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 설법제일 부루나 존자 <하>순교

오백제자 수기 때 전생 알려져
과거세 때도 늘 설법제일
거칠고 사나운 고향 수로나서
오백명 제도 오백 가람 세워

부루나는 깨달았다. 바른 설법을 위해서는 말재주도 있어야 하지만 대중의 마음을 볼 수 있는 지혜를 갖추어야 하고, 더불어 중생들의 모범이 되어야 하고, 자신의 덕을 남에게 돌릴 줄 아는 겸손함 또한 갖추어야 한다는 것을. 2500년이 지난 지금, 불자들은 불법을 간절히 전하는 이를 보면 ‘부루나’라고 부른다.

부루나의 과거세와 미래세
어느 날, 부처님께서는 1200제자에게 수기(受記)를 내린다. 법화경 오백제자수기품에서 전한다. 사리불과 여러 성문이 부처님의 지혜와 방편으로 근기에 따라 수기를 받는 것을 보고 부처님을 우러러 본다. 부루나 존자에게도 수기를 내린다. “비구들이여, 그대들은 부루나를 보라. 부루나 존자는 승단에서 설법하는 이 가운데 제일이라고 해서 많은 덕을 칭찬받았으며, 또 내 가르침 밑에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바른 가르침을 익히고자 전념했다. 즉 그는 사부대중에게 가르침을 전하며 발심하게 했으며, 가르침을 설하는데 게을리 하지 않았다. 비구들이여, 여래를 제외하고는 가르침의 의미나 문자의 지식에 관해 부루나를 당할 이가 없다. 비구들이여, 그는 단지 나의 가르침만을 지키는 이가 아니다. 나는 과거에 출현하신 99만 억 부처님들에 대해 알고 있는데, 부루나는 여러 부처님들 밑에서 바른 가르침을 익혔다. 그는 지금과 같이 늘 설법자 중의 제일이었으며, 어디서나 공성(空性)을 터득한 이였으며, 어디서나 네 가지의 명석한 지혜, 즉 사무애지(四無碍智)를 터득했었다. 또 어디서나 보살의 신통을 터득해서 아주 적절하게 가르침을 설했고, 아무런 의심도 없이 가르침을 설했으며, 청정한 가르침을 설했다. 또 그는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수명이 다할 때까지 범행을 닦아 모든 곳에서 ‘진실로 가르침을 듣는 자’, 즉 ‘성문’으로 존경받았다. 그는 진실로 성문이라고 여겨지는 방편에 의해 무량하고 무수한 백천만 억 나유타의 중생들을 이롭게 했으며, 헤아릴 수 없는 중생들이 위없는 깨달음을 이루도록 했다. 또 모든 곳에서 중생들을 위한 부처님의 교화를 돕고, 모든 곳에서 자신이 있는 부처님의 국토를 깨끗이 하고, 중생들을 제도시키는 일에 전념했다.” 그랬다. 부루나 존자는 비파시불(毘婆尸佛)을 비롯한 과거 일곱 분의 여래 밑에서 중생들을 설법으로 제도한 ‘설법제일’이었다. 또한 부처님은 부루나 존자를 미래세에 네 분의 과거칠불만이 빠진 천명의 부처님이 나투실 때 역시 부루나는 그들의 가르침을 받들고 설법하는 설법제일이 될 것이라고 비구들에게 말한다. 또한 미래세에서도 헤아릴 수 없는 부처님들의 바른 가르침을 지키며, 헤아릴 수 없는 중생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며, 헤아릴 수 없는 중생들이 위없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게 할 것도 말씀하신다. 그리고 부처님은 “그는 이와 같은 보살의 수행을 선취해서 헤아릴 수 없는 겁 뒤에는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 그리고 ‘법명(法明)’이라는 이름의 바른 깨달음을 얻은 존경받는 여래가 될 것이다.”고 수기를 내린다. 