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유 리카르 스님 고려대서 특별법문

 

▲ 마티유 리카르 스님은 11월 1일 고려대 운초교육관에서 열린 특별법문을 통해 “불교수행자들은 자애ㆍ자비명상을 수천 년 동안 해왔다. 이런 명상을 계속 한다면 자신의 삶에도 좋지만 타인과 함께 행복할 수 있어 좋다”고 강조했다.

 

한국명상치유학회(회장 김완석)는 11월 1일 고려대학교 운초교육관 강당에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불리는 마티유 리카르(Matthieu Richard) 스님을 초청, ‘행복한 명상-티베트 로종 자비명상의 과학’을 주제로 특별 강연을 개최했다.
이날 리카르 스님은 강연에서 사랑과 자비의 마음이 긍정적이고 행복한 뇌를 만들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법문의 요지다. 
 

잠재된 자비심 닦아 중생 제도해야
우리는 마음자세를 갖기 위해 네 가지를 닦아야 한다. 모든 중생에게 즐거움을 주고 괴로움과 미혹을 없애주는 자(慈)ㆍ비(悲)ㆍ희(喜)ㆍ사(捨)의 네 가지 무량심을 먼저 닦아야 한다. 중생들에게 즐거움을 주려는 자무량심(慈無量心)과 중생의 괴로움을 덜어 주려는 마음인 비무량심(悲無量心), 중생이 괴로움을 떠나 즐거움을 얻으면 기뻐하려는 마음인 희무량심(喜無量心), 그리고 중생을 평등하게 대하려는 마음인 사무량심(捨無量心)이다.

우리가 자비심이라 할 때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감정적인 측면, 또 하나는 인지적 측면이다.
감정적 측면이란 고통 받는 사람을 봤을 때 감정이입이 돼 똑같이 느끼는 것을 말한다. 감정적 공감이 커질 때는 타인이 고통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그런데 감정적 공감을 할 때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은 타인의 고통이 나에게 미친 영향을 깊게 생각하지, 당사자가 받는 고통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 고통을 보고 이타적 사랑이나 남을 도우려는 동기로 발전시키지 못한다.

자기 자신의 감정적 배려가 타인에게 미칠 때 결국 이타적 동기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감정적 자비심이라는 것은 주변에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고통 받는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다.
자비심의 인지적 측면을 보도록 하자.
부처님의 사성제에서 첫 번째 진리 고(苦)가 있다는 고제는 감정적 자비로 가는 첫 번째 단계다. 부처님께서 고통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을 때 부처님은 분명한 고를 지적한 것이 아니다. 대학살이 일어날 때부터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니어도 그것이 고통임을 안다.
그래서 부처님이 말한 고통의 원인은 그것보다 훨씬 깊은 차원의 것이다. 우리가 평소 고통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이것은 무지를 근거로 해 일어나는 가장 깊은 차원의 고통이다.
무지(無知)라는 것은 정보가 없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불교에서는 현실을 왜곡되게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세상에 어떠한 것도 굳건한 것이 없는데 무상한 것을 영원하다고 느끼는 게 고통이다. 그리고 세상 모든 것이 연기적으로 존재하는데 독립된 자아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고통이다. 또한 역동적인 의식의 흐름이 있을 뿐인데 나라는 존재가 탄탄히 있다고 믿는 것도 고통이다.
자비의 인지적 측면은 바로 이런 근본적인 무지를 향한 것이다. 자비의 다양한 측면을 개론적으로 살펴보면, 우리는 자애와 자비 모두를 체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것을 닦지 않는다면 낮은 차원에 그대로 있게 된다. 읽고 쓰고 악기를 연주하는 가능성이 있지만 그것을 연습하고 닦지 않으면 실력이 향상되지 않는 것과 같다. 물론 어린아이처럼 피아노를 아무렇게 칠 수 있지만 더 이상의 발전은 없다.
자애와 자비도 자연적으로 발현되는 능력이 있다. 살아오면서 우리는 그런 순간들을 체험한다.
생물학적으로 보면 부모의 사랑과 어머니가 자식에게 쏟는 사랑은 아주 자연스럽고 타고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랑은 굉장히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고 몇 사람에게만 한정돼 있다. 그리고 이런 한정적인 것은 우리가 아끼는 사람에게만 제한돼 있다.

달라이 라마는 이렇게 기본적으로 잠재된 생물학적 사랑을 좀 더 넓게 깊이 펼쳐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많은 중생들이 우리를 어떻게 대하든 상관없이 그들에게 우리의 사랑을 펼칠 수 있다.
자비라는 것은 어떤 사람이 선행을 했다고 보상 받는 것도, 악행해서 벌을 받는 것도 아니다. 단지 자비의 대상이 언제 어디에 있든 그것의 고통의 원인을 제거해주는 것이 자비다.
2500년의 전통을 가진 불교에서는 자비ㆍ자애심을 계속 닦아 모든 중생에게 펼친다. 이러한 마음공부는 명상을 통해서 가능하다.

