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카밧진 박사 다보법당서 특별강연

▲ 존 카밧진 박사는 11월 10일 서울 마포 다보빌딩 법당에서 특별법문을 통해 “ 종교적인 틀을 뛰어넘는 MBSR을 통해 우리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우리는 이루어야 할 그 어떤 것도 없다. 왜냐하면 당신은 이미 그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단지 그것을 잊고 있을 뿐이다”고 강조했다.

마음챙김 명상과 서양의학의 접목
마음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완화(MBSR) 프로그램

한국심신치유학회(회장 안희영)와 대한불교진흥원(이사장 김규칠)은 11월 10일 서울 마포 다보빌딩 법당에서 세계적인 심신의학 프로그램인 ‘마음챙김에 기반한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Mindfulness-Based-Stress Reduction, 이하 MBSR) 창시자 존 카밧진(Jon Kabat-Zinn) 박사를 초청, 특별강연 시간을 마련했다.
카밧진 박사는 “마음속에서 인지적으로 색ㆍ형상을 만들면 그곳에 형상이 있고, 인지적으로 공(空)을 만들면 마음속에 공이 있다”며 “단지 한 생각에 대한 집착이 있을 뿐이다. 우리는 마음챙김 명상을 통해 이름과 형상을 초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강연의 요지다.
 

사성제…의료과정 닮아
MBSR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우리가 가졌던 기본적인 생각은 법(法, Dharma)의 핵심을 주류의 의료보호 체계 속으로 가져가는 것이었다.
33년이 지난 후 약 2만 명의 사람들이 8주간 MBSR을 거쳐갔고 미국 전역뿐 아니라 캐나다와 전세계로 확산됐다. 미국 전역 520여 병원과 클리닉에 MBSR 프로그램이 도입돼있다. 또한 전세계 250개의 MBSR 연구소가 있다.
MBSR은 법의 진정한 표현이고 최소한 그렇게 되기를 지향하는 형태다. 때문에 명상수행에 경험이 없거나, 깊은 법에 대한 이해가 없거나, 불보살의 모습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사람은 MBSR의 정수를 가르칠 수 없다.

마음챙김(mindfulness)은 원래 불교에서 기원한 것이다. 그러나 MBSR은 불교를 포함한 특정 종교를 내세우지 않는다. 과학적이면서도 종교 및 영성 전통에 대해 열려있다. 불교가 마음챙김을 가장 체계적으로 발전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종교 및 영성 전통에도 마음챙김과 유사한 보편적 흐름이 있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MBSR은 초 종교적이며 어떤 이념을 주입시키고자 하지 않는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종교가 무엇이든 저항이나 어려움없이 MBSR을 통해 건강 및 행복에 대한 유익함을 배울 수 있다. MBSR에는 다르마라는 보편적 법칙과 과학이라는 두 가지 다른 전통이 녹아있다. 즉 영성 전통과 현대과학을 지혜롭게 통합해 현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고통을 완화하고 개인과 사회의 성장ㆍ발전ㆍ변화를 지향한다. 이런 초 종교적이고 과학적이고 일상성 중심의 접근 방식으로 MBSR은 서구의 주류사회에서 폭 넓은 인정을 받고 있다.

부처님이 설한 사성제는 의료의 과정을 닮은 기본적인 가르침이다. 특별히 불교적인 것은 없다. 첫째는 고통이 있고 실재한다는 것이다. 의사는 그것을 진단이라고 부를 것이다. 고통은 자신의 무명(無明)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두 번째인 집제(集諦)는 의사의 입장에서 볼 때 고통, 질병의 원인이 되는 탐진치다. 자기화라고 부르는 것인데 우리 자신의 본성이 아닌 어떤 것 과 나를 동일시 해 나가는 것이다. 세 번째는 약, 질병치료가 가능한가를 보는 것이다. 치유와 해탈이 가능한지, 그리고 고통을 여의는 것이 가능한지를 살피는 것이다. 이해 대한 처방은 그 고통을 성찰하는 것이다. 고통을 그대로 보지 않기 때문에 치유가 되지 않는 것이지 실상을 바로 보면 치유는 가능하다.

