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사에 들어가는 아름다운 숲길도 눈을 치우지 않으면 위험한 길이 된다. 전라북도 ㄴ사찰
최근에 눈치우기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예년에 비해서 많은 눈이 내린 올 겨울, 눈을 치우지 않아 도로가 빙판이 되는 바람에 차량사고는 물론 보행자들이 미끄러지면서 발생한 다양한 사고들이 줄을 이었다고 한다.

눈은 우리들에게 여러 가지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준 선물이었다. 어린 시절 밤새 내린 눈을 보고 마음이 들떠 아침밥도 먹지 않고 동네를 서성이던 추억, 동네 꼬마친구들과 눈사람을 만드느라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즐거워했던 추억, 눈 내리는 거리를 연인과 팔짱을 끼고 하염없이 걸었던 추억, 창밖으로 내리는 눈을 보며 친구나 사랑하는 연인에게 편지를 쓰던 추억… 등등.

그러나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이제 눈이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주는 선물이라기보다는 출근길을 걱정하게 만드는 원인이요, 잘못해서 낙상이라도 하게 되면 병원신세를 져야만 하는 두려운 존재가 되고 말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눈이 오면 자기 집 앞의 눈을 동네사람들이 힘을 모아 치우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눈이 내려 빙판이 되든 말든 관심을 가지지 않는 몰인정한 사회가 되어버렸다. 이런 세태를 반영이라도 하듯 서울시에서는 자기 집 앞의 눈을 치우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리겠다고 으름장이다.

산사에서 눈 내리는 모습을 보는 것은 그야말로 행복한 일이었다. 어떻게 산을 내려갈지 걱정하기 보다는 온 세상을 하얗게 만들어주는 눈을 보며 환희심을 가졌던 기억이 아련하다. 스님이 쉬고 가라며 방을 내주면 염치없이 하룻밤을 지내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다. 따뜻한 방에서 마당에 눈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사랑하는 이를 떠올려보는 것은 불자가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 산속 깊은 곳에도 차량통행이 많아지면서 산길 역시 눈을 치우지 않으면 여러 가지 사고가 날 위험성이 늘어나게 되었다. 더구나 걸어서 산사에 가는 나이 드신 분들의 경우에는 눈이 쌓여 빙판이 되면 걷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물론 도심사찰의 경우에는 불자들의 사찰출입이 많기 때문에 이러한 위험성이나 불편함은 산사에 비길 바가 아니다.

올 겨울 다른 해에 비해 눈이 많이 올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가 있었다. 사찰이라고 해서 눈치우기를 소홀히 하여 사찰에 오는 불자들을 힘들게 한다면 이타행을 실천하라는 부처님 말씀을 지키지 않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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