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율의 조문만 붙들고 있는 건 ‘계율’ 모르는 것
계율의 조문만 붙들고 있는 건 ‘계율’ 모르는 것
  • 박재완 기자
  • 승인 2012.12.10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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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 지계제일(持戒第一) 우바리 존자 <하>진정한 계율

〈거조암 우바리 나한상〉

 

 부처님과 출가자 머리 깎으며
계율의 정수 듣고 또 들어
유마, “죄·마음 다 空해야 참다운 참회”
‘지계제일’ 1차 결집서 증명

 

 지계제일 우바리 존자는 부처님의 십대제가 가운데 유일한 천민 출신이다. 이발사였던 우바리 존자는 출가 후에도 부처님과 비구들의 머리를 깎아주었다. 특히 우바리가 초심자들의 머리를 깎아 줄 때 부처님은 항상 율을 설했다. 그래서 우바리는 다른 성문들보다 특히 부처님의 계율을 많이 듣게 된다.

삽화 / 김흥인

계율의 정수를 듣다
어느 때, 부처님이 우바리에게 물었다. “너는 계가 무엇인지 아느냐?” /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세존께서 시키시는 대로 계를 지켰을 뿐, 잘 모르겠습니다. 다시 가르쳐 주십시오.” 〈앙굿따라 니까야〉 우바리경에서 부처님이 우바리 존자에게 말씀하신다. 본경에서 부처님이 우바리에게 설하는 법(계에 관한)은 ‘계율의 반야심경’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재가에 살면서 청정범행을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니 나는 이제 머리와 수염을 깎고 물들인 옷을 입고 집을 떠나 출가하리라. 그는 그와 같이 출가하여 비구들의 계목을 받아 지녀 그것과 더불어 생활한다.” 부처님은 출가자의 청정범행을 비유하며 계율을 설명하셨다. “그는 생명을 죽이는 것을 멀리 여읜다. 그는 몽둥이를 내려놓고 칼을 내려놓는다. 준 것만을 받고 준 것만을 받으려고 하며 스스로 훔치지 않아 자신을 깨끗하게 하여 머문다. 그는 거짓말을 멀리 여읜다. 그는 중상 모략하는 말을 멀리 여의고 욕하는 말을 여읜다. 그는 적절한 시기에 말하고, 사실을 말하고, 유익한 말을 하고, 법을 말하고, 율을 말하며 가슴에 담아 둘만한 말을 한다. 하루 한 끼만 먹는다. 화환과 향수와 화장품으로 치장하는 것을 멀리 여읜다. 높고 큰 침상을 멀리 여읜다. 금과 은을 멀리 여읜다. 생고기를 받는 것을 멀리 여읜다. 여자나 동녀를 받는 것을 여읜다. 악용하고 속이고 횡령하는 것을 멀리 여읜다. 상해, 살해, 포갑, 약탈, 노략질, 폭력을 멀리 여읜다. 그는 몸을 보호할 정도의 옷과 몸을 지탱할 정도의 음식으로 만족한다. 그는 어디를 가더라도 그의 필수품을 몸에 지니고 간다. 새가 어디를 날더라도 자기 양 날개를 짐으로 하여 날아가는 것과 같다. 그와 마찬가지로 몸을 보호할 정도의 옷과 몸을 지탱할 정도의 음식으로 만족한다.
그는 이러한 성스러운 계의 조목을 구족하여 안으로 비난받을 일이 없는 행복을 경험한다. 그는 나아갈 때도 물러날 때도 분명히 알면서 행한다. 앞을 볼 때도 분명히 알면서 행한다. 가사, 발우, 의복을 지닐 때도 분명히 알면서 행한다. 먹을 때도 씹을 때도 맛볼 때도 분명히 알면서 행한다. 대소변을 볼 때도, 걸을 때도, 설 때도, 앉을 때도, 잠들 때도, 잠에서 깰 때도, 말할 때도 침묵할 때도 분명히 알면서 행한다. 그는 세상에 대한 욕심을 제거하여 욕심을 버린 마음으로 머문다. 모든 생명의 이익을 위하여 연민하며, 악의의 오점으로부터 마음을 청정하게 한다. 해태와 혼침을 제거하여 해태와 혼침 없이 머문다. 들뜸과 후회를 제거하여 들뜨지 않고 머문다. 유익한 법들에 아무런 의문이 없어서 의심으로부터 마음을 청정하게 한다. 우바리여, 내 제자들은 이러한 법을 역시 자신에게서 관찰하기 위해 아란야에 머무는 것이지 그들이 이상을 실현했다면 그곳에 머물지 않는다. 우바리여, 와라. 그대는 승가에 머물라. 승가에 머물면 그대에게 편안함이 있을 것이다.”
그랬다. 본경은 아란야에서 수행하고 싶어 하는 우바리에게 대중 속에 머물 것을 다시 한 번 말씀하실 때의 이야기다. 부처님은 그 때 우바리에게 계율의 정수들을 모두 말씀하신다. 이때 계율의 근간이 우바리에게 전해졌다.

