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청남도 ㄱ사찰 올라가는 길에 만든 장승공원의 장승
장승은 나무나 돌로 만든 기둥의 윗면에 신이나 장군의 얼굴을 새기는 일종의 신상이다. 사찰에서도 들어가는 입구에 장승을 만들어 세웠는데, 그 전통은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사찰에서 볼 수 있는 장승의 유형을 보면 비보나 방위표의 기능을 가진 장생표(長生標)가 있고, 청정법역 수호의 기능을 가진 호법장생(護法長)이 있다.

초기에 만들어 세운 호법장승에는 방생정계(放生定界), 호법선신(護法善神), 가람선신(伽藍善神) 등과 같이 경내의 청정함이나 사찰수호를 염원하는 명문이 새겨졌다. 이후 점차 상원주장군(上元周將軍), 하원주장군(下元周將軍) 등과 같이 중국의 장군이름이나 금귀대장(禁鬼大將) 등과 같이 벽사에 관련된 명문을 새겨 넣었다.

이러한 호법장생들은 시간이 갈수록 불법수호라는 고유의 기능으로부터 변질되어 마을수호, 방위수호, 산천비보 기능을 가진 법수, 장생 등과 큰 차이가 없어지게 된다. 장승에 새긴 명문도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 등 일반적인 것으로 바뀌게 되며, 세우는 장소도 사찰이 위치한 마을까지 영역을 확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직까지도 고찰에 가면 사찰 올라가는 길 좌우에 대칭으로 만들어 세운 오래된 장승들을 볼 수 있다. 불법을 수호하기 위해 세워진 이 장승들은 험악하고, 위압적인 모습을 하고 있어야 마땅하나, 그 모습들을 보면 하나같이 퉁방울눈에 유난히 큰 주먹코를 한 것들이 많다. 이것을 보면 악귀나 잡신들이 부처님도량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만들어 세운 장승에서조차 한국인의 해학적 표현방법을 볼 수가 있어 미소가 절로 나온다.

최근에 여러 사찰의 입구에 장승을 무더기로 만들어 세운 경우를 볼 수가 있다. 이 절, 저 절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이러한 모습은 장승의 본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장승을 하나의 조형물로 생각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인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장승에 새겨진 명문도 사찰의 수호나 불법의 수호와는 관련이 없는 애매한 것들이 많다. 그야말로 무엇 때문에 장승들을 무더기로 사찰입구에 만들어 세웠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지금까지 우리 사찰에 도입된 조형물들은 하나같이 불교의 교리와 연관된 것이거나, 불법을 수호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거나, 사찰의 격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들이었다. 이것을 단순한 조형물의 개념으로 이해해서 마구잡이로 만들어 세우는 것은 곤란하며, 본래의 조형의도와 다른 것들은 과감히 철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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