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로 지정된 경기도 ㅇ사찰에 발파석을 이용해서 축조한 석단
신라 말 이후 우리나라 사찰은 산간벽지에 지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었다. 화엄십찰의 건립과 더불어 구산선문이 열리면서 교리를 실천하고 선 수행에 적합한 땅을 찾은 결과였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산속에 자리를 잡을 바에는 경관이 빼어난 곳이 더 좋았으리라. 이른바 풍수적으로 물 좋고 바람 막기 좋은 곳이 바로 그러한 땅이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경사가 급한 산지에 절을 짓기 위해서는 땅을 골라 평평하게 하는 것이 기본적인 조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지정지를 할 때 서양과는 달리, 절토보다는 성토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가능하면 원생의 땅을 건드리지 않으려는 생각 때문이었다. 성토를 하기위해서는 석단이 축조되어야하는데, 이 석단이야말로 우리나라 사찰의 수직적 경관요소로서 매우 중요하게 취급된 구조물이다.

석단이 아름다운 사찰로는 단연 불국사와 부석사를 손에 꼽게 된다. 불국사는 돌을 잘 다듬어 목가구식으로 쌓아 올린 석단이다. 이 석단은 워낙 섬세하게 조성하여 1200여년이 지난 지금 보아도 그 예술성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이다. 부석사는 덩어리가 큰 산석을 날라다 차곡차곡 쌓아올린 석단으로 불국사 석단에 비해 남성미가 돋보인다. 당시에 지금과 같은 장비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장대한 석단을 축조한 것은 오로지 지극한 정성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석단을 쌓아서 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오늘날에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신도수가 늘어나고 사찰의 기능이 확대되면서 가용지가 필요해진 까닭이다. 문제는 석단을 쌓는 방법인데, 석산에서 가져온 깬 돌을 무질서하게 들여쌓기 하거나 보강토옹벽을 도입하여 한국사찰의 경관적 정체성을 훼손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이럴 경우에는 차라리 전통성이 가미된 콘크리트 옹벽을 도입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오래된 사찰에서 쌓아올렸던 석단의 아름다움을 최근에 축조한 석단에서 발견할 수 없는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일까? 단순하게 생각하면 예전과 같은 좋은 재료를 구하기 어렵고 값도 비싸 사중에서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석단을 쌓아올리면서 기울인 정성이 예전에 비해 부족한 것이 더 중대한 원인이 된다.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돌 하나 올리고 절 한번 하는 정성스러움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기술과 공법을 적용하고 비싼 재료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문화재적 가치를 지닌 석단을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름다움은 지극한 정성에서 비롯된다는 단순한 원리를 사찰에 쌓아올린 석단에서 배우게 된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