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해 불교계는 승풍실추와 힐링 열풍으로 극락과 지옥을 오갔다. 올해 계사년(癸巳年) ‘흑사의 해’는 대한민국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취임하는 등 변화가 예상되는 해이다. 새로운 한해를 시작하는 뱀띠 불교인사들의 한 해 서원을 들어봤다. 


“종단 쇄신 완성위해 최선 다할 터”

조계종 선본사 주지 덕문 스님

“내년에는 33대 집행부의 자성과 쇄신 결사와 주요사업들을 마무리해야할 시기입니다. 34대 총무원장 선거도 있습니다. 종단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1965년 을사년(乙巳年) 생인 갓바위 선본사 주지 덕문 스님은 신년을 맞는 소감을 이 같이 밝히며 말머리를 풀었다. 덕문 스님은 총무원장 종책특보, 원로회의 사무처장 등 종단 주요 소임을 맡고 있는 만큼 총무원 주요 사업을 이상 없이 마무리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개인적인 서원 역시 종단 직영사찰인 선본사의 발전에 있었다. 스님은 “종단에서 쇄신안을 내놓으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재정 투명화 였다”며 “선본사의 사찰운영위원회가 여법히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원로회의 사무처장으로서 원로의원 스님들을 잘 시봉해 종단의 귀감이 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겠다. 이것만 실천하면 올해 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새롭게 취임하는 대통령에 대해서는 통합을 주문했다. 또한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을 가져줄 것도 당부했다.

덕문 스님은 “대통령 당선 후에는 여야와 세대가 나눠 반목한다. 이를 통합하는 게 대통령의 가장 큰 덕목”이라며 “전통문화에 대해는 문화적, 종교적 측면을 모두 고려해 정책을 펼쳤으면 한다”고 밝혔다.

불자들에게 당부하는 경구로는 ‘조고각하(照顧脚下)’를 꼽았다.
스님은 “자신의 본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행복은 저절로 생겨난다”며 “또한 소욕지족(少欲知足)의 마음으로 산다면 언제나 만족스러운 한 해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수행과 학문에 깊이 천착
동국대 불교대학원장 계환 스님

동국대 불교대학원장 계환 스님은 1953년생으로 올해 꼭 환갑을 맞는다. 하지만 신년을 맞는 소감은 담담했다.

“이전에 환갑은 잘 살던 못 살던 살아있었다는 의미로 기념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갈수록 ‘덤으로 사는 인생이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주변을 위해서 살고 싶습니다.”

스님은 올 한해 서원으로 수행과 학문을 꼽았다. 출가자로서 ‘수행’과 학자로서의 ‘연구’라는 기본을 지켜나간다는 의미다.

“출가한지는 꼬박 40년이 넘지만 활동하면서 제대로 수행을 하지 못한 것은 많이 후회가 됩니다. 또한 현재 동국대 학교 평가 순위가 13위인데 교수들의 연구실적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학자로서 뛰어난 연구 성과를 내 학교 발전에도 기여하고 싶습니다.”

지난해 힐링 열풍으로 불교계의 주목되는 상황에서 계환 스님은 올해 불교가 신비주의를 벗고 대중 속으로 걸어갔으면 하는 바람도 내비쳤다.

“불교가 가지는 장점은 많습니다. 대중들도 이를 알 수 있게끔 불교가 대사회적인 부분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일반인들은 불교가 어렵하고 합니다. 내년 불교계가 신비주의를 벗고 대중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길을 찾았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불자들에게는 〈유마경〉의 ‘중생이 아프면 나도 아프다’는 경구를 한 해 가지고 갈 화두로 꼽았다.

“현대사회는 날이 갈수록 각박해지고 있습니다. 타인을 위한 배려가 필요한 때입니다. 불자들과 국민들 모두 남을 생각하는 이타심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합니다.”


서로 공감대 만들 수 있는 세상 되길
신재순 정토회 자원활동가

정토회 자원활동가로 활동 중인 신재순 씨는 지난 한해를 뜻 깊게 보냈다. 정토회 백일출가 2기생으로 처음 불교를 공부하고 정토불교대 경전반 과정을 공부하며 아집과 법집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도 신심 높은 불자지만 신 씨는 2013년도 삶의 키워드는 ‘여유’로 정했다. 지난해 바쁜 한해를 보낸 만큼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싶어서다.

“2012년은 정토회 100일 출가자 법회를 이끌며 바쁘게 산 한 해였습니다. 주마간산처럼 한 해가 지나갔죠. 그래서 올 한해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그동안 읽고 싶어서 사두었던 책들도 읽고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도 만나면서 제 삶의 재충전시간을 가지고 싶습니다.”

신 씨의 올해 소원은 결혼이다.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은 그가 평생을 함께 할 반려자를 꿈꾸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올해에는 꼭 장가를 가고 싶네요. 이젠 저도 인생에서 함께 하고픈 인연을 만났으면 합니다. 사실 불교공부를 한 동기도 제 자신이 좋은 사람, 행복한 사람이 돼야 누구를 만나든 떳떳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입니다.”

올해 불자들이 생각해봐야 할 경구에 대해서는 법성게의 첫 구절인 ‘法性圓融 無二相’이었다. 저마다의 인연으로 자신의 모습으로 온전하게 살아가고 있음을 서로 서로 인정을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은 지역, 세대, 계층 간 분열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서로 다르기에 함께 할 수 있고 조화로울 수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서로의 입장은 다르지만, 서로 공감해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문제를 풀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불교적 가정관리’ 연구 발원
김외숙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환갑을 맞는 해라고 생각하니 감회가 좀 색다릅니다. 이제는 노년기를 준비해야 할 시기죠. 맡고 있는 소임에 대해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그동안 바쁘게 살았던 만큼 이제는 여유를 좀 가져보려 합니다.”

김외숙 한국방송통신대 가정관리학과 교수는 계사년 신년을 맞는 소감에 대해 이 같이 술회하며 말머리를 풀었다. (사)지혜로운여성 이사로도 활동 중인 김 교수는 올해에는 집필과 연구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개인적으로 방통대 교수로서 관련 교재를 주로 썼지만 최근 일반 학생들을 위한 교재도 집필 중입니다. 이를 마무리하고 불교적 관점에서 가정관리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해 성과를 내고 싶습니다. 이것이 올해의 가장 큰 서원입니다.”

불교여성개발원과 (사)지혜로운여성이 갈등의 시대에 더욱 큰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밝힌 김 교수는 첫 여성 대통령에게도 적지 않은 기대를 표했다.

“박근혜 당선인이 선거 당시 어머니같은 마음으로 보듬겠다고 했습니다. 어머니는 못난 자식이든 잘난 자식이든 모두를 포용합니다. 박 당선인도 이런 모성의 리더십을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또한 박 당선인이 공약이 헛된 약속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주길 바랍니다.”

불자들이 한해 동안 반추해야 할 부처님 말씀으로는 ‘자타불이(自他不二)’와 ‘동체대비(同體大悲)’를 소개했다. 갈등의 시대, 남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우리 사회에 가장 큰 문제는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서로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함께 나아가는 화합의 정신을 가질 수 있기를 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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