유마의 가르침
불교에는 수많은 경전이 있다. 유마경은 유마 거사가 자신의 병고를 통해 탄생시킨 경전이다. 불법을 어설프게 공부한 사람들의 잘못 된 안목을 바로 잡아주고, 대승불교의 근본과 줄기들을 단단하게 챙겨주고 있다. 서슴없고 고칠 것 없는 그의 설법을 보면 누구나 ‘아!’라는 감탄사를 물게 된다. 앞선 제자들의 이야기에서 거듭됐듯이 부처님의 십대제자들도 예외 없이 유마의 죽비를 받았다. 우바리 존자 역시 유마의 점검을 받는다. 경전의 시작 역시 유마의 ‘병문안’으로 시작된다. 부처님께서 우바리에게 말씀하신다.
“그대가 유마에게 가서 문병하라.” / “세존이시여, 저도 그분에게 가서 문병하는 일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예전 일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계율을 범한 두 비구가 감히 부처님께 여쭙지 못하고 저에게 와서 감히 부처님께 묻지 못하니 바라건대 의혹과 참회하는 법을 가르쳐서 이 허물을 면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그들에게 법대로 설했습니다.” 두 비구는 수행자로서 가장 무거운 음행계와 살생계를 범했는데, 계율의 스승인 우바리를 찾아온 것이다. 우바리 존자는 자신이 알고 있는 법대로, 비구로서 음행과 살인은 4바라이 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불통참회(不通懺悔)라고 설했다. 그 때 유마가 나타나서 우바리에게 말했다.
“우바리 존자여, 두 비구의 죄를 더 무겁게 키우지 마십시오. 그리고 곧 그들의 죄를 소멸시켜 주십시오. 왜냐하면 그 죄의 본성은 안에 있는 것도 아니며 밖에 있는 것도 아니며 중간에 있는 것도 아닙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바와 같이 마음이 더러운 까닭에 중생이 더럽고, 마음이 청정한 까닭에 중생이 청정합니다. 그러나 그 마음 또한 안에 있는 것도 아니며 밖에 있는 것도 아니며 중간에 있는 것도 아닙니다. 마음이 그러한 것과 같이 죄의 더러움도 또한 그러하며, 모든 법이 또한 그러하여 진여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우바리 존자여, 망상이 더러움이요 망상이 없음이 청정함이며, 전도가 더러움이요 전도되지 않음이 청정함입니다. 나를 취함이 더러움이요 나를 취하지 않음이 청정함입니다. 우바리 존자여, 제법은 모두 허망한 것이라 꿈과 같고 불꽃과 같으며 물에 비친 달과 같으며 거울 속의 영상과 같아서 망상으로부터 생긴 것입니다. 이러한 것을 아는 사람은 참으로 계율을 받드는 것이 되며 이러한 것을 아는 사람은 참으로 계율을 잘 이해한 사람이라 합니다.”
유마의 설법은 그들을 불통참회로 벌한다면 그 두 비구는 이후로 그야말로 막행막식할 것이며, 지금까지 지은 죄보다 몇 십 배의 죄를 지을 지도 모르기 때문에 죄의 소멸은 고사하고 그들을 저 깊은 나락으로 밀어 넣는 것이라는 것이다.
유마가 말하는 죄의 성품이란 안팎과 중간 어디에도 없는 것이며, 마음의 더러움과 청정함에 따라 더럽기도 하고 청정하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마음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어서 죄 또한 그렇다는 것이다. 곧 죄란 마음으로부터 일어나는 것인데, 마음이 소멸하면 죄 또한 없어진다는 것이다. 죄도 없어지고 마음도 소멸하여 두 가지가 다 공하면 이것이 참다운 참회가 된다는 것이다. 모든 존재를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것과 같이 존재하는 것으로 아는 것이 모두 잘못된 소견이며, 모든 법이 매순간 변하는 것이어서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있는 듯이 보일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계율을 잘 받든다고 말할 수 있다고 유마는 말한다. 계율의 조문만 붙잡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계율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설법을 곁에서 들은 두 비구는 유마를 찬탄하면서 모든 의혹을 끊고 참다운 참회를 할 수 있었다. 그 때의 일이 떠오른 우바리 존자는 다시 부끄러운 생각에 유마를 찾아가 문병할 수 없었던 것이다.

