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번뇌-⑤근본번뇌 만慢·의疑·악견惡見

 탐욕[貪]ㆍ분노[瞋]ㆍ어리석음[癡]에 이어 근본번뇌의 다음 세 가지는 만(慢)ㆍ의(疑)ㆍ악견(惡見)이다. 이중에 만은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자신은 그 보다 높이고 다른 사람은 자기보다 낮추는 마음이다. 이 세상에서 비교하거나 비교 당함으로써 괴로움을 느껴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만큼 비교에 의한 괴로움은 세상의 수많은 번뇌 중에서도 그 비중이 크고 그로부터 또 다른 번뇌들이 파생되기도 하기 때문에 불교에서는 만을 근본번뇌로 분류했다.

이와 같이 남과 비교해서 마음이 스스로를 더 잘났다고 생각하게 하는 만(慢)에는 다시 3만, 7만 등의 여러 종류가 있다. 3만은 자신을 남과 비교하여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아승만(我勝慢)과 다른 사람이 자신보다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동등하다고 생각하는 아등만(我等慢), 자신보다 매우 우월한 사람과 비교하여 자신은 조금만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아열만(我劣慢)을 말한다.

7만은 자신보다 못한 사람에 대해 가지는 우월감인 만(慢), 자신과 동등한 자에 대해서는 우월감을,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에 대해서는 자신과 동등하다고 생각하는 과만(過慢), 또한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에 대해 우월감을 가지는 만과만(慢過慢), 오온(五蘊)의 일시적 화합에 지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몸에 변하지 않는 자아가 있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견해에서 비롯된 아만(我慢), 아직 깨닫지 못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깨달았다고 생각하는 증상만(增上慢), 자신보다 훨씬 뛰어난 자에 대해 자신이 조금만 열등할 뿐이라고 생각하는 비만(卑慢), 덕(德)이 없는데도 스스로 덕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만(邪慢)이 그것이다. 어떤 종류의 만이든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마음속의 큰 번뇌가 없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의(疑)는 의심하는 마음의 작용을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불·법·승의 삼보(三寶)를 의심하고 선과 악의 업보(業報)를 의심하고 삼세인과(三世因果)를 의심하고 사제(四諦)와 연기(緣起)를 의심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세상의 근본원리와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는 진리에 대한 의심이므로 의는 고로 부터의 해탈에 장애가 되는 번뇌라고 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견(見)은 본래 심사숙고해서 형성된 견해를 의미하지만 불교에서는 주로 잘못된 견해로서의 근본번뇌를 말한다. 이 견에는 유신견(有身見)ㆍ변집견(邊執見)ㆍ사견(邪見)ㆍ계금취(戒禁取)ㆍ견취(見取)의 다섯 가지가 있다. 이 중에 무상한 오온으로 이루어진 신체에 대해 나와 나의 것이라고 집착하는 견해를 유신견이라 한다. 또한 이 세상이 영원하다는 생각과 끊어진다고 하는 생각, 유한하다는 생각과 무한하다는 생각, 여래는 사후에 존재한다는 생각과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 등의 극단적인 견해에 치우쳐 있는 견해는 변집견이라고 한다. 그리고 사견은 모든 잘못된 견해를 총칭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특히 인과를 부정하는 잘못된 생각을 사견이라고 한다.

인과를 포함해서 연기를 부정하는 한 불교의 가르침에는 결코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견취는 배타적인 이론에 대한 배타적인 믿음이다. 자신들이 믿는 교리만이 진리이고 다른 것은 잘못됐다는 생각은 심지어 전쟁을 일으켜 매우 비참한 상황을 만들어 낼 수도 있을 만큼 위험한 번뇌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계금취는 고행 등이 해탈을 얻기 위한 바른 수행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해탈을 얻고 하늘에 태어나기 위한 진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잘못된 견해를 말한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빈번히 경험하게 되는 이러한 괴로움들에 대해 되돌아보는 것은 매우 유익한 일이다. 그것만으로도 갖가지 마음의 움직임만큼이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번뇌 중 아주 많은 부분을 털어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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