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3호 11월 7일]

학승이 물었다.
“밝은 달이 중천에 걸려있을 때는 어떻습니까?”
조주 스님이 말했다.
“아직 계단 밑에 있는 사람이네.”
학승이 말했다.
“원컨대 스님께서 계단 위로 끌어 올려주십시오.”
조주 스님이 말했다.
“달이 지고 난 다음 오너라.”

問 朗月當空時如何 師云 猶是階下漢 云請師接上階 師云 月落了來相見

낭월당공(朗月當空)은 화두가 보름달처럼 선명하게 들리는 것을 말한다. 이 경지는 수행자들이 간절히 원하는 고급 단계이다. 그러나 이 단계도 마지막 단계는 아니다. 여기서도 한 단계 더 넘어서야 한다. 그 단계는 어떤 단계인가? 낭월당공을 던져버릴 때 알 수 있다. 명심하라. 이 공부는 바보가 되기 위한 공부가 아니다. 소중한 것을 버려야 진정한 불지에 오른다.

조주 스님이 어느 때 대중에게 이야기했다.
“내가 처음 약산에 왔을 때에 1구를 얻은 이후로 쭉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배가 불러 아무런 허기도 느끼지 못하고 있어.”

師有時示衆云 老僧初到藥山時得一句子 直至如今齁齁地飽

이 일은 원래 한번 배가 부르면 평생 배가 부른다.

조주 스님이 거실에서 좌선하고 있을 때 주사(主事)가 알렸다.
“대왕께서 오셨습니다.”
대왕이 예배를 하고 나자 근시(近侍)의 신하가 물었다.
“일국의 주인인 왕이 오셨는데 어찌하여 선상에서 일어나지도 않는 것입니까?”
조주 스님이 말했다.
“당신은 모르겠지만 내가 있는 이곳에서는 하급 사람이 오면 3문까지 마중 나가서 응접하고, 중급의 사람이 오면 선상에 내려서 응접하며, 상급 사람이 오면 선상에 앉은 채 응접하는 거요. 대왕을 중급이나 하급 사람처럼 취급할 수는 없어요. 대왕을 무시하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대왕은 기뻐서 스님을 재삼 배청(拜聽)하고 공양 올렸다.

師因在室坐禪次 主事報 大王來禮拜 大王禮拜了 左右問 土王來爲什麽不起 師云 你不會老僧者裡 下等人來 出三門接 中等人來 下禪床接 上等人來禪床上接 不可喚大王作中等下等人也 恐屈大王 大王歡喜 再三請入內供養

최소한 총림의 방장이라면 임금을 상급 대접을 해야지 하급 대접을 해서는 안 된다. 조주 선사는 임금을 상급 대접했다. 그런데 스스로 상급인인줄 아는 임금이 요즘에 있을까?

조주 스님이 주원외(周員外)에게 물었다.
“자네 아직도 임제(臨濟)의 꿈을 꾸는가?”
원외가 주먹을 불끈 쥐는 것을 보고 스님은 또 물었다.
“어느 쪽에서 보는가?”
원외가 말했다.
“이쪽에서 봅니다.”
조주 스님이 말했다.
“어디에서 임제를 보는가?”
원외는 대답이 없었다.
조주 스님이 말했다.
“주원외는 어디에서 왔는가?”
원외가 말했다.
“온 것도 가는 것도 아닙니다.”
조주 스님이 말했다.
“까마귀도 아니면서 날아왔다 날아갔다 하는군.”

師因問周員外 你還夢見臨濟也無 員外豎起拳 師云 那邊見 外云 者邊見 師云 什麽處見臨濟 員外無對 師問周員外 什麽處來 云非來非去 師云 不是老鴉飛來飛去

임제가 준 화두를 든다면 그것이 임제의 꿈이다. 어느 쪽에서 보는가 물었을 때 3번을 때려야 하고, 어디에서 보는가 물었을 때는 문밖으로 나가야 한다. 이에 대하여 반박할 자가 있는가?
오는 것도 가는 것도 아니라고 말하면 옳은 답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게 말하면 본전도 찾지 못한다. “주원외는 어디에서 왔는가?” 하고 물었을 때 자신의 공부를 다 내놔야 한다. 만일 나에게 묻는다면 “백두상설(白頭常雪)”이라고 대답하겠다. 천하의 납자들이여! 나의 이 대답이 어디에 잘못이 있는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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