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불가촉천민들을 위한 노력과 개종 결심

불가촉천민 위한 분리선거구 요구
신분차별 원인은 힌두교…개종선언


해외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고 고국으로 돌아온 암베드카르는 1924년 변호사일을 시작한다. 당시 인도는 정치사회적으로 격동기를 맞고 있었다. 독립운동도 최고조에 달해 있었고 억압받는 계층을 위한 해방활동도 활발했다.

공부를 끝마치기 전에도 불가촉천민을 위한 잡지를 발간해왔던 암베드카르는 귀국한 후 본격적으로 불가촉천민 해방운동에 착수했다. 그 첫번째는 불가촉천민들이 마을의 공용 우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었다. 1923년에 불가촉천민들이 공용 우물을 사용해도 된다는 법안이 통과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층계급 힌두들은 불가촉천민들이 마을의 공동 우물에서 물을 떠가는 것을 막고 있었다.

암베드카르는 이에 항의하기 위한 회의를 열었고 1500명의 참가자들이 뭄바이 근처 마하드 지방의 초다르 저수지로 가서 물을 마셨다. 이 소식이 퍼지자 상위계급 힌두들이 몰려와 물을 마신 참가자들을 심하게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들은 저수지에서 정화의식을 한 후 암베드카르와 그의 지지자들을 고소했고 이후 지역법원은 불가촉천민들이 공용 우물을 이용할 수 있다는 법안을 철회하고 말았다.

이에 암베드카르는 다시 회의를 열었고 공개적으로 마누법전을 불태워버렸다. 마누법전은 힌두교의 전통법전으로서 카스트에 따른 차별을 지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예를 들면, “브라만은 베다를 가르치고 배우며 제사를 지내는 일을 하고 크샤트리아는 인민을 보호하고 보시ㆍ제사를 해야하며 베다 배우는 일을 해야 한다. 바이샤는 가축 기르기, 보시하기, 제사지내기, 장사하기, 토지를 경작하는 일, 베다를 공부하는 일을 해야 한다. 그러나 신이 수드라에게 정한 유일한 업은 원망과 슬픔없이 다른 세 계급에게 봉사하는 것이다” 등의 내용들이 담겨있고 심지어는 “만약 수드라가 베다를 독송하거나 소리를 들으면 그의 귀에 불에 녹인 쇳물을 붓거나 혀를 잘라내야 한다”는 끔찍한 내용도 실려있다.

약 2천년간 힌두들에게 숭배받아 온 마누법전을 불태운 것은 불가촉천민을 부조리한 차별에서 해방시키려는 암베드카르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때에도 암베드카르는 힌두교를 떠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힌두교 안의 카스트 제도로 인한 차별을 없애고자 했지만 그것을 힌두교 안에서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평등사회모임’이라는 조직을 결성해 불가촉천민과 다른 카스트간의 식사나 결혼 등을 주선하려는 노력도 했다.

이 당시에 그는 불가촉천민들의 문제는 정치적 문제이며 불가촉천민들의 정치적인 힘을 가지지 못하는 한 결코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불가촉천민들이 정치적 힘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여러 활동에 착수했다. 그 일환으로 그는 불가촉천민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해 줄 수 있는 불가촉천민 국회의원을 뽑을 수 있도록 불가촉천민만의 분리선거구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것 역시 단식도 불사한 마하트마 간디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성사되지 못했다.

▲ 암베드카르는 불가촉천민들과 함께 계급해방에 앞장섰다.
여러 경험들을 통해 암베드카르는 불가촉천민들이 정치적 힘을 가지는 것도 어렵지만 설령 그런 힘을 가졌다고 해도 그들이 완전한 해방과 자유를 얻을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불가촉천민에 대한 차별문제는 정치적이기보다는 종교적 문제라고 생각하게 됐다. 자신들이 결코 힌두들로부터 동등한 힌두교도로 받아들여질 수 없고 힌두교 내에서 카스트제도로 인한 차별이 결코 철폐될 수 없음을 알고 암베드카르는 마침내 힌두교를 떠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1935년 10월 13일 암베드카르는 욜라에서 열린 집회에서 공식적으로 힌두교를 버리고 개종을 하겠다는 선언을 한다. 그는 “불행하게도 나는 힌두로 태어났다. 그러나 나는 힌두로 죽지 않을 것을 엄숙하게 선언한다”라고 선포했다. 집회에 참석한 만명의 불가촉천민들도 그들에게 평등함을 안겨줄 종교로 개종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때까지도 어떤 종교로 개종을 할 것인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이 선언 이후 그는 왜 자신이 힌두교를 버리고 개종을 하게 된 것인지를 여러 차례에 걸친 연설에서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힌두교안의 카스트 제도는 어느 인류역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불평등한 제도라고 말하며 이런 불평등을 겪은 이유가 힌두로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자신들의 목표는 힌두사회를 개혁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를 얻는 것이기 때문에 힌두교의 테두리를 떠나 다른 종교로 개종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종교를 위한 인간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종교가 되어야 함을 역설했다. 따라서 자신들을 인간으로 대접해주지 않는 종교에 더 이상 머물 필요성이 없음을 강조하며 불가촉천민들에게 개종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렇게 개종을 결심한 그는 그 결정에 대한 상위계급 힌두들의 비난과 싸우며 자신들의 새 종교를 결정하기 위한 오랜 탐색을 시작했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