보고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그렇게 해야지 영화를 보는 거잖아요. 그런데 영화관 가서는 영화는 안 보고 영화관만 보고 오는 사람들이 있다 이겁니다. 이제부터는 절에 와서 화엄경 법문 안 듣고 절만 보고 간 사람은 관음재일날 절에 오는 분이 아닙니다.

나의 장점을 살려서 더불어 조화로운 세상을 만들어가겠다는 화엄산림의 뜻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화엄경 약찬게를 법회 때마다 독송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허공처럼 비워 보십시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눈이 오면 눈이 오면 오는 대로 말이죠. 화엄경 약찬게는 용수보살이 지었는데 중생들을 위해서 간략하게 줄여 놓은 것입니다. 바다가 너무 망망대해니 바닷물을 줄여 놓은 것처럼 불자들이 인연을 맺을 수 있도록 약찬게가 탄생한 것입니다.

중생의 근기와 욕망과 성품이 각기 다르다는 것은 처음 출가 했을 때 늘 배우는 말입니다. 근기와 나무의 뿌리가 다 다르고 가지가 다르고 잎사귀와 꽃과 열매가 저마다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천년만년이 지나도 늙지 않는 존재가 있습니다. 아무리 형편과 처지가 변하여도 만년 세월이 지나더라도 오늘과 같은 존재요. 천만년이 지나도 녹슬지 않는 존재가 있습니다. 불생불멸이니 보톡스 맞을 일도 없고 화장할 일도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화엄경입니다.

제가 여러분께 법문을 드리는 것 같지만 사실은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오실 길이 다 끊어졌고 원효대사님이 가신지도 오래 됐기 때문에 여기 제가 있습니다. 어쨌든 관음재일 법문은 제가 해야 한다는 역사적 사명이 있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품절 부처님이죠? 설법전에 앉아 계신 저와 여러분들이 다 주인입니다.

우리가 꽃처럼 빛나고 달콤하게 인생을 살아야 하는데 세상은 만만하지 않습니다. 청정하고 맑고 복된 터 신선 사는 곳 같은 곳에 와서 꽃처럼 맑고 향기롭게 사는 것, 내 자신에게 모진 생각을 갖지 않도록 꽃처럼 사는 것이 華(화)요 남들에게 잘 영근 대추처럼 알곡식처럼 아주 맛난 과일처럼 열매가 되어 사는 것이 엄(嚴)입니다. 화엄이라고 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이득되고 아름답게 사는 것입니다. 내 스스로의 지혜에 눈을 뜨고 역량껏 소질껏 이 세상을 복되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얼마전 조폭 두목 김태촌이라는 분이 저 세상으로 가셨죠? 그 분은 소질이 미치지 못하니 폭력적 강압적이게 살다가 가신 것입니다. 어쨌든 극락왕생 하시길 바랍니다. 최선을 다해 사신 분들은 뭔가 아쉽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사는 것이 보람이 있는 겁니다. 도움 못 주는 삶은 백 살을 살면 뭐하고 천 살을 살면 뭐하겠습니까? 복인이 이 세상에 태어나면 길마다 금은보배가 떨어집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맨발로 지나간 뒤에라도 우리가 위안을 얻는 것과 같습니다.

냇가에 모난 돌이 흘러가는 물결에 깎이듯이 지나가는 바람결에 단단한 바위가 깎이고 낙숫물에 바위가 뚫리듯이 대방광불 약찬게를 읽는 것은 우리 마음을 수승하게 합니다. 간절하게 수행하면 시비가 끊기게 됩니다. 인생에서 자비와 지혜를 갖추고 신심이 간절해지면 마장이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그래서 어디에 있든 열심히 정진을 하도록 해야합니다. 모질게 살아온 업장이 소멸된다는 마음으로 이 약찬게를 읽어 봅시다.

 

‘대방광불화엄경 용수보살약찬게 나무화장세계해(大方廣佛華嚴經 龍樹菩薩略纂偈 南無華藏世界海)/ 비로자나진법신 현재설법노사나 석가모니제여래(毘盧遮那眞法身 現在說法盧舍那 釋迦牟尼諸如來)…’

 

지금 읽으신 약찬게 710자 잘 읽으신 분도 읽고 산란스럽게 읽으신 분도 있고 안 읽으신 분 있고 다양하게 있을 겁니다. 하늘에 비가 떨어지면 작은 접시라도 받쳐 놓으면 작은 접시만큼 비를 받을 수 있습니다. 대야 받치면 대야만큼 큰 바다만큼 펼쳐 놓으면 비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릇을 뒤집어 놓으면 한 방울도 받을 수 없습니다.