지혜와 덕성을 함께 갖춘 선서시며, 세간을 잘 아는 위없는 분이시며, 사람들을 잘 다스리는 분이시며, 천신과 인간의 스승이며, 불타시며, 세존이 되어 이 세상에 나타나 자신의 국토에 출현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 국토는 갠지스강의 모래알과 같은 삼천대천세계를 하나로 만들어 놓은 국토이며, 국토는 칠보로 되어 있고 기복이 없으며, 천신들도 인간을 볼 수 있고, 인간도 천신들을 볼 수 있는 세상이며, 어떤 악도 없고, 모든 중생들은 자연히 발생한 것(化生)으로 신체는 마음으로 되어 있어서 스스로 빛을 발하며, 신통을 갖추어 중천을 날며, 정진노력에 힘써 사려가 깊고 지혜가 있으며, 몸은 금색이며 위대한 인물이 지닌 32가지 상을 갖춘 모습으로 장식되어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이렇듯 그 부처님의 국토는 헤아릴 수 없는 많은 공덕을 갖춘 곳이다. 그리고 그 겁의 이름은 ‘보명(寶明)’이고, 그 세계의 이름은 ‘선정(禪淨)’일 것이다. 또 그 부처님의 수명은 헤아릴 수 없는 겁일 것이다. 바른 깨달음을 얻어 존경받는 법명여래가 완전한 열반에 들어가신 뒤에도 바른 가르침은 아주 오래 계속될 것이며, 그 세계는 그 ‘보옥(寶玉)’으로 된 탑으로 가득할 것이다. 이와 같이 비구들이여, 그 부처님의 국토는 사유를 초월한 공덕을 갖추고 있을 것이다.”고 말씀하신다. 부루나와 부처님과의 인연은 그랬다. 법화경에서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미래에 부처가 될 것임을 수기한다. 이것은, 부처님의 수기는 일종의 방편이다. 오백제자수기품에서 부처님은 오백의 제자들을 비롯한 다른 성문들이 부처가 될 것임을 예언한다. 이뿐만 아니라 마하가섭에게 그 자리에 모이지 않은 이들에게도 가서 그들도 부처가 될 것임을 알리라고 한다. 부처님의 이런 진지한 수기를 받아들인 사람이라면, 자신이 부처님의 제자요 자식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1200제자가 수기를 받았으면서 이 경의 제목이 ‘오백제자수기품’인 것은 그 날 영산에는 500의 제자만이 있었고 나머지 대중은 다른 곳에서 수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청법, 마지막 설법 그리고 마지막 만행
“부처님이시여, 법을 하나 주십시오. 저는 그것으로 혼자 조용히 방일을 떠나 공부하고 싶습니다.” 부루나 존자가 부처님께 마지막 법을 청한다. 잡아함경 부루나경에서 전하고 있다.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계실 때다. 어느 날 저녁, 선정에 들었던 부루나는 선정에서 깨어 부처님께 나가 여쭈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비구가 사랑할 만하고 좋아할 만하여 생각할 만하고 마음에 들어 탐욕을 길러 세상을 눈으로 보고, 그것을 본 뒤에 기뻐하고 찬탄하고 얽매여 집착한다면, 기뻐하고 찬탄하고 얽매여 집착하고 나면 환희하고, 환희하고 나서는 좋아하며 집착하고, 좋아하며 집착한 뒤에는 탐하여 사랑하고, 탐하여 사랑한 뒤에는 막히고 걸리게 된다. 환희하고 좋아하며 집착하고 탐하여 사랑하고 막히고 걸리기 때문에 그는 열반에서 멀어지게 되느니라. 귀ㆍ 코ㆍ 혀ㆍ몸ㆍ뜻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부처님의 법문이 이어졌다. “부루나야, 만일 비구가 사랑할 만하고 좋아할 만하여 생각할 만하고 마음에 들어 탐욕을 길러 자라게 하는 세상을 눈으로 보고, 그것을 본 뒤에 기뻐하지 않고 찬탄하지 않으며 얽매여 집착하지 않는다면, 기뻐하지 않고 찬탄하지 않으며 얽매여 집착하지 않기 때문에 환희하지 않고, 환희하지 않기 때문에 매우 좋아하지 않으며, 매우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탐하여 사랑하지 않고, 탐하여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막히거나 걸리지 않게 된다. 