명상…나도 좋고 남도 좋은 수행
명상은 산스크리트어로 드야나(Dhyana)인데 이것은 닦는 다는 것으로 품성이나 기술, 새롭게 인식하는 방법을 말하며, 티베트어로 곰(Gom)이라 하는데 무엇에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명상은 마음의 본성을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 두는 것도 좋다. 현상계를 바라볼 때 이것은 좋다 나쁘다 분별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도 명상이다.
명상에는 자애나 자비처럼 특별한 성품을 닦고 기르는 명상이 있다. 불교 수행자들은 이런 명상을 수천 년 동안 해왔다. 이런 자애ㆍ자비명상을 한다면 자기의 삶에도 좋겠지만 타인에게 이타적으로 혜택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남들도 좋아한다.

금세기 들어 과학이 눈부신 발전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과학을 신뢰하게 됐다. 자애ㆍ자비심을 닦는 수행이 우리에게 효과가 있다는 것을 과학 연구를 통해 밝혀준다면 현재 사람들은 더 넓게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25년 전 이런 마음을 갖고 달라이 라마가 주도하고 신경과학자 프란시스코 바렐라가 참여해 ‘마음과 삶 연구소(Mind and Life)’를 설립했다.
처음에는 아주 작은 모임이었다. 달라이 라마와 양자역학, 뇌과학, 물리학, 심리학 분야의 소수 과학자들이 함께 모여 마음의 본질과 자연이란 무엇인지를 토의했다. 그러다 2000년 대 초 이 연구소는 명상이 생리학, 뇌, 건강 등에 미치는 영향 등을 본격적으로 연구했다.
20~30년간 명상을 해온 수행자와 2~3주간 명상해온 명상자에게는 어떤 효과가 있는지 등을 연구했다. 과학과 명상을 접목한 연구와 움직임이 일어나기 전에는 소량의 과학적 연구 결과가 있긴 했지만 타당한 데이터로 간주되지 않았다.

‘마음과 삶 연구소’가 해마다 이런 세미나를 개최했고, 드디어 2000년에 美 위스콘신대의 리처드 데이비슨 박사가 감정과 뇌를 연결하는 연구를 가장 처음 시도했다. 미국 임상심리학 전문가인 폴 에크먼 박사는 감정이 얼굴 표정에 미치는 영향을, 프란시스코 바렐라의 제자들도 이러한 주제들을 토대로 연구했다.
초기연구에서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오자 과학계의 다른 연구소에서도 명상의 장ㆍ단기적 효과를 연구하기로 했다.
그래서 이렇게 세계적으로 명상과 과학을 접목한 연구가 퍼져나간 결과 프린스턴ㆍ하버드ㆍ 예일대 등을 비롯해 홍콩까지 30개 주요 연구소에서 명상-뇌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이런 대학 연구소들을 많이 방문하면서 자기공명영상(FMRI)실험에 피실험자로 많이 참여하기도 했다.
연구소들은 처음에 정확하고 신빙성있는 과학적 연구결과를 얻기 위해 평생 동안 1만~6만시간을 명상한 고도의 명상수행자를 실험대상자로 선정해 연구했다. 딜고켄체 린포체ㆍ칸규르 린포체의 제자들을 선정해 실험했다.

