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3호 11월 7일]

 학승이 물었다.
“깨달음의 꽃이 아직 피지 않았을 때는 진실을 어떻게 구별합니까?”
조주 스님이 말했다.
“이미 피었어.”
학승이 말했다.
“진입니까? 실입니까?”
조주 스님이 말했다.
“진이 바로 실이고 실이 바로 진이다.”

問 覺花未發時 如何辨得眞實 師云 巳發也 云未審是眞是實 師云 眞卽實實卽眞

깨달음의 꽃은 석가모니의 깨달음을 말한다. 석가모니가 깨닫지 못했다면 수많은 진리 중에 무엇인 진실인지 어떻게 알 것인가? 이에 대해서 조주 선사는 그 꽃은 석가모니 이전에 피었다고 말한다. 부처 이전에도 부처는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부처 이전의 부처란 누구인가? 여기에 대한 답을 알고 있다면 그대는 이미 부처이다. 나는 그 사람에게 말하겠다. 더 이상 움츠리지 말라고. 당당하게 살아가라.

학승이 물었다.
“4은(恩) 3유(有)에 보답하지 않는 자가 있습니까?”
조주 스님이 말했다. “있다.”
학승이 물었다. “어떤 사람입니까?”
조주 스님이 말했다. “배은망덕한 놈이다.”

問 還有不報四恩三有者也無 師云有 云如何是 師云 者辜恩負德漢

불법승 삼보의 은혜, 국왕의 은혜, 부모의 은혜, 중생의 은혜가 4은이다. 은혜를 저버리는 자는 이 땅에 살 자격이 없는 자이다. 불법승 삼보를 거역하는 죄, 국왕을 거역하는 죄, 부모를 거역하는 죄가 3유이다. 이 5역죄를 범하는 자가 있다면 그는 죽어도 죽지 못하고 고통으로 지속 되는 과보를 받는다. 깨달은 자도 윤리는 거역하지 않는다.

학승이 물었다.
“가난한 사람이 왔습니다. 무엇을 그에게 베풀어주시겠습니까?”
조주 스님이 말했다.
“아무것도 부족한 것이 없다.”

問 貧子來 將什?物與他 師云 不欠少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은 풍족하게 된다. 아직 원함이 있는 사람은 가난한 사람이 아니다. 없어서 부끄럽고, 창피하고, 괴로운 사람은 아직 가난하지 않는 사람이다. 정말로 가난해져 보라. 그때 대만족을 깨달을 것이다.
학승이 물었다.
“조주의 바른 주인은 누구입니까?”
조주 스님이 말했다.
“노승은 종심(從?)이다.”

問 如何是趙州正主 師云 老僧是從?

나의 주인은 나다. 그 누구도 아니다.

노파가 물었다.
“나는 다섯 가지 장애를 가진 여자의 몸입니다. 어떻게 하면 면할 수 있겠습니까?”
조주 스님이 말했다.
“원컨대 모든 사람은 천상계에 태어나기를 원합니다. 원컨대 노파는 영원히 고해에 가라앉으소서.”

有婆子問 婆是五障之身 如何免得 師云 願一切人生天 願婆婆永沈苦海

여자는 범천, 제석, 마왕, 윤천왕, 부처 등은 될 수 없다고 한다. 이것을 여인의 오장(五障)이라 해 여인은 성불하지 못한다는 말의 근원이 되어 전해 내려오고 있다. 그러나 부처님이 법화경을 설할 때에는 용녀가 즉석에서 성불함을 보임으로써 여인도 성불할 수 있음이 증명되었다.
이후로 원칙적으로 남녀부귀빈천을 구분하지 않고 누구든지 성불할 수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런데 노파는 스스로 오장 속에 있다고 말하면서 면하는 길을 알려달라고 말했다. 조주 선사는 한마디로 잘라 말한다. “못난 여인이여, 진실을 외면하지 말라. 내가 그대를 오장에서 면하게 하는 방법을 알려주면 그대를 영원히 고해에 빠뜨리는 결과가 되고 만다. 나는 차라리 그대를 고해로 인도하는 축원을 한번 해주는 것이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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