환희하지 않고 매우 좋아하지 않으며 탐하여 사랑하지 않고 막히거나 걸리지 않기 때문에 그는 점점 열반에 가까워지느니라. 귀ㆍ 코ㆍ 혀ㆍ몸ㆍ뜻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부처님은 육내입처로 육외입처를 대할 때 열반에서 멀어지는 법과 열반에 가까워지는 법을 설했다. 부처님께서 부루나 존자에게 주신 마지막 법이었다.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기쁨의 원인은 곧 괴로움의 원인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자, 이제 그대는 이 가르침을 가지고 어디로 가서 살고자 하는가?” / “세존이시여, 저는 이 가르침을 가지고 고향 수로나로 가서 살고자 합니다.” 부처님은 걱정스러웠다. 수로나의 사람들은 아직 불법을 받아들이지 않은데다 거칠고 사나웠기 때문이다. “수로나 사람들은 거칠고 사납다. 만일 그들이 너를 헐뜯고 욕한다면 너는 어찌 하겠느냐?” / “세존이시여 수로나 사람들이 저에게 그런다면 수로나 사람들이 비록 사납고 흉악하여 저를 헐뜯고 욕하지만, 주먹으로 때리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겠습니다.” / “부루나여, 만일 그들이 주먹으로 때린다면 그 땐 어찌하겠느냐?” / “세존이시여, 저는 그때에 수로나 사람들은 선량하여 몽둥이로 때리지는 않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겠습니다.” / “부루나여, 그들이 너를 몽둥이로 때린다면 그 땐 어찌하겠느냐?” / “칼로 찌르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겠습니다.” / “그들이 칼로 찌른다면 어찌하겠느냐?” / “죽이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겠습니다.” / “그들이 너를 죽인다면 어찌하겠느냐?” / “모든 부처님의 제자들은 몸을 싫어하니 썩어 무너질 나의 몸을 가져가는 것을 고맙게 생각하겠습니다.” 부루나의 답변이 끝나자 부처님께 말씀하셨다. “훌륭하다. 그대의 잘 닦은 인욕의 마음과 자제한 마음이라면 수로나 사람들을 제도할 수 있을 것이다. 부루나여, 수로나로 가서 중생들을 구제하여라.” 부루나는 가사와 발우만을 들고 수로나로 떠난다.

간절한 전법과 순교
수로나. 부처님의 걱정대로 수로나에서의 전법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부처님의 수기를 받은 설법제일 부루나였기에, ‘수로나’를 두려워하지 않는 부루나였기에, 자신의 몸 하나는 아깝지 않은 부루나였기에, 그에게 전법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부루나는 여름 안거를 보내며 500명의 중생을 제도하고, 500의 가람을 세운다. 그리고 그 해 부루나 존자는 삼명(三明)을 얻고, 열반에 든다. 순교였다. 비구들이 부루나의 열반을 부처님께 아뢰었다. “비구들이여, 부루나는 어질고 지혜로운 사람이었다. 스스로 법을 지키고, 그 법 때문에 자신을 불행하게 하지 않았다. 부루나는 참열반에 들었다.” 그렇게 2500년 전에 부처님 곁에 머물렀던 부루나 존자는 미래세의 시간 속으로 사라진다. 불법을 놓지 않는다면 우리는 언젠가 삼천대천세계가 하나인 국토에서 천신들과 함께 어떤 악도 없는 국토에서 설법제일의 부루나를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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