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마음산업&불교] 불교 마음산업 어디까지 왔나

서구 중심으로 ‘마음산업’ 형성
미국 시장 규모만 8조원 달해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
현재 불교 수행기관 15곳 성황
프로그램 개발은 포교의 지름길

한국 사회에서 ‘치유’라는 단어는 이제 낯설지 않다. 지난해 한국 사회를 이끌었던 ‘힐링’ 트렌드가 확고히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이미 2000년대 초 ‘웰빙’열풍을 타고 뿌리를 내린 요가, 명상 산업들은 본격적인 대중화·상품화 시대에 들어섰다.

▲ 그림- 박구원
서구에서 먼저 시작된 마음산업
전문가들은 “명상을 단순히 트렌드로만 여기는 것은 시대착오적 판단”이라고 말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마음산업이 거대 시장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명상은 수련 중심의 소수 동호회 차원을 넘어 음악, 서적, 부대상품까지 아우르는 하나의 산업 단계로 성장했다.

실제 명상을 필두로 한 미국 내 마음산업 규모는 60억 달러(한화 8조원)에 이르며 매년 10%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1980~90년대 일본 불교의 ‘젠(ZEN)’열풍이 불면서 마음 산업의 기틀이 마련됐다. 이 같은 현상은 체계적인 매뉴얼화가 되면서 자기 계발(self-improvement) 프로그램으로 보편화됐다.

최근에는 불교적 명상 수행법이 급속히 대중화되고 있으며, 1000만명 가량의 미국인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정기적인 명상을 수행하고 있다. 콜로라도 로키 산맥에 위치한 티베트 불교 명상 수행기관인 ‘삼발라 센터’는 매년 1만 명이상이 수행을 위해 찾고 있다.

캘리포니아 칼라바사스의 명상센터 ‘더 아쉬람’의 경우 1주일 참가비가 3500달러(한화 370만원)나 되지만 6개월까지 예약이 완료돼 있다.

마음산업은 무엇인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마음산업이지만 정확한 규모와 정의는 내려있지는 않다. 다만 한국에서는 몇몇 트렌드 전문가들이 마음산업에 대한 의미를 규정하고 있다. 중앙일보 논설위원을 지낸 정진홍 씨는 본인의 저서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에서 마음산업(mind industry)을 제5산업으로 본다.

그는 마음산업을 “하이테크를 넘어선 하이터치의 산업이자 고감성, 고부가가치의 산업”이라고 평가하며 “시장의 감성화가 시작되면서 마음산업도 엄청난 규모로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학자 패트리셔 애버딘은 저서 <메가트렌드2010>에서 창조의 구성요소인 깨달음이 정신적 재능을 인도할 때 최고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한 명의 깨어있는 개인이 1000억 달러 규모의 산업을 일으킬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시대”라고 설명했다. 이는 불교적 영감으로 아이팟, 아이폰을 내놓은 故 스티브 잡스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들은 모두 마음산업을 자본주의 산업 전반에 적용시키고 있다. 이는 마음산업이 가지는 파급력과 범용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요익중생, 마음산업이 가야할 길
불교적 마음산업의 정의는 (사)수행도량 싸띠아라마를 이끌고 있는 붇다빠라 스님에게서 찾을 수 있다.

붇다빠라 스님이 제시하는 마음산업의 정의는 매우 구체적이다. 스님은 지난해 조계사에서 열린 ‘마음산업에 길을 묻다’ 강연에서 “현대인은 스트레스, 욕망, 분노, 교육, 경영, 스포츠, 예술, 의료 분야 등에서 마음의 관리, 뇌와 마음의 휴식 등에 관한 이론과 기술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며 “마음산업이란 한 마디로 마음을 상품으로 만들어 시장에서 필요한 사람에게 제공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마음산업은 불교수행자가 수행과정에서 알게 된 마음작동 이론인 마음과학과 마음작용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기술인 마음공학을 활용해 산업으로 연결시키는 것”이라며 “불교수행자는 수행의 구체적인 영역인 마음작동 원리를 수행과 깨달음을 위해서만 사용하지 말고, 수행과정에서 획득한 마음관리에 관한 정보를 인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조계사와 통도사에서 설립한 마인드케어 평생교육원은 불교적 마음산업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들 기관들은 △마인드케어지도사과정 △명상체조교실 △대학생 리더십 캠프 △청소년겨울캠프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국가민간자격증인 마인드케어 지도사 과정을 통해 마음 전문가들을 양성하고 기업체, 학교, 군부대 등에 전문 강사로 진출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불교교리, 심리·뇌과학과 접목 필요
이밖에도 현재 불교의 ‘마음 수행’을 특화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곳은 한마음과학원, 제따나와 선원, 동사섭행복마을, 정토회 등 대략 15곳 남짓. 그만큼 불교의 수행을 현대인에 맞게 체계적으로 매뉴얼화하기 위한 저변이 넓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다 보니 불교가 마음수행의 종가(宗家)이면서도 이제 서구 전문가들의 프로그램을 비싼 돈을 주고 역수입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적지 않는 불교계 전문가와 스님들이 마음산업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불교계에는 마음산업이 아직 깊게 뿌리 내리지 않았지만, 부처님 말씀을 현대화·대중화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것이다. 

동사섭행복마을 이사장 스님은 “마음산업이라는 단어가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요즘에 한창 유행하고 있는 힐링 프로그램을 마음산업이라고 규정했을 때 한국불교는 걸음마 수준도 안된다. 템플스테이 정도를 마음산업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불교 안에 무궁무진한 콘텐츠들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위빠사나 전문가인 전현수 정신과 전문의는 불교가 가진 종교적 지혜를 보편적 지혜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불교계 마음 산업이 현대인의 복잡한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진화해야 한다”며 “마음 콘텐츠에 대한 모든 자원은 불교 안에 있다. 불교 안에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고 이에 대한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현갑 마인드플러스 스트레스대처 연구소장 역시 “불교문화가 전무한 서양이 불교의 명상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고통을 없애고 마음의 평화를 찾게 하는 새로운 방법이기 때문”이라며 “최근에는 뇌와의 상관성이 연구되며 점차 과학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뇌과학은 매우 어렵고 방대한 학문이지만, 마음수행이 근간인 불교계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특히 불교계 전문 연구기관과 전문 인력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이 불교적 마음산업의 필요성은 나날이 강조되고 있는 시점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불교의 참선 수행 등을 보편화할 수 있냐는 것이다.

이태호 조계사 마인드케어 평생교육원 기획이사는 “마음산업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에는 사람들이 간단히 쓸 수 있는지,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중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마음산업과 불교포교는 다른 것이 아닌 하나”라며 “불교와 수행의 목적은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행복해지는 데 있다. 마음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불교교단과 수행단체가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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