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각사 여여 스님의 템플스테이 일본 연수 체험기
절제미 돋보인 조동종 영평사 수행자적 삶 느껴
동대사 등 일부 사찰 자유 견학은 아쉬움 남아
템플스테이는 휴식형보다 체험형으로 진행해야
한국불교문화사업단(단장 정산)은 지난해 12월 14~18일 일본 일원에서 템플스테이 지도자, 실무자 연수를 진행했다. 이번 연수는 생활불교가 뿌리 깊게 내려 있는 일본 불교의 실상을 알아 볼 수 있는 자리였다. 본지는 연수에 참가한 관음종 묘각사 템플스테이 지도법사 여여 스님의 연수 체험기를 정리했다.
잠시 소임을 놓고 마음 편히 길을 떠나본 게 언제였던가. 낙산 묘각사의 템플스테이를 10년을 운영하면서 정작 나 자신의 여유를 찾아보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14일부터 18일까지 일본 일원에서 진행된 템플스테이 실무자 연수는 내 수행생활에 쉼표를 찍는 여정이기도 했다. 당연히 오래 전 일본인들의 생활로 자리잡은 일본불교의 면모를 알 수 있다는 것도 큰 메리트였다. 무엇보다 전 세계에 ‘젠(Zen)’열풍을 일으킨 그 저력을 알고도 싶었다.
이번 연수는 일본 조동종의 총본산인 영평사와 천태종 총본산 연력사, 진언종의 성지 고야산 등 일본 불교의 정수가 담긴 사찰들을 만나 볼 수 있었다.
이중 가장 눈길을 끌었던 곳은 첫날 묵었던 영평사다. 일본 조동종 시조 도원(道元)선사님이 개창했으며, 가람은 산문, 불전, 법당, 승당, 고원, 욕사, 동사의 7당 가람으로 잘 구축돼 있다. 무엇보다 전통의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영평사 스님들의 모습은 주목할 만 했다.
특히 요소요소에 스님들이 배치돼 모든 민원을 처리하는 모습을 보면서(심지어는 정진요리의 서빙도 스님들이 했다) 생활이 곧 수행이라는 시조의 수행 가풍을 지켜나가고 있는 그들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영평사 역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과 유사한 숙박형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그 질은 한국불교가 더 높았다. 사실 체험이라기보다는 견학에 가까웠다. 한국 템플스테이의 경우 운력, 예불, 108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불교 문화를 체험할 수 있게 하지만 영평사는 일본식 차수와 합장을 가르쳐 주고 새벽 예불은 참관하게 한 것이 전부였다. 이를 볼 때 한국불교의 템플스테이는 세계의 관광문화자원이 될 수 있는 콘텐츠를 충분히 함의하고 있음을 새삼 알 수 있었다.
법화경 수행도량인만큼 이들은 ‘선교일체’를 중요시 하고 있었다. ‘경(經)과 선(禪)을 나란히 하라’는 이들의 수행가풍에서 일본불교가 대중화될 수 있었던 저력을 알 수 있었다. 바로 교리를 알기 쉽게 대중들에게 설했기 때문이다. 한국불교 역시 부처님 가르침을 현대의 언어로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현대인들이 공감하고 부처님 법을 따르는 불자로 거듭 날 수 있을 것이다.
3일째에는 나라의 동대사를 들렸다. 남도(南都) 7대사의 하나인 동대사는 745년에 성무왕(聖武王)의 발원으로 창건됐으며, 본존은 비로자나불로 앉은 키 16m, 얼굴 길이가 5m나 돼 속칭 ‘나라 대불’이라고 한다.
중심인 금당(金堂)은 에도(江戶)시대에 재건된 것으로서 높이 47.5m나 되는 세계 최대의 목조건물이다.
이곳은 40분 정도 자유 견학을 했다. 대략적인 역사와 의미는 가이드와 자료를 통해 알 수 있었지만 심층적인 내용은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이런 식의 관람은 연수가 아닌 여행자에게도 별 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다.
한국의 템플스테이 역시 외국인들을 더 유치하기 위해서는 휴식형을 지양해야 한다. 무의미하게 시간을 소비하게 하기보다는 한국불교문화를 적극적으로 알 수 있게 해주는 체험프로그램으로 채워져야 한다. 무엇보다 템플스테이는 그 사찰에 묵는 동안 사찰과 불교의 모든 정보를 알려줘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동대사를 뒤로 하고 찾은 곳은 일본 진언종이 태동한 고야산이었다. 고야산에는 일본불교의 성지인 금강부사(金剛峯寺)를 중심으로 117개 사찰이 있으며, 200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현재 일본의 국보 중 2%가 이곳에 있다.
고야산 일대를 둘러보고 일행이 들린 곳은 적송원이라는 곳이었다. 사찰을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상 숙박시설에 가까웠다. 위생상태도 영평사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비슷한 사찰 요리였지만 영평사와는 달리 대부분의 스님들이 한 숟가락도 뜨지 않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워낙 유명한 문화유산이기 때문에 프랑스, 독일인들 많이 찾는다고 하지만, 그들이 이곳에 불교에 대해 감동을 느낄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들었다.
연수는 사천왕사와 천수각 견학을 끝으로 4일 간의 일정이 마무리됐다. 돌아오는 길, 10년 간 운영했던 묘각사 템플스테이가 떠올랐다. 첫 해 한명의 외국인도 오지 않았던 사찰이 이제는 매년 1천여 명이상의 외국인 참가자가 드나드는 곳이 됐다. 단순히 묘각사뿐만 아니라 전국 사찰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은 전성기를 맞고 있다.
그 안에서 불교는 ‘감동’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감동이 없는 불교는 누구도 치유할 수 없다. 이는 현대인이 요구를 파악하고 그들의 눈높이에 설 수 있는 하심(下心)도 필요하다.
템플스테이를 통해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이를 운영하는 지도 법사와 실무자들이 매일이 감동이고 환희이어야 한다. 부처님 법을 따르는 제자로서 내 삶에 환희심이 없다는 것은 어딘가가 병들어 있다는 것이다.
매일을 부처님 가피를 받아 감동할 수 있는 삶을 내 자신이 먼저 사는 것이 다른 이들 감동시킬 수 있는 토대를 닦는 것이다. 결국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진정한 감동은 나부터 시작되는 것, 이것이 이번 연수의 교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