명상과 과학 접목 연구 활발
자비명상자 긍정적 감마파 증가
이타행 할때 행복감 높아져

리처드 데이비슨 박사는 초보자와 고도의 명상수행자를 대상으로 뇌파계를 측정하는 전극을 머리에 부착하고 휴식상태, 명상상태를 측정하고, 숙련명상자와 초보명상자들의 뇌파 상태를 비교했다.
데이비슨 박사는 일주일동안 명상경험이 없는 일반인들에게 자애ㆍ자비명상을 하라고 지시하고, 장기 명상자들에게는 휴식을 취하다 명상을 하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뇌의 여러 부분에 흩어져 있는 정보들이 조합돼 인지작용이 발생했을 때 나타나는 감마파(γ)가 급격히 증가했다. 감마파는 뇌의 긍정적인 부분과 관련된 것이다.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타냐라는 연구원이 자애명상을 통한 통증을 완화시키는 연구를 했다.
그 결과 몸 안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명상을 하기 전과 후 다르게 나타났다. 명상을 한 후의 통증 강도가 낮게 느껴진 것이다. 이런 과학적 연구결과는 명상자가 뇌의 감정적 측면 등 어떤 측면이든 다룰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타인에 친절 베푸는 일은 행복한 일
장기 명상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을 대상으로 주의ㆍ집중력 테스트도 했다. 이들에게 컴퓨터 화면의 숫자를 계속 바꾸면서 보여주다 중간에 숫자 ‘0’을 보면 버튼을 누르게 하는 시험이었다. 45분간 실험이 진행됐는데 명상훈련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15분만 지나도 금방 지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면 정확도도 점점 떨어졌다. 그러나 장기명상자의 경우는 변화가 별로 없다. 그리고 45분이 될 때까지 실수도 없었고 지치지도 않았다. 우리는 여기서 명상수행자들이 무엇인가를 쉽게, 그리고 집중을 잘한 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는 긴장 하고 잘 못타지만 능숙하게 잘 타면 두손을 놓고 앞으로 나가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 밖에 위스컨신대학은 4세 아동들을 대상으로 명상실험을 실시했다. 이들은 사회적으로 많은 범죄와 문제가 있는 가난한 지역의 아동들이었다. 아동들과 담당 교사에게 10주간 하루 30분, 일주일에 3회 명상을 하도록 했다. 5주는 알아차림 명상을, 나머지 5주는 자애명상을 시켰다. 곰인형을 가슴에 얹고 숨을 쉴 때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을 느껴보는 방식으로 알아차림 명상을, 다른 사람에게 감사하기 등을 느끼는 자애명상으로 진행했다.

이후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아이들에게 제일 친한 친구, 별로 좋아하지 않는 친구, 모르는 친구, 반창고를 붙인 고통을 느끼는 아이의 사진 네 개를 보여주고 원하는 사진에 스티커를 붙이게 했다. 실험 전 아이들 대부분은 자기가 좋아하는 친구에게만 스티커를 붙였으나, 10주 훈련이 끝난 후 네 사진 모두에 똑같이 스티커를 붙였다. 타인에게 자비심을 갖게 된 것이다. 아이들은 10주간 이 명상체험을 즐거워했다. 우리는 이렇게 간단한 훈련으로도 효과가 좋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스컨신대는 또한 많은 학생들에게 친절함과 긍정적 감정을 늘릴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을 했다.

학생들에게 하루에 한번 씩만 친절한 행동을 하게 한 것이다. 일주일이 지난 뒤 소감을 조사했다. 매일 하나씩 5회의 친절한 행동을 했을 때는 별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하루에 5회씩 자비심을 베푸는 행동을 했을 때는 이들의 만족감ㆍ행복감이 올랐다. 이런 식으로 학생들은 “상대에게 친절을 베푸는 일이 행복한 일이구나”라는 것을 느낀다.

우리는 다양한 연구결과를 통해 긍정적인 사회적 연계성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타인과 감정적 공감을 할 수 있는 것은 건강한 삶을 누리는 것이 곧 행복한 사람이라 말 할 수 있다. 사회적 연대감, 즉 우리가 얼마나 남들에게 의지할 수 있고 그들도 우리에게 의지하는 것은 모두에게 혜택을 가져온다. 정신건강이 좋아지고 치매와 심장병 줄어들며 마약ㆍ알코올 중독을 해결하고 면역성이 늘어난다. 단명하게 되고 건강을 악화시키는 이유가 사회적 고립에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는 양도 중요하지만 몇 사람과 깊게 교류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앞으로 이러한 긍정적인 결과들이 뻗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티베트 로종 자비명상
티베트 로종 자비명상에서 로(lo)는 마음을, 종(jong)은 닦기 또는 변형이란 뜻이다. 즉 로종은 마음을 닦는 7가지 요점이라고 해석하는 티베트 명상으로 마음을 보살의 방식으로 친절, 사랑, 자비, 인내, 지혜를 일으키는 수행이다.

 

마티유 리카르 스님은 …
1946년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26세에 분자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고, 노벨상 수상자인 생물학자 프랑수아 쟈콥의 지도 아래 연구 활동을 하던 촉망받는 과학자였던 그는, 어느 날 자신의 미래와 문명을 벗어던지고 티베트로 떠나 33세에 승려가 됐다. 현재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불교 전문가가 돼 히말라야에 기거하며 달라이 라마의 통역, 사진작가, 불교 경전의 번역 활동을 하고 있다. 부친은 철학자인 장 프랑스와 르벨로 아버지와 대담을 나눈 〈승려와 철학자〉는 프랑스에서 베스트셀러가 됐고, 20여 개국 언어로 번역됐다. 대표 저서로는 〈티베트의 정신〉 〈춤추는 티베트 승려〉 등 사진집과 〈행복을 위한 변명〉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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