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질서하게 축조한 호안석축은 우리나라 전통사찰의 못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양식이다. 경상북도 ㅂ사찰에 새로 조성한 못
사찰의 못은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다. 하나는 불교의 상징인 연을 심어 연꽃을 피우기 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불교에서 존숭의 대상으로 삼는 탑, 불상 그리고 산의 그림자를 비치기 위한 것이다. 앞에서 말한 못을 연지(蓮池)라 하고 뒤에서 말한 못은 영지(影池)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사찰의 못은 불교가 도입되면서 함께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불교도입초기에 지어진 사찰에서 발굴조사된 못이 그것을 증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굴조사결과를 토대로 살펴볼 때, 우리나라 사찰의 못은 인도나 중국사찰의 못과 양식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사찰의 못에서 발견되는 가장 큰 특징은 호안석축이다. 호안석축은 대체로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자연석을 잘 다듬어 층층이 쌓아올리는 형식을 보인다. 단순한 듯 보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돌을 쌓아올리는데 질서가 있고, 전체적인 조화를 생각하여 돌을 조합한 솜씨를 엿볼 수 있다.

전통적으로 우리사찰의 못에는 못 주변에 경석을 놓는다든지 못 속에 섬을 만들거나 수석을 심는 경우가 흔치않다. 이렇게 별다른 수식 없이 못에 담고 싶은 기능성에만 정신을 집중한 것을 보면, 못 자체보다는 못 속에 심어진 연꽃을 중요시하였고, 못물에 비친 불상이나 탑 혹은 산의 그림자를 중요하게 생각하였던 것을 알 수가 있다. 주와 객을 분명히 구분하였던 스님들의 지혜와 사물을 통찰하는 혜안을 살필 수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최근에도 여러 사찰에서 못을 파고 그 주변을 장엄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전통적으로 사찰에서 만들어 온 못의 양식을 계승하여 아름답고 의미있는 못을 만들어내는 사찰도 있지만 우리네 전통성과는 전혀 다른 이상한 못을 만드는 사찰도 많아 실망스럽다. 더구나 풍수적으로 볼 때 못이 있으면 오히려 건강한 환경을 헤치게 되는 곳에도 무리하게 못을 파는 경우가 있고, 못이 만들어져야 할 위치마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엉뚱한 곳에 못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 사찰의 못은 상징적 효과와 경관적 효과는 물론 건강한 환경을 만드는 환경적 효과까지 생각해서 만든 하나의 작품이었다. 이렇게 여러 가지 효과를 생각해서 정성스럽게 만들었던 사찰의 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지금 아무리 아름다운 못을 만든다 해도 그것은 사찰을 아름답게 만드는 요소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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