사성제의 네 번째인 도제(道諦)는 의사들이 치료의 계획이라 부르는 것이다. 고통으로부터 해방을 위한 처방이라 볼 수 있는 것으로 팔정도가 이에 해당된다.
팔정도는 마음챙김에서 비롯되며 각각의 요소는 서로 연결돼 있다. 마음챙김과 자각을 해야 바른말[正語]과 바른노력[正精進]을 할 수 있다.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의 삶에서 현재에 온전히 머물지 않고, 마음챙김을 하지 않고서는 바른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내안에 이미 근본을 갖고 있다
우리는 마음챙김이라는 용어를 학술적ㆍ아비달마적 측면 등 다양한 요소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썼다. 왜냐하면 사성제, 팔정도, 칠각지, 5가지 장애 등을 거론할 때 미국에서는 아무도 흥미를 갖지 않을 것이다.
마음챙김수행을 할 때 삼매(사마띠) 또는 집중을 계발하지 않고서는 마음챙김을 계발할 수 없다. 마음챙김을 계발하지 않고서는 자애를 계발할 수 없다.

우리의 지성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를 자유롭게 하지 못한다.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다. 마음속에서 인지적으로 색, 형상을 만들면 그곳에 형상이 있다. 마음 속에 인지적으로 공(空)을 만들면 마음속에 공이 있다. 그 어떤 경우에도 자유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한 생각에 대한 집착이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떻게 이름과 형상을 초월해 갈 수 있을까. 우리의 삶, 우리의 인간 됨(humanbeing)이라고 하는 것의 다른 영역에는 자유롭게 하는 것이 있다. 우리는 이미 그것을 가지고 있고 따로 획득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수년간 학교에 다니면서 생각하는 것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고 능숙해진다. 하지만 과연 우리가 자각을 개발할 수 있는 교육이 있었을까. 자각은 지성의 또 다른 측면이고 우리의 인간됨에 대한 기쁨이다. 우리가 마음챙김에 기반을 둔 명상을 하지 않으면 자신속에 깊이 현존해 있는 자각이라는 기능을 놓치고 말 것이다.

불교라는 것도 매우 보편적이다. 불교라는 이름과 그 형상을 넘어서면 그 속에 아름다움이 깃들여져 있다. 많은 사람들이 불교라는 이름과 형상을 통해 공덕을 쌓아왔지만 불교라는 이름에 갇혀있다면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해결하기에는 부족할 것이다.
3000명 청중들 앞에서 달라이라마 존자께 “불법(佛法)과 보편적 진리라는 것에 차이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드린 적이 있다. 달라이라마는 “No(아니오)”라고 대답했다.

만일 우리가 자각을 갖고 있다면 <반야심경>에서 말하는 ‘그 어디에도 갈 곳이 없고 할 일도 없고 이루어야 할 것이 없다’를 이해할 것이다. 우리는 이루어야 할 그 어떤 것도 없다. 왜냐하면 당신은 이미 그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단지 그것을 잊고 있을 뿐이다. 우리의 자각에 구름과 안개가 끼고 가려진 것일 뿐이다. 보통 일상의 삶에서 자각은 원인과 조건에 대한 인지적 자각이다. 예를 들어 차가 오고 있는데 그것을 피하지 못하면 차에 치어 죽게될 것이라는 식으로 자각한다. 그런데 마음챙김은 순수한 자각이다. 주의를 기울여 순수한 자각을 하는 것이다.

마음챙김은 매우 단순한 수행이지만 쉽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의 마음은 여기 있다 저기로 가기 때문이다. 마음은 결코 현재 순간에 머문 적이 없다.
재미삼아 자신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5분정도만 주의를 기울여보라. 대부분 마음이 미래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한다. 또는 미래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만족스러웠던 적이 없다. 그러는 와중에 미래에 있던 마음은 과거로 돌아가 지난 일을 탓한다.

부처님은 수행을 호흡에서 출발
MBSR이 신경·뇌구조 바꿔
깨달음에 대한 욕망 가장 큰 장애

우리의 삶은 오직 지금 이 순간에 펼쳐져 있다. 만일 여러분이 미래가 달라지길 원한다면 미래에 미칠 수 있는 원인을 변화시켜야 한다. 바로 현재의 순간에 존재한다면 그 다음 순간은 다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여러분은 더 지혜로운 언행을 할 수 있게 되고 관계를 맺을 수 있다.

