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삼십칠보리분법(三十七菩提分法) -② 사정근(四正勤)

 언제나 연말이 되면 사람들은 한 해를 돌아보며 후회하고 아쉬워하기 마련이다. 그 동안 세운 계획들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아 미련이 남아서 일 것이다. 그러나 한 숨 내쉬며 후회해도 시간은 이미 지났다.

과거를 안타까워하기보다는 다가온 새해를 희망차게 보낼 계획을 다시 한 번 세워보자. 그런데 단지 계획만 세운다면 예전처럼 용두사미, 작심삼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만 좋은 계획을 세우고 또 잘 실천하는 길일까? 불교에서는 이를 사정근(四正勤)으로 설명한다. 특히 불자들은 이 사정근을 바탕으로 새해의 좋은 계획들을 반드시 이루도록 노력하자.

사정근은 ‘바른 노력’의 방법론이다. 원시불교를 대표하는 수행도인 삼십칠보리분법(三十七菩提分法)중에 사념처가 몸[身]ㆍ감수작용[受]ㆍ마음[心]ㆍ마음의 대상[法]에 대해 주의 깊게 통찰함으로써 번뇌를 없애고 열반을 얻는 것이라고 한다면 사정근은 이러한 사념처의 지혜를 바탕으로 열심히 수행하는 바른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사단의(四斷意)ㆍ사의념단(四意念斷)ㆍ사의단(四意斷)ㆍ사정단(四正斷)ㆍ사정승(四正勝)이라고도 하는데 명칭은 달라도 모두 팔정도의 정정진과 같이 ‘바른 노력’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특히 사정단의 단(斷, 끊음)은 게으른 마음을 끊는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사정근은 깨달음을 향한 수행에 있어서 노력은 증장하고 나태함은 끊는 것이고 이 두 가지의 수행은 모두 번뇌를 여의고 열반을 증득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바른 것이 된다.

이와 같은 사정근의 내용은 매우 구체적이고 상식적이며 이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보통의 사람들에게 기본적인 실천윤리를 제공한다. 즉 선법 (善法)은 증장시키고 악법(惡法)은 끊어 없애는 것이다. 〈중아함경(中阿含經)〉 및 〈잡아함경(雜阿含經)〉 등은 사정근의 기본원리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1) 아직 일어나지 않은 악은 절대로 일으키지 않도록 노력한다[律儀斷], (2) 이미 일어난 악은 없애기 위해 노력한다[斷斷], (3) 아직 일어나지 않은 선(善)은 생겨나도록 노력한다[隨護斷], (4) 이미 일어난 선은 더욱 증대시키기 위해 노력한다[修斷].

여기에서 선이란 깨달음을 향해가는 수행에 있어서 점점 더 목표에 다다를 수 있도록 하는 좋은 쪽의 노력이고 악이란 그와 반대로 방해가 되는 쪽의 행위를 말한다. 즉 깨달음에 도움이 되는 것이 선이고 깨달음에 방해가 되는 것이 악이다. 이것을 일상생활에 적용해 보면 윤리ㆍ정치ㆍ경제ㆍ건강 등의 모든 면에 해당된다. 예컨대 경제적인 측면에서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악한 행위를 할 필요가 있다면 이러한 악을 절대 행하지 않는 것이 율의단(律儀斷)이고 이미 악한 행위를 해서 돈을 벌었다면 그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고 다시는 그런 행위를 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단단(斷斷)이다. 또한 자원봉사나 선의의 기부를 계획하고 있다면 실천에 옮기도록 노력하는 것이 수호단(隨護斷)이고 이미 자원봉사나 기부 등을 실행했다면 그것을 일시적인 행사로 끝내지 않고 더욱 많이 꾸준히 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수단(修斷)이다.

이와 같이 불교에서 말하는 노력이란 돈을 많이 벌기 위한 노력, 명예를 드높이기 위한 노력, 권력을 얻기 위한 노력 등이 아니다. 불교에서는 단순한 노력이 아니라 ‘바른 노력’을 권한다. 바른 노력이란 개인의 영달이나 부귀영화를 위한 노력이 아니라 남과 내가 모두 번뇌에서 벗어나 해탈에 이르도록 돕는 정신적이고 윤리적인 실천행으로서의 노력을 말한다.

〈칠불통계게(七佛通戒偈)〉라고 하는 경전에서 과거 일곱부처님의 입을 빌어 모든 악을 짓지 말고 [諸惡莫作] 여러 선을 받들어 행하여 [衆善奉行] 스스로 그 마음을 깨끗이 하라 [自淨其意]. 이것이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是諸佛敎] 라고 한 것은 바로 이런 의미일 것이다. 새해에는 이러한 바른 노력의 의미에 대해 되새겨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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