입으로만 염불하면 지혜가 생기지 않습니다. 한 글자 글자 몰입해서 1년만 읽으면 탐심이 끊어집니다. 그러면 내가 당연히 받아야 할 녹이나 품값에 대해서 별 미련이 없어집니다. 받아도 그만 안 받아도 그만이 되지요. 6개월 지나면 화를 내거나 남을 해칠 마음이 나지 않습니다. 속마음은 어찌 됐든 간에 겉 구정물은 싹 빠지게 되는 거죠. 그러니 대방광불 화엄경을 만만히 보지 마십시오. 매일 지극히만 한다면 오늘 이 자리에서 세상이 아름답게 됩니다. 얽혔던 모진 인연의 고리가 풀리게 됩니다. 지금 현재에 집중하는 습관이 길러집니다. 실타래가 엉키면 앞에 실도 겉에 실도 못 쓰게 됩니다. 실타래가 엉키지 않게 지금 생각을 밀고 나가는 것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수행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렇게 수행을 하면 1년 반이 지나면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보게 됩니다. 또 군더더기 말이 끊어지게 되지요. 말이 끊어진다는 것은 잡념이 끊어진다는 소리죠. 간섭하는 소리를 많이 하면 잡념이 많아진다는 겁니다. 좋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하는 것이 부처님 같은 마음입니다.

그러니 방금 읽은 것을 만만하게 보지 마십시오. 물론 뜻은 모르셔도 됩니다. 배고프면 일단은 먹어야 되잖아요? 그것처럼 모든 것을 끊고 한 글자 한 글자 읽어 보십시오. 야무지게 또박또박 읽어야 합니다.

천년만년이 지나도 늙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대방광불(大方廣佛)의 대(大)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방(方)이라고 하는 것이 방편이죠. 방편이라고 하는 것은 침 놓다 안 되면 약 먹고 하는 것이지요. 편법하고는 다른 것입니다. 편법은 이렇게 하다가 안 되면 이렇게 되고 저렇게 하다가 안 되면 저렇게 하면서 법의 틈바구니를 이용하는 것이 편법입니다. 결국 대방이라고 하는 것은 환한 밝은 대낮처럼 명약관화하게 자비롭게 지혜롭게 마음을 쓰는 것입니다. 내 식구, 내 편, 우리 편, 동네 사람만 아끼는 것이 아니라 남녀노소, 동서남북을 막론하고 마음의 본질을 전하겠다는 것이 대방광(大方廣)입니다. 큰마음의 이치에 대해서 모든 방편을 가지고 그것을 정직하게 널리널리 펼치는 것이 부처님의 말씀입니다. 꽃처럼 살고 열매처럼 사는 것 그것이 바로 대방광불 화엄경입니다.

그럼 경은 뭘까요? 가마니를 예로 들어봅시다. 가마니 짤 때 날줄이 바로 경입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기준점이 되는 것이 경입니다. 날줄은 언제나 모양이 같습니다. 옆으로 가는 줄이 씨줄인데 이것은 모양을 내는 것입니다.

화엄경은 오늘 읽고 내일 읽어도 감로수와 같고 물과 같아서 질리지 않습니다. 갖가지를 요리해 놓은 ‘론’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입맛에 맞춰서 달라진다는 거죠. 먹물을 들이기도 홍화물을 들이기도 쪽물을 들이기도 하지만 그 근본은 하나입니다.

경은 염주 줄과 같은 것입니다. 염주는 보리수도 있고 율무도 있고 프라스틱 염주알도 있고 별 게 다 있지 않습니까? 이것을 알알이 꿰어 형형색색 다른 모양을 내는 것을 시절 인연이고 이것을 관통하는 것은 염주줄입니다. 똑같이 먹고 숨 쉬고 살아가지만 몸의 조건 따라 형편 따라 장소에 따라서 큰 사람 작은 사람 있기 마련입니다. 경을 알게 되면 인연공덕을 잘 파악해서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지혜가 나옵니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