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기도공간의 청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디자인의 수준을 높이는 것은 물론 기도에 참여한 불자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경기도 ㅇ사찰
야외기도공간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있어왔다. 인도나 스리랑카는 물론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를 가보면 야외기도공간이 많고 그곳에서 기도에 몰입한 불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다. 경주 남산에는 마애불을 조성하고 야외기도공간을 조성한 사례가 아주 많다. 이러한 야외기도공간은 최근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신라시대부터 있어 온 것이니 불가에서는 예로부터 실내는 물론 야외에서도 다양한 신앙생활을 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최근 대학입학을 위한 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우리나라 온 사찰이 들썩들썩하다. 자식들의 무사합격을 기원하는 부모들이 절마다 넘쳐난다. 특히 오래되고 영험이 있다고 소문난 부처님이 상주하시는 야외기도공간에는 기도하러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사람이 많아서 설자리도 없고 절할 수 있는 여지도 없다.
야외기도공간을 보면 부처님을 중심으로 전면에 초를 켜기 위한 스테인리스스틸이나 유리로 만든 함과 향을 피우기 위한 향로, 공양물을 올리기 위한 단 그리고 불전함이 자리를 잡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와서 정성스럽게 초를 켜고, 향을 피우고 공양물을 올리고 쉴 새 없이 절하는 모습을 보면 반드시 자식들이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고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청정성이다. 이곳저곳에 질서 없이 만들어 놓아 산만한데다 시커멓게 그을어 보기가 좋지 않은 초를 켜는 함과 재가 떨어져 주변이 지저분한 향로, 정갈하지 않은 방석, 아무렇게나 벗어 놓은 신발들은 기도하는 이들의 마음과는 정 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기도는 주변이 청정하고 고요하여 자기의 마음을 몰입시켜야 부처님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그렇다면 청정하지 않은 야외기도공간에서 올리는 기도가 제대로 이루어질지 의문이다.

야외기도공간이 청정해지려면 기도하는 당사자들이 부지런해야 한다. 기도공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하심을 내서 신발 정리에서부터 초 켜고 향 피우는 일 그리고 공양물을 올리는 일에 이르기까지 모든 행동에서 청정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다른 이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그리고 기도한 후에 자기가 앉았던 주변을 말끔히 정리하는 것 역시 기도하는 자세로 행해야 한다. 청정도량은 그 도량의 주인이 제대로 관리할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불자들은 깊이 인식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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