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불교국가 부탄의 국민총행복 (GNH)

부탄 GNP 2012달러로 세계 112위
무상의료와 교육 등으로 빈부 격차 없어
국가별 행복도 조사서 8위 차지
행복 척도…녹색 GNP기준 전환 필요

▲ 부탄 학생들의 모습. 불교 국가인 부탄은 경제 발전이 아닌 국민 행복 발전을 국가 목표로 정했다. 실제 부탄의 모든 학생 교복은 국가에서 무상 지급한다.
기독교 국가 잘살고, 불교국가 못산다?
국제사회에서 선진국과 후진국을 측정하는 기준이 뭘까? 그것은 대체로 GNP(Gross National Product)로 불리는 ‘국민총생산’이나 GDP(Gross Domestic Product)으로 불리는 ‘국내총생산’을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다.

2012년 한국의 GDP는 15위이며 1인당 GDP가 34위로 발표되었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이 지표의 상위로 올라가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고 있다. 그것이 곧 선진국이기 때문이다. 이 GNP와 GDP 평가기준의 공통점은 바로 ‘생산(Product)’을 중심으로 한다는 점이다. 잘살고 못살고, 앞서고(先) 뒷서는(後) 기준은  생산량이 많을수록 선진국인 것이다. 그래서 가난한 나라들도 생산량이 많은 미국, 영국, 스웨던등의 나라를 닮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과연 모든 나라가 그 나라처럼 사는 것이 가능할까?

한때 “기독교 국가는 잘 살고, 불교국가는 못산다. 그러니 기독교 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논리로 공공연히 선교해온 개신교도 있었다. 참으로 어리석은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오늘 날의 위기는 바로 한정된 지구자원에서 무한정한 생산을 해 온 잘사는 선진국의 소비와 바로 그 생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그렇게 보면 위기와 절멸의 책임은 바로 선진국에게 더 많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자신들의 탐욕과 과소비의 죄로 인해 초래된 위기에 대해 회개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자기들처럼 살라는 계몽은 정말 자신이 어떤 죄를 저지르는지를 모르는 무지의 소치인 것이다. 불행히도 위기의 책임자들은 오히려 피해를 가장 늦게 받고 가난한 사람이 먼저 피해를 입는다는 것은 참으로 불합리한 세계질서인 셈이다. 사실 그 많은 인구의 가난한 나라 사람들의 그 가난 덕분에 잘사는 나라의 과소비와 풍요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왜 모를까?

그래서 많은 경제학자들은 우선 자원이 무한하다는 잘못된 전제위에 만들어진 경제학의 기초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는 점을 뼈저리게 느끼며, 동시에 생산(Product)중심의 기준과 척도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득분배, 여가생활, 환경, 복지 등 삶의 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며 오히려 위기를 초래한 잘못된 기준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생태 환경적 가치를 담은 녹색GNP의 개념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한다.

불교국가 부탄, 세계의 희망이 되다
1972년 16세의 나이로 불교국가 부탄의 4대 국왕이 된 지그메 싱에 왕추크 국왕은 GNP가 물질적 탐욕을 조장하고 자원과 인간은 황폐화시키고 있음을 깨달았다. 정부와 국민들이 경제적 부를 얻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소수만이 편안한 삶을 살고 있고 반면 사회적 약자들은 고통과 빈곤, 소외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돈을 위해 자원착취하면서 환경을 파괴하고 급기야 전쟁과 갈등 대립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사회의 경제적인 발전과 개개인의 정서적, 영적 삶의 질을 조화롭게 발전시킬 수 있을까가 중요한 관심이었다.

그는 대안으로 GNH(Gross National Happiness 국민총행복도)를 제안하였다. 그래서 그는 2006년까지 34년간 일관되게 이를 기조로 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20년 전 까지만 해도 이 사례는 세계의 웃음거리였다. 히말라야 산맥 어딘가에 고립되어 세계적 흐름을 모르는 이상한 불교왕국의 정책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세계의 어느 누구도 웃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웃었던 자신들의 어리석음을 반성하고 있다. 자신들의 방식이 위기를 불렀고, 갈등과 분쟁을 초래한 것임을 깨닫고는 지금 전세계가 앞다투어 그들의 철학과 사회적 실천을 주목하고 있다. 더욱이 왕추크 국왕은 국민의 행복이 왕보다 중요하다고 하여 헌법에 기초한 의회민주주의를 도입키로 하고 왕권을 내놓아 평민으로 돌아가 더욱 감동을 주었다.

세계국가들은 ‘생산’이 척도이지만, 부탄은 ‘행복’을 척도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5대국왕부터 이 정책은 더욱 구체화되었다. 이 국민총행복을 위해 네 가지 기본 전략을 채택했다. ① 지속가능하고 공평한 사회경제발전, ② 생태계의 보전과 회복, ③ 부탄의 전통과 정체성을 실현하는 문화의 보전과 증진, ④ 앞의 세 가지를 달성할 수 있는 좋은 거버넌스 (協治)가 그것이다.

