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8호 10월 3일]

 학승이 물었다.
“근본에 돌아가 뜻을 얻을 때는 어떠합니까?”
조주 스님이 말했다.
“매우 황당할 뿐이다.”
학승이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조주 스님이 말했다.
“그 인사는 어디에서 일어나는가?”

問 歸根得旨時如何 師云 太慌忙生 云不審 師云 不審從甚處起

뜻을 얻다니, 가소롭다. 그렇게 뜻을 얻는 것이라면 왜 납자들이 수십 년을 찾아 헤매고도 얻지 못하는가? 또 3아승지겁을 수행한 석가모니도 가섭에게 전하지 못했는데 네 말은 나를 황당하게 하는구나. 그건 그렇다 치고 “안녕하십니까?” 하고 인사했는데 그 인사는 어디에서 일어난 것인가? 그것을 안다면 근본 뜻을 얻었느니 얻지 못했느니 하는 말은 하지 못할 것이다.

유상공(劉相公)이 절에 와서 스님이 경내 청소하고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
“대선지식이 어찌하여 먼지를 쓸고 계십니까?”
조주 스님이 말했다.
“밖에서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劉相公入院 見師掃地 問 大善知識爲什??掃塵 師云 從外來

조용한 아침에 먼지 한 알갱이가 들어와 도량 전체를 어지럽히는구나.

학승이 물었다.
“예리한 검이 검집에서 나왔을 때는 어떻습니까?”
조주 스님이 말했다.
“녹슬었어.”
학승이 물었다.
“올바른 질문이 떨어졌을 때는 어떻게 판별하겠습니까?”
조주 스님이 말했다.
“그런 한가한 공부 하는 사람 없네.”
학승이 물었다.
“그렇다면 차수하고 면전에 서있는 사람을 어찌하시렵니까?”
조주 스님이 말했다.
“아침저녁으로 자네의 차수를 보네.”
학승이 물었다.
“차수하지 않을 때는 가히 어떻습니까?”
조주 스님이 말했다.
“누가 차수하지 않는 자인가?”

問利劍出匣時如何 師云黑 云正問之時如何辨白 師云 無者閑工夫 云叉手向人前爭奈何 師云 早晩見?叉手 云不叉手時如何 師云 誰是不叉手者

예리한 검이라고 말하나 검집에서 나오면 벌써 무뎌지고 만다. 때문에 아무리 폼 잡고 올바른 것이라며 질문을 던져 봤자 항상 본질에서 빗나가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한가하게 그런 것에 대답해줄 사람이 이 도량에는 없다. 그대가 백날 합장하고 서있어 봐라. 눈썹하나 움직일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렇게 공연히 고생하지 말고 합장하고 합장하지 않는 자가 도대체 누구인지 그것을 알아보라. 종문의 제1 화두이다.
“매해 봄만 되면 꽃이 피는데 쳐다볼 겨를이 없으니.”

학승이 물었다.
“어떤 것이 힘을 얻는 것(得力處)입니까?”
조주 스님이 물었다.
“자네의 어디가 힘을 얻지 못한 곳인가?”

問 如何是沙門得力處 師云 ?什?處不得力

도인은 최소한 구름을 타고 다녀야 하고, 미래 일을 알아맞혀야 하며, 수염을 근사하게 휘날리고 제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렇지만 착각하지 마라. 도인은 그런 곳에 없다. 도인은 그대의 생각 바깥에 있다. 생각해 보라. 역사 이래 고래등 같은 대궐에서 사는 사람 치고 올바른 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되었겠는가?
신기하지 않는가. 팔을 들어 올리고 다리를 내딛어 앞으로 갈 줄을 알다니. 뿐만 아니라, 김치를 담그고 된장으로 요리를 한다. 어디를 가도 저녁에 집을 찾아오다니, 이것이야말로 신통 중에 신통 아닌가. 바로 그대 자신을 두고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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