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연기설-①십이지(十二支)의 해석

 인간의 괴로움이 일어나는 원리를 원론적인 관점에서 설명한 것이 연기설이라면, 십이연기설(十二緣起說)은 이 연기설에 기초하여 모든 현상의 인과법칙을 열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한 것이다. 이는 초기불교에서 아비달마의 교학중심 불교로 역사의 흐름이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부처님이 설한 인과의 가르침을 보다 체계적이고 분석적으로 해석하려는 불교 논사들의 노력에 의한 결과이다.

먼저 초기불교의 경전에서 연기설은 대략 세 종류의 유형으로 설명된다. 첫째는 십이지분(十二支分) 혹은 그 이하의 지분으로 설명된 일반적 유형의 연기설이다. 두 번째는 감관 기능[根], 감관기관의 대상[境], 그 대상을 식별하는 마음 작용[識]과 이 셋의 화합에 의한 인식[觸], 그리고 그 인식에 의한 느낌[受]으로 연속하는 인식관계에 기반을 둔 연기설이다. 세 번째는 위 두 유형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잡다한 연기설이다. 어떤 종류의 연기설이든 무명을 제거해 괴로움을 없애는 것이 목적이었다는 점에서 동일했지만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 연기설로 자리 잡은 것이 십이연기설이다.

십이연기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십이지에 대해 명확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① ‘무명(無明)’은 사성제나 연기의 이치를 알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무명이 없는 것, 즉 사성제나 연기의 이치를 아는 것이 팔정도의 정견이다. ② 무명을 연해서 일어나는 것이 신체와 생각과 말의 잘못된 행위[身行ㆍ意行ㆍ語行]이다. 행위에 의해 잠재적으로 축적되는 여분의 힘도 포함된다. ③ ‘식(識)’은 안식(眼識)·이식(耳識)ㆍ비식(鼻識)ㆍ설식(舌識)ㆍ신식(身識)의 5식과 의식(意識)을 말하는데 특히 인식주체로서의 육식을 가리킨다. ④ ‘명색(名色)’은 식의 대상인 색(色)ㆍ성(聲)ㆍ향(香)ㆍ미(味)ㆍ촉(觸)ㆍ법(法)의 6경(六境)을 말한다. ⑤ ‘육처(六處)’는 감각을 느끼고 지각하는 능력을 말한다. 즉 시각ㆍ청각ㆍ후각ㆍ미각ㆍ촉각ㆍ사유능력이 그것이다. ⑥ ‘촉(觸)’은 6근(根)과 6경(境)과 6식(識)이 화합하는 것이다. 즉 감각이나 지각에 의해 인식조건이 성립하는 것을 의미한다. ⑦ ‘수(受)’는 괴로움이나 즐거움 등을 느끼는 감수작용(感受作用)이다. 이것은 인식[觸]한 뒤에 일어나는 느낌으로, 동일한 물건을 보고도 과거의 무명이나 행에 의해 탐욕스러운 사람은 즐겁게, 화난 사람은 괴롭게 느낄 수 있다. ⑧ ‘애(愛)’는 무엇인가에 대한 강렬한 욕구이다. 목마른 자가 물을 갈구[渴愛]하는 것과 같다. 예컨대 괴로움을 느끼는 것에 대해서는 피하고 싶은 욕구 등이다. 고락에 대한 애증이 모두 애(愛)이다. ⑨ ‘취(取)’는 갈애 뒤에 일어나는 취사, 즉 싫어하는 것을 버리고 좋아하는 것을 취하는 실제행동을 말한다. 예컨대 살생 도둑질 간음 험담 궤변 이간질 등의 몸과 말로 짓는 모든 행위가 여기에 해당된다. ⑩ ‘유(有)’는 현상적인 것을 포함하는 모든 존재를 말한다. 이 유에는 업의 존재인 업유(業有)와 업의 과보인 보유(報有)가 있으며 다음의 업을 발생시키는 잠재적인 힘으로서의 업유도 포함된다. ⑪ ‘생(生)’은 생명을 가진 존재로 태어나는 것을 뜻하기도 하고 일상생활에서 어떤 경험이 일어나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전자의 경우에는 태어나기 전의 모든 경험에서 비롯된 잠재력을 갖고 태어나게 되고 후자의 경우에는 그 개인의 소질, 즉 유(有)에 기반을 두어 새로운 경험이 일어나게 된다. ⑫ ‘노사(老死)’란 태어난 뒤에는 반드시 늙고 병들어 죽게 되는 고통을 말한다. 이러한 노사는 자연적인 사실인 동시에 모든 괴로움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십이연기는 각각의 지분이 인과관계로 연결돼 있다. 이 십이 지분을 순서대로 파악하여 연기의 원리를 자각하고, 역으로 제거해 감으로써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한 것이 십이연기설의 취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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