그리고 보다 구체적으로 국민의 총체적인 행복과 후생수준을 구성하는 9개의 규범적인 영역을 정했다. ① 심리적 웰빙 ② 건강 ③ 교육 ④ 시간 활용 및 균형 ⑤ 공동체의 활력 ⑥전통과 문화의 다양성 ⑦생태다양성 및 복원력 ⑧ 생활수준 ⑨ 좋은 거버넌스가 그것이다. 그리고 72개의 국민총행복 지표를 개발하여 2008년부터 매 2년마다 국민총행복지수를 조사 발표하고 있다.

브라질 리우+20 등서 적극 제안된 GNH
한국의 1인당 GNP가 23,679달러로 세계 34위인데 비해 부탄은 겨우 2,012달러로 112위 국가로 세계에서 최빈국에 속한다. 그러나 무상의료와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왕까지 숲의 나무집에서 살 정도로 빈부의 차이가 없다. 84~98년 14년 동안 평균수명은 19년 늘어나 66세를 기록했고 교사 순환 근무를 통한 평등한 교육기회가 이뤄졌으며 국민의 97%가 행복하다고 말하는 국가이다.

재미있는 것은 영국 레스터 대학에서 국가별 행복도를 조사했을 때 부탄은 세계 8위를 차지했다. 1, 2위는 덴마크와 스위스, 미국은 23위였고, 재미있게 한국은 102위였다. 한국과 부탄이 뒤바뀐 것이다. 더욱이 재미있는 것은 국토의 60%를 차지하는 숲 보호를 위해 외국 관광객의 입국을 매년 수 천명 선으로 제한한다는 점이다.

2012년 브라질 리우에서 열렸던 유엔지속가능개발회의 (CSD, 리우 +20)에서 이 국민총행복지수 는 대단히 중요한 주제였다. 이제 더 이상 GDP개념을 사용하는 세계경제에 희망이 없다는 국제적합의였다. 그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경제적 소득과 실제 삶의 만족도와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프랑스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컬럼비아대학의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를 의장으로 하는 ‘경제성과 및 사회적 진보 측정위원회’를 설립, 총체적인 경제성과를 측정하기 위한 지표를 개발 중이며 캐나다와 영국도 행복지수나 국민행복도를 조사 발표하고 있다.

오래된 미래의 ‘행복 경제학’
스웨덴의 생태운동가인 헬레나 노르베르 호지 여사가 작은 티벳이라고 불리는 라다크에서 생활하면서 쓴 <오래된 미래(The Ancient Future) - 라다크에서 배운다>에서, 산업화가 빼앗아 간 인간의 순결한 속살, 그것을 지키는 것이 바로 생태사회임을 강조했다. 그녀는 부탄의 GNH에 감동하여 이를 토대로 ‘행복의 경제학(Economic of Happiness)’을 제안하며 세계를 돌며 계몽하고 있다.

행복의 경제학은 우선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그 지역에서 소비하는 로컬푸드 (Local Food)운동을 강조한다. 농업의 지역적 자립이 다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생활협동조합운동(Co-operative : Co-op)이나 생산자협동조합운동(Worker’s Collective)을 강력하게 장려한다. 일단 외부세계와 국제사회의 의존도를 줄여야만 폭력적 세계화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에너지도 현재와 같이 화석연료나 원자력에 의존하는 에너지가 아니라 지역의 대안에너지를 강조한다. 실제 원자력이나 화석연료는 거대한 플랜트이며 중앙집중적 에너지 공급방식으로 강력한 중앙 통치를 전체로 한 에너지공급 시스템이다. 풍력, 태양력, 파력, 조력 등의 대안 에너지는 지역의 특수성에 근거한 에너지 공급방식으로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방분권적인 사회시스템으로의 조화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또한 소셜비즈니스 또는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강조한다. 지역내에서 경제적 효율성이 아니라 생태적 효율성, 복지와 완전고용을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인 것이다.

이를 위해 소액대출운동(Micro Credit)을 통한 사회적 기업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고, 지역공동체를 위한 ‘지역통화운동(Local Money)’, ‘공정무역(Fair Trade)’ 등도 강조하고 있다.

부탄의 국민총행복지수는 2년 단위로 조사해 국가정책에 반영한다.
그리고 2008년에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민총행복위원회를 설립해 국가정책의 계획, 정책결정, 수행과정에 국민총행복(GNH)을 반영하고 모든 국가정책이 국민총행복에 적합한지 스크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지금 박근혜 신정부의 인수위원회가 출범하여 활동하는 중이다.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우리도 이 행복지수를 중심으로 모든 정책을 재편하여 미래의 희망과 생태적 대안사회의 단초를 만들어 볼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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