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삼십칠보리분법(三十七菩提分法) ③ 사신족(四神足)

 명상을 통해 어느 정도 마음의 경지에 도달했다 해도 명상에서 깨어나면 다시 번뇌에 휩싸이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마음의 평안을 얻기 위해 죽을 때까지 꼼짝 않고 명상 상태에 계속 머무를 수도 없다. 이렇듯 명상 그 자체는 수단일 뿐 목표인 열반은 아니다. 그래서 붓다는 보다 근원적으로 깨달음을 얻기 위해 연기법을 ‘통찰’했고 중도를 ‘실천’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붓다가 의식을 집중하는 명상인 선정을 무시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선정은 열반을 증득하려는 수행자에게 필수적이다. 선정을 통해 표면적으로는 의식하지 못하는 잠재의식의 깊은 곳까지 헤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선정을 위한 초기불교의 대표적인 실천행이 바로 사신족(四神足)이다. 사신족은 사여의족(四如意足)이라고도 하며 사여의분(四如意分), 사여의(四如意)라고도 한다. 뜻한 대로 할 수 있는 신통을 얻기 위한 뛰어난 선정에 드는 네 가지 방편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신통이란 수행명상을 통해 갖추게 되는 불가사의한 능력을 말한다. 보통은 어디든 마음대로 갈수 있는 신족통(神足通)ㆍ세상 어느 곳이든 꿰뚫어 볼 수 있는 천안통(天眼通)ㆍ어느 곳의 소리든 마음대로 들을 수 있는 천이통(天耳通)ㆍ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는 타심통(他心通)ㆍ전생을 알 수 있는 숙명통(宿命通)ㆍ번뇌를 모두 소멸해서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누진통(漏盡通)등의 육신통(六神通)을 뜻한다. 이러한 신통을 얻기 위해서는 뛰어난 선정에 들어야 하고 그 선정에 들기 위해서는 네 가지 기반[四神足]이 있어야 한다.

그 첫째가 욕신족(欲神足)이다. 욕신족은 우선 무언가를 얻으려면 얻고자 하는 마음이 일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말하자면 신통을 얻기 위한 뛰어난 선정에 들고자 한다면 우선 그 선정에 들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이 마음에 집중하여 마음을 통일하는 것이 욕선정이고 이 과정에서 얻어진 선정의 상태를 욕삼마지(欲三摩地)라고 한다.
두 번째는 정진신족(精進神足)이다. 무언가를 얻기 원했다면 그 다음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뛰어난 선정에 들려고 노력하고 그러한 정진에 마음을 집중하는 것이 정진신족이고 이로부터 얻어진 선정의 상태를 근삼마지(勤三摩地)라고 한다. 세 번째는 심신족(心神足)이다. 심신족이란 뛰어난 선정에 들려고 하는 마음에 집중하고 그 마음의 활동을 계속하는 것을 말한다. 그로 인해 얻어진 선정의 상태를 심삼마지(心三摩地)라고 한다.

네 번째는 사유신족(思惟神足)이다. 사유신족이란 뛰어난 선정에 들려고 깊은 통찰력으로 관찰하고 사유하며 그 마음에 집중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이로 인해 얻어진 선정의 상태를 관삼마지(?三摩地)라고 한다.

사신족은 이와 같이 뛰어난 선정을 통해 열반에 이르기 위한 수행의 한 덕목이다. 선정에 들고자 하는 바램과 실제로 선정에 들려고 하는 노력과 선정에 들려고 하는 마음, 그리고 선정에 들려고 하는 주의 깊은 통찰과 관찰을 통한 삼매의 힘을 말한다. 이에 기반 해서 여러 가지 불가사의한 신통의 힘이 나타나므로 사여의족(四如意足)이라고도 한다.

초기불교의 명상은 의식을 집중하는 선정이고 사신족은 이 선정의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상윳따 니까야〉라고 하는 초기경전에서는 이 사신족을 닦으면 세간의 이쪽 언덕[此岸]에서 출세간의 저쪽 언덕[彼岸]으로 갈 수 있다고 설한다. 또한 사신족에 네 가지 성취수단이라는 의미를 부여한다. 여기에서 성취란 일반적인 성공, 특히 신통과 같은 정신적인 성취를 뜻한다. 이 정신적인 성취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위에서 한편으로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신통, 구체적으로는 육신통을 뜻하고 한편으로는 번뇌로부터 벗어나 해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의 성취를 뜻한다. 그러므로 사신족은 열반을 목적으로 하는 선정의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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