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공간부족현상을 해결하는 길은 건물을 더 짓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 그러나 사찰의 공간적 범위는 제한되어 있고, 전통사찰의 경우 대부분의 사찰이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문화재현상변경허가를 받아야 하는 법적, 제도적 구속을 받아야 한다. 더구나 전통사찰은 이미 구조적 틀이 완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것을 벗어나서 새로운 건물을 덧붙이거나 규모를 크게 확장하는 것은 진정성을 훼손하는 일이 된다. 그러다보니 사찰에서 당장 필요한 공간이 있어도 함부로 공간의 규모를 늘리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공간도 만들어내지 못하는데, 물건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은 더구나 힘들고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결과 전각이나 당우의 처마 밑에 물건을 쌓아두기도 하고 누마루 아래 넣어두기도 하며, 심지어는 비닐이나 목재를 이용해서 조잡한 간이창고를 만들어 보관하기도 한다. 이러한 것들은 보기에도 좋지 않고, 물건도 제대로 관리하기 어려워 여러 가지 문제를 발생시킬 소지가 있다. 아예 보이지 않으면 그래도 낫겠지만, 보이는 곳에 방치되거나 간이창고 안에 보관된 물건들은 사찰의 청정환경을 해치는 원인으로 작용하여 문제가 심각한 것이 사실이다.
청정한 사찰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가고 있는 요즈음 사찰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문제점은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스님들이 우리들에게 항상 가르치는 ‘비우는 삶’을 산다면 이러한 문제가 해결될 듯도 하다. 비우는 마음이 있다면 사찰은 예전의 기능에 충실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보다 덜 복잡할 수 있을 것이다. 작게 보면 사찰에서 필요로 하는 물건이 지금처럼 많지도 않을 것이며, 낭비되는 물건도 적어질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볼 때, 비우는 마음이야말로 사찰환경의 청정성을 이루는데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