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ㅇ사찰에서 볼 수 있는 악어상은 왜 이곳에 있어야 하는지 설명하기 어렵다.
사찰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마당을 지키는 탑, 법당 안에 모셔진 불상, 부처님의 말씀을 담고 있는 경전, 눈이 맑고 단정한 스님, 스님이나 신도들이 들고 있는 108염주, 스님들의 묘탑인 부도, 마당에서 불을 밝히는 석등, 골기와를 씌운 건물들, 길에 연달아 서있는 문, 연꽃이 가득 핀 연지 등이 생각날 것이다.

이렇게 사찰하면 기억되는 것들은 하나같이 불교를 표상하는 상징물들이다. 이러한 상징물들은 불교가 교단을 이루고 사찰이 지어지면서부터 존재해온 것들로 지역에 따라서는 요소별로 조금씩 다르게 표현되는 것들도 있지만 부처님의 말씀을 물상(物像)으로 표현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근본은 다르지 않다. 이러한 불교적 상징물들의 특징은 우리들에게 친근하게 여겨질 뿐만 아니라 예측 가능한 장소성을 가진다. 즉, 오래전부터 우리들에게 익숙하게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거부감이 없고, 어디에 가면 무엇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에 경관적 정체성으로 작용하게 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우리들에게 생경하게 받아들여지고 그것이 왜 이곳에 있는지 모르겠다 싶은 것은 불교적 의미를 담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언제부터인가 옛 사찰에서는 볼 수 없었던 조형물들이 사찰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환하게 웃음을 짓는 포대화상이나 천진난만한 모습의 동자상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조형물들은 신도들에게 위안을 주고 즐거운 웃음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신앙의 대상은 아니지만 의미적으로는 불교적 상징성을 가진다.

대구에 있는 오래된 사찰에도 새로운 조형물이 하나 만들어져 있는데, 그것은 놀랍게도 악어가 입을 벌리고 다가오는 조형물이다. 악어는 보통 열대지방의 늪이나 강가에 서식하는 악어목의 파충류로 우리나라의 환경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찰에는 더욱이 인연이 없는 동물이다. 그런데 왜 이 악어가 사찰에 만들어져 있는 것일까? 아마도 신도들을 깜짝 놀라게 하여 신선한 즐거움을 주고 웃음을 선사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졌을 것이다.

사찰에 도입되는 조형물은 모두 불교적 상징성을 극명하게 표현하는 것이어야 한다. 물론 현대의 불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새롭게 불교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조형작업은 매우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즐거움을 주고 사찰을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불교의 사상이나 교리에 맞지 않는 조형물을 도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사찰은 어디까지나 종교적 장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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