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태자의 거문고 선율이…

악사는 자신의 나라로 돌아갔다. 왕은 아들 둘이 무사히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악사 혼자만 돌아 온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선사는 어찌 된 것이냐?”
“형님이... 형님이... 사고로 바다에 빠져 죽고 말았습니다”
“도대체 어떤 사고를 당했단 말이냐?”
“무리해서 바다 가까이 있는 보물을 가지러 갔다가 다가오는 파도에 휩쓸려서...”
“그래서 너 혼자 살아서 돌아왔단 말이냐? 어찌 형이 죽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있단 말이냐?”
악사는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아 울먹이며 이야기를 했다.
“제가 위험하다고 그쪽으로는 가지 말라고 그만큼 일렀건만... 형님이 욕심을 내서 바위가 있는 쪽으로 올라갔고 눈 깜짝할 사이에 파도가 밀려왔습니다”
“정녕 선사가 죽었다면 시체라도 찾아와야 될 거 아니냐?”
“시체는.... 시체는 발견을 못했습니다”
“그럼 아직 살아 있을 수도 있단 말 아니냐?”
“그.. 그것은 저도 장담할 수 없사옵니다”
왕은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신하를 불렀다.
“걔 아무도 없느냐?”
“네에 마마”
“선사를 찾아라. 선사가 갔던 보물섬과 그 근처에 사람이 살만한 땅을 모두 뒤져서라도 꼭 선사를 찾아야 한다. 시체라도 찾아야 한다. 안 그러면 네 놈의 목을 벨 것이다”


악사는 덜컥 겁이 났다. 선사가 살아 있기라도 하면 어떡할까, 난감하기만 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졌다.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다시 한번 자신을 위로했다.
한편, 선사는 혼자서 저작거리로 나섰다. 그가 아는 것은 이곳이 리사발타국의 성안이라는 사실 뿐이었다. 눈앞이 보이지 않아 지나가는 행인과 부딪히기도 하고 따귀를 맞기도 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것은 슬픈 일이었다. 눈으로 즐기던 많은 것들이 사라져 버렸고 그의 눈은 오직 내면으로 향했다.


저작거리에 자리를 잡은 선사는 거문고를 타기 시작했다. 그 깊은 심연의 아픔이 선사의 손가락을 타고 거문고 줄에 닿으면 슬픔도 원망도 아름다운 선율이 되어 흘러 내렸다. 이제 다시는 자신의 나라로 돌아갈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거문고를 타는 일 밖에 없었다.
그의 음악은 길 가던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고, 울던 아이는 울음을 그쳤고, 다투던 부부들은 화해를 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선사의 음악을 듣기 위해 몰려들었다.


선사 역시 거문고에서 위안을 얻었다. 거문고를 타면서 그가 한 나라의 태자였던 사실도 그리고 동생이 자신을 배신했다는 사실도 모두 잊었다. 사람들은 선사 앞에 먹을 것을 두고 가고 동전을 던져주기도 했다. 성안에 있던 오백 거지들은 선사가 동냥한 음식들을 나눠 먹었다. 선사는 그렇게 거리를 떠도는 방랑자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리사발타국의 왕이 거리를 지나고 있었다. 그때 저작거리에는 선사의 거문고 선율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그 선율은 너무나 아름답고 충만해 발길을 멈추고야 말았다. 왕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왕은 선사 가까이로 갔다.


“너는 누구냐?”
“저는 그저 거리를 떠도는 거지일뿐입니다”
“누구에게 거문고를 배운 것이냐?”        
“누구에게 배웠는지도 잊었을 만큼 오랜 시간이 흘렀지요. 그저 제 손이 거문고를 기억할 뿐입니다”
“너의 소리는 참으로 감동적이다. 내 옆에서 거문고를 연주할 수 있겠느냐?”
그렇게 선사는 리사발타국 왕궁으로 들어가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선사의 연주를 듣는 내내 왕의 마음은 충만했으며 기쁜 마음이 되었다. 선사는 왕이 부르지 않아도 매일 매일 자신의 처소에서 거문고를 타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공주가 우연히 선사의 처소 앞을 지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소리에 발길을 멈췄다. 그렇게 내내 서서 공주는 선사의 거문고 소리를 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옆의 시녀에게 물었다.


“이것은 무슨 소리냐?”
“이 소리는 아마도 눈먼 장님이 탄다는 거문고 소리인듯 하옵니다”
“눈먼 장님이 어찌 거문고를 탄단 말이냐?”
“그것이 신기하옵게도 눈을 감고도 눈을 뜬 사람보다 더 훌륭하게 거문고를 타 모두를 놀라키고 있다고 하옵니다”
“내 직접 눈으로 확인을 해야겠다”


공주는 선사의 방문을 열어젖혔다. 그런데 그곳에 앉아 있는 선사는 온몸이 빛나는 귀공자였다. 공주의 눈에는 선사의 상한 눈이 보이지 않았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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