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와 난다존자

 경전에 원숭이 일화 자주 등장

난다 존자에게 깨달음 주기도

▲ 일본 닛코 도쇼궁의 국보 삼후상
초기 경전인 담마빠다(법구경)나 수타니파타(경집)의 일화들을 보면 원숭이와 관련된 수많은 일화들이 나온다. 서유기에 보면 원숭이에 불과한 손오공은 마침내 공(空)을 깨치고, 부처님의 수기를 받아 결국 투전승불이라는 부처님이 되어 지금도 참회하는 이들의 절을 받는다.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는 원숭이들을 크게 존중하지 않지만 아름다운 인도의 고대 서사시 라마야나에 나오는 힌두교의 신인 하누만도 원숭이고, 중국에서는 원숭이는 신의 사자(使者) 라고 해서 존중받는 존재이다.

또한 보노보 원숭이나 침팬지 등은 유전자 게놈이 인간과 겨우 1.3% 밖에 차이가 안 난다. 그러니 둘은 먼 옛날로 돌아가면 한 조상에서 떨어져 나왔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담마빠다에 보면 부처님께서 제자들인 대중스님네들의 소란을 피해 어느 숲속으로 홀로 들어가서 지내실 적에 한 원숭이가 과일을 따다 바치자 부처님께서 말없이 받아 드시자 기뻐서 좋아하면서 펄펄 나무 주위를 뛰어다니다가 떨어져 죽은 이야기도 나온다.

중국 숭산 소림사의 무술 중에 가장 고강한 무술에 속하는 무술이 바로 원숭이의 동작을 본 딴 후권인데 기록에 의하면 반선도약(盤旋跳躍)하며 얼마나 날쌘지 눈으로 따라보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난다 존자는 부처님의 이복동생으로 최초의 비구니였던 마하파자파티의 아들이다. 부처님이 출가하신 후 카필라국의 태자로서 왕위에 오를 날을 기다리며, 나라 제일의 미녀인 순다리와 혼약이 되어 결혼식을 하기 전날, 부처님께서 일부러 왕궁을 방문하여 발우를 들게 하여 승원으로 데리고 와서 출가시킨 스님이다.

난다존자가 부처님을 따라 가는 것을 안 순다리가 눈물을 흘리며 돌아오라고 한 그 모습을 잊지 못하는 난다 존자를 위해 부처님은 먼저 보기 흉한 숲속의 암원숭이를 보여주고, 순다리와 원숭이 중 누가 더 이쁘냐고 묻는다.

물론 순다리가 훨씬 더 예쁜 것은 누구나가 다 안다. 그리고 나서 다시 난다존자를 데리고 천상으로 올라가 아름다운 천녀들을 보여주니 순다리의 아름다움은 원숭이의 외모에 불과함을 깨닫게 된다. 그리하여 난다존자는 열심히 수행하여 아라한과를 얻은 후 모든 음욕을 벗어나 범행을 성취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일본에 가면 우리나라에는 없는 야생 일본원숭이들이 산다. 일본원숭이는 보통은 열대지방에서 살아가는 원숭이들 중에 가장 북방한계선에 사는 원숭이들이라고 한다. 그리고, 닛코에 있는 도쿠가와이에야스의 사당인 도쇼궁에 가면, 국보로도 지정되어있고,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되어 있는 마굿간 건물에 투각부조로 붙어있는 8가지의 원숭이 상들이 있다.

그 중에 한 투각 부조판에는 손으로 눈을 감싸고, 입을 막고, 귀를 덮은 세 마리의 원숭이 조각이 있다. 일본인들의 처세술을 상징하기도 하는 이 원숭이 군상은 워낙 유명하여 모르는 사람들은 거의 없으리라 본다.

그런데 며칠 전 속가 모친이 신도로 등록해 다니는 인천 용화선원에 갔다가 철농 이기우 선생이 서각한 법보전 현판이 걸린 계단으로 이르는 입구에 세 개의 원숭이 조각이 있는 것을 보았다.

용화사에 법보선원을 개설하셨던 전강 영신 큰스님이 아니면 그 전법제자이신 송담 정은 큰스님께서 만들도록 지시하셨을 것인 분명한 세 개의 원숭이상은 수행자들이 어떻게 참선해야 할 것인가를 말없이 보여주고 있다.

1975년 1월13일 점심공양을 마친 전강큰스님은 시자에게 “나, 오늘 가야겠다”며 입적을 미리 알리시고, 스님은 제자들에게 “내 몸에서 사리를 수습하지 말고 서해에 갖다 버리라”는 유훈을 남기시고 가셨는데, 지금은 어디 계시는 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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