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물지을 터를 확보하기 위해 무리하게 실시한 토목공사는 자연환경의 훼손을 일으키게 되며, 산사태와 같은 환경문제의 원인이 된다. 경상북도 ㅂ사찰
오래된 절에 가보면 그 사찰이 들어서기에 꼭 맞는 터를 잡은 다음 그 터에 어울리도록 건물을 배치하고 마당을 조성하여 터가 가진 수용능력의 범위 안에서 불사가 이루어진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야말로 생태적으로 건강한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현대로 오면서 오랜 역사를 가진 전통사찰이 직면한 다양한 요구 가운데에서 해결하기가 가장 어려운 것이 신도들이 원하는 기능을 담을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달리 방법이 없으니 사찰에서는 어쩔 수 없이 오랫동안 숙명처럼 지켜온 사역의 범위를 넘어서는 불사를 할 수밖에 없고, 그러한 불사는 사찰 내·외부의 자연환경을 파괴하여 건강하지 않은 사찰환경을 만드는 문제점을 낳고야만다.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겠지만 사세를 과시하고 다양한 기능을 수용함으로써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사역을 수평적으로 늘리는 사찰도 부지기수이다. 물론 이렇게 사역을 늘리기 위해 토목공사를 하고 공간을 확장하기 위해 건축공사를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문화재현상병경허가를 받아야 하겠으나 그러한 법적 절차를 무시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전통사찰이 지금까지 유지해온 생태적으로 건강하고 심미적으로 아름다운 환경은 더 이상 버틸 힘을 잃게 되고 사찰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엄청난 수준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예전의 스님들은 자연을 잘 이해하였고, 자연이 가진 생태적 질서를 잘 파악하여 자연환경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공환경을 도입하는 지혜가 있었다. 사찰을 짓기 위해 터를 조성하면서도 절토보다는 성토위주의 불사를 하였던 것이 바로 스님들의 이러한 지혜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그러한 까닭에 우리의 옛 사찰들은 아직까지도 자연과 상생의 조화를 이루며 무탈하게 법등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이다.

불교계에서 주도하고 있는 환경운동은 개발위주의 정책으로 인해서 나타나는 환경적 재앙을 방지하고 이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기 위해서 전개된 생명존중운동이다. 그러나 정작 사찰이 주체가 되어 일으키는 환경훼손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이제부터라도 불교계는 솔선수범하여 지금까지 잘 지켜온 우리의 사찰환경이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건물지을 터를 확보하기 위해 무리하게 실시한 토목공사는 자연환경의 훼손을 일으키게 되며, 산사태와 같은 환경문제의 원인이 된다. 경상북도 ㅂ사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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