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 검정색 플라스틱 통은 꽃이 가진 품위를 떨어뜨리는 경우가 있다. 서울 ㅂ 사찰
어느 날 영산회상에서 범왕이 석가모니 부처님께 설법을 청하며 연꽃을 바치자, 석존께서 연꽃을 들어 대중들에게 보이셨다. 그 자리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 가운데 이 뜻을 아는 사람이 없었으나, 오직 가섭만이 석존의 뜻을 깨닫고 빙긋이 미소를 지어보였으니 이것이 바로 염화시중의 미소이다.
 

부처님이 탄생하시기 이전부터 인도에서는 연꽃이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아왔다고 한다. 연꽃의 원산지가 인도인지라 아주 오래전부터 보아왔던 꽃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왕성하게 자라고 환경이 열악한 곳에서도 꽃을 피우는 생태적 특성을 좋아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불교교단이 성립되면서 연꽃은 불교의 상징적인 꽃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그것의 청정성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에 연꽃이 언제 도입되었는지에 대한 분명한 기록은 없으나 불교가 전해지면서 연꽃도 함께 전해져 꽃을 피운 것으로 보인다. 연꽃은 7월부터 8월에 걸쳐 꽃을 피우는데, 오래전에 살았던 불자들도 분다리화(백련화), 우발라화(청련화), 파두마화(홍련화), 구물두화(황련화)가 가득 핀 연지를 바라보며 극락정토에 왕생한 듯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우리 절에서는 연지를 만들고 연을 심어 연꽃이 피는 아름다운 사찰을 만들어왔다. 불국사 구품연지나 미륵사 연지, 정림사 연지에서 연을 심었던 흔적이 발견되는 것을 보면 이것을 입증할 수가 있다.
 

또, 연지가 없는 절에서는 석련지를 만들어 연이나 수련을 심어 즐겼던 것으로 보인다.
 

요즘에도 연지가 별도로 없는 절에서는 연지를 대규모로 조성하는 것보다는 석련지나 질그릇으로 만든 연분에 연을 심어 연꽃을 피운다. 이러한 연분에서 피어나는 연꽃은 흡사 꽃꽂이를 해놓은 것처럼 그 모양이 신비롭다. 그러나 몇몇 절에서와 같이 빨간색이나 검정색 플라스틱 통에 연을 심어 연꽃이 가진 품위를 떨어뜨리는 경우가 있다. 연꽃이 불교의 상징적인 꽃이고, 사찰을 아름다고 향기롭게 만드는 꽃이라면 그것을 심는 그릇도 품위가 있고 아름다워야 한다. 연꽃을 심는 연분까지도 정성스럽고 독창적으로 만든다면 절마다 개성있는 아름다움을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불교가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사찰이 그 시대의 문화와 유행을 선도해왔으니 이제 사찰경관을 디자인해야한다는 말도 이상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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