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에는 오래전부터 소대(燒臺)라고 이름 붙여진 소각로가 있어왔다. 이곳에서는 재를 지낸 다음 위패나 망자가 소지했던 물건 혹은 옷가지 등을 태우게 된다. 우리나라 사찰의 경우 아름다운 굴뚝이 많았던 것에 비해 이 소대는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았는지 전에는 대충 기와를 둘러놓기도 하고 아예 소각로를 만들지 않고 땅바닥에서 물건을 태우기도 하였다. 그나마 소대의 기능이 한정적이었고 절에서도 그러한 기능이외에는 사용을 하지 않아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소대의 기능이 쓰레기소각로로 변질되고 있어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찰의 신도수가 늘어나고 버려지는 물건이 많은 탓인지 가면 갈수록 쓰레기의 양이 많아지고 이것을 쉽게 반출하지 못하다 보니 소대에서 생활쓰레기까지 태우게 된 것이다. 생활쓰레기를 태우는 것은 불법이기도 하지만 법을 따지기 이전에 화재의 위험이 높아지게 되고, 대기오염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냄새가 진동하여 건강한 환경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가장 아름답고 가장 건강한 환경을 지켜내야 할 사찰에서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요즈음 사찰에 가면 아름답기도 하지만 불교적 상징성을 담고 있는 소대를 쉽게 볼 수 있다. 이렇게 소대 하나를 만들면서도 디자인에 신경을 쓰는 사찰은 소대를 쓰레기소각로로 오용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디자인을 알 정도의 안목을 가진 스님이라면 화재의 위험이나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는 행위를 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속담이 괜히 생겼을 리가 없다.
그러나 아직도 소대를 물건이나 태우는 혐오시설로 생각해서 아무렇게나 만들거나 청정하지 못하게 관리하는 사찰이 있다. 녹슨 드럼통에서 위패를 태우거나 망자가 애지중지 했던 물건들을 태우는 것은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이곳에서 생활쓰레기까지 태운다면 이것은 불자들이 할 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불교인들은 살아있는 생명을 소중히 생각하고, 여법하게 행동하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생활을 한다. 소대 하나를 만들면서도 정성스럽고 아름다운 마음을 낸다면 그것은 결코 잘못된 용도로 사용되는 일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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