MBSR 프로그램의 참여자들은 굉장한 고통을 갖고 있다. 처음에 그들은 명상을 원하지도 않고 철학에 관심도 없다. 불교, 사성제와 깨달음에도 관심이 없다. 하지만 매우 순수하다. 그들은 깨달음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 그것은 좋은 일이다. 깨달음이라는 것은 그저 개념이기 때문이다. 만일 여러분이 깨달음에 대한 강한 욕망이 있다면 그것은 곧 깨달음의 가장 큰 장애가 될 것이다. 이미 우리 안에 깨달음을 갖고 있는데 바깥에서 끊임없이 찾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마음챙김 수행시 비판단적으로 한다는 것은 어렵다. 왜냐하면 우리는 늘 끊임없이 모든 것에 대해 판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부처님은 수행을 시작할 때 호흡에서 출발했다. 호흡이 길고 짧음을 알아차리는 것이었다. 이것은 단순하지만 쉽지는 않다. 우리마음은 항상 여러 가지에 의해 교란되기 때문이다. 모든 상황이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되길 바라고 그렇지 않게 되면 스트레스를 매우 받는다.

MBSR참여자들은 암, 만성질환, 우울증, 공황장애 등을 갖고 있다. 만일 우리가 의식을 전환한다면 만성통증과 암조차도 스승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삶에서 경험하는 스트레스조차 스승이 된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우리안의 순수한 자각을 만나기 위해 따로 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문제를 ‘나’와 동일시 하지 않기
8주간 MBSR 수행을 통해 사람들은 매우 깊어진다. 3~4주 후 쯤부터는 침묵을 하게 되며 점점 깊어져 간다. 사람들은 최소한의 작은 움직임만 하며 어떻게 존재 속으로 들어가는 지를 배운다. 그리고 자각의 영역 속에 머무는 것을 배운다. 몸에서 감각이 일어나고 사라짐을 알아차리는 것을 배운다. 번뇌에 의해 마음이 산란해지지 않는 것을 배우며 고통을 내 것으로 만들지 않는 것을 배운다.

그들은 그 모든 것을 내 것으로 동일 시 하지 않는 것을 배운다. 자신의 고통이나 불안은 전체가 아니라 일부일 뿐이다. 설령 그들이 심각하고 실제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 할지라도 사람들은 문제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문제와 자신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초반부터 환자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기록하고 과학 논문도 발표했다. 신경과학자 리처드 데이비슨은 MBSR연구를 심화시켰고 스님들을 모시고 뇌를 스캔하는 연구를 했다. 이를 통해 MBSR이 신경구조의 균형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뇌의 중심에는 초기화네트워크가 있는데 우리가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을 때도 끊임없이 우리에게 말을 한다. 지속적으로 생각을 하게 한다. MBSR 훈련 이후에는 이런 서사적인 구조가 감소하게 된다. 그러면서 뇌 옆에 경험적 네트워크가 강화된다. 이곳에는 이야기가 없다. 그저 호흡을 경험한다. 몸의 감각과 청각, 생각이 일어나는 것을 경험하고, 감정이 일어났다 사라지는 것을 경험한다. 이것은 8주 만에 일어나는 변화다. 뇌 구조라는 것 자체가 반복훈련과 경험을 통해 실제로 변화한다는 것을 뜻한다.

불교적인 틀로는 진리를 만날 수 없는 일반 사람들이 법(法)과 명상적 정통, 경험적 과학의 탐구가 하나로 통합된 MBSR을 통해 치유를 하고 변화를 하게 된다.
 

 MBSR 프로그램은
동양의 마음챙김 명상과 서양의학을 접목한 것으로 1979년 이후 세계적으로 가장 임상연구가 많고 정평있는 심신의학 프로그램으로 인정받고 있다. MBSR의 근간인 마음챙김은 본질적으로 주의력 훈련이며 카밧진 박사는 마음챙김을 독특한 방식인 △의도적 △비 판단적 △현재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존 카밧진은 …
매사추세츠 주립대 의과대학 소속의 의료, 건강돌봄, 사회에서의 마음 챙김을 위한 센터(CFM, 미국 MBSR본부)의 창립대표다. 매사추세츠 의대 명예교수이자 세계적으로 명성 있는 마음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완화(MBSR)프로그램 창시자다. 1971년 MIT에서 노벨상 수상자인 샐바도르루리아 박사 문하에서 분자생물학 박사를 받고 1960년대부터 명상, 요가 등을 수련하면서 폭넓은 지도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1974년부터 숭산 스님을 만나 한국식 참선을 배우고 보스턴 근교 캠브리지 선원에서 수석 지도자로 지도를 하는 등 우리나라와도 많은 인연을 갖고 있다. 대표저서로는 〈마음챙김과 자기치유〉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처음 만나는 마음챙김 명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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