율장의 결집
부처님이 열반에 드셨다. 부처님의 제자들은 왕사성 칠엽굴에 모여 부처님의 말씀을 정리하는 결집을 모셨다. 〈아육왕전〉, 〈십송율〉, 〈대지도론〉 등 경전에 의하면 가섭을 중심으로 500의 비구가 모여 법과 율을 결집했다고 되어 있는데, 법과 율 어느 것을 먼저 결집했는지 등 경전마다 다소 차이가 있다. 법을 모은 경장의 결집은 아난 존자가 맡았고, 계율을 정리한 율장은 우바리 존자가 맡았다.
“대중 여러분,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과 율 가운데 어느 것을 먼저 결집하시겠습니까?”
“율은 교단의 생명입니다. 계율이 있어야 교단이 유지될 수 있습니다. 율을 먼저 결집해 주십시오.”
“그럼, 율을 먼저 결집하겠습니다. 계율에 대한 저의 질문에 어느 분이 대답하시겠습니까?”
“우바리 존자가 계율에 대해 가장 많이 아는 제자입니다. 우바리 존자께 맡기는 것이 좋겠습니다.”
가섭 존자가 묻고 우바리 존자가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 바라이(계율 가운데, 가장 엄하게 제지한 것으로, 비구는 살생, 음행, 절도, 망언의 네 가지가 있고, 비구니는 여기에 다른 넷을 더하여 여덟 가지가 있다. 이것을 범한 사문은 사문의 자격을 잃는다) 계율은 어디서 어떤 조건으로 누구에게 설한 것을 계기로 설해졌습니까?”
법상에 오른 우바리 존자는 가섭의 질문에 따라 율을 암송했다. 부처님과의 대화 속에서 많은 계율을 들을 수 있었던 우바리였다. 우바리 존자는 부처님을 떠올리며 계율을 송출했다. 우바리 존자가 송출하고 대중들이 합송함으로써 〈대분별〉, 〈비구니 분별〉, 〈건도품〉, 〈부수〉를 율장으로 확정지었고, 우바리 존자의 제자들이 계승하기로 결정했다. 율장의 결집은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 된다. 1차 결집은 부처님 열반 후 3개월 후에 시작해서 다음 해 2월 보름까지 약 7개월 동안 합송을 진행했다.
눈이 있어야 볼 수 있고, 귀가 있어야 들을 수 있듯이 계율은 수행을 하기 위한 몸과 같은 것이다. 수행자의 목숨인 것이다. 그 목숨 같은 말씀을 지켜준 이가 있어 우리는 수행자가 될 수도 깨달음을 발원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지계제일 우바리 존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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