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서로운 날 태어난 이, 이름은 ‘아난다’
상서로운 날 태어난 이, 이름은 ‘아난다’
  • 신중일 기자
  • 승인 2012.09.02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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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다문제일(多聞第一) 아난다-<상>출생과 출가 그리고 시련

부처님 정각 이룬 날에 출생
8세 때 사촌형제들과 출가
부처님 설법 가장 많이 들어
女難 많아… 마등가 일화 유명

아난다는 부처님의 시자로서 항상 부처님의 수족처럼 움직였던 제자이다. 부처님의 열반을 지켜본 제자이고 부처님 설법을 가장 많이 들었다. 그래서 아난다는 부처님이 가장 사랑했던 제자 중 한분이었고 ‘다문제일(多聞第一)’이라고 칭송받았다. 이외에도 아난다는 십대제자 중 가장 인간적인 면모가 많은 인물이기도 하다. 이런 인간적인 면모는 현대에 오면서 소설 등으로 각색되기도 했다.

(그림은 조향숙씨의 석굴암 아난다 판화)
부처님 성도일에 태어난 아이
카필라족의 태자 싯다르타는 괴로웠다. 고행으로 피폐해진 몸이 마음마저 흔들었다. 생사를 넘나든 고행은 아무런 득이 없었다. 싯다르타는 이내 나이란자나 강가에서 목욕을 하고 인근 우루벨라 마을에서 수자타에게 우유죽 한 그릇을 공양받았다. 그리고 보리수 아래로 가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이 자리에서 나는 깨달음을 이루겠다. 그러지 못한다면 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선정에 든 싯다르타는 19마라(魔羅)의 온갖 유혹을 물리치고 이내 선정에 들어 부처가 됐다. 그리고 이 소식은 아버지 정반왕에게까지 전해졌다. 태자의 출가 이후 마음을 졸이며 살던 정반왕은 이제야 안심이 됐다. 기쁨과 환희를 만끽하고 있는 순간, 동생 곡반왕의 사자가 찾아와 득남의 소식을 알렸다. 아들의 정각과 동생의 득남, 정반왕은 정말 뛸 듯이 기뻤다.

“오늘은 세상에서 가장 기쁘고 상서로운 날이다. 태어난 아이에게는 아난다라고 이름을 붙여라”〈대지도론 제3권〉

부처님의 정각과 함께 태어나 ‘환희’, ‘기쁨’이라는 뜻의 이름을 받은 이 아이가 훗날 부처님의 열반까지 그림자처럼 지키며 따른 시자 아난다이다.

왕자들의 출가… 사형이 된 하인
부처님이 정각을 이룬지 6년. 부처님은 승단을 이끌고 고향을 찾았다. 정반왕은 분소의를 입고 걸식을 하는 아들의 겉모습에 실망했지만, 설법을 듣고는 곧 궁으로 초청해 공양을 올렸다.

여덟 살이 넘은 소년 아난다는 마음이 뛰었다. 정각을 이루신 부처님을 눈앞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관계로만 따지면 자신의 사촌 형이었지만 그 거룩한 모습에 어린 마음에도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소년은 다짐한다. 자신 역시 뛰어난 수행자가 될 것을. 그리고 친형 데바닷타, 사촌 아나율, 밧디아, 바구, 우파난다 등 다섯 형제들과 함께 미련없이 출가의 길에 오른다. 이들의 출가에는 이발사 우팔리도 함께 했다.

부처님이 주석하고 있는 숲에 이른 일행은 예배를 올리고 출가를 간청했다.
“세존께서는 사카족에게 자존심의 깃발을 꺾으라고 당부했습니다. 이발사 우팔리는 오랫동안 우리의 시중을 든 하인입니다. 그를 먼저 비구로 만들어주십시오.”

왕자들을 칭찬한 부처님은 그들의 바람대로 우팔리를 먼저 출가시켰다. 왕자들도 먼저 출가한 우팔리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며 예를 표했다.

철저한 계급사회였던 당시에는 생각할 수도 없는 파격이었다. 흐뭇하게 그 모습을 바라보던 부처님은 새로운 사문들에게 바른 법과 율을 지킬 것을 당부했다.

“나의 법은 바다와 같다. 바다는 수많은 강물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우리 승가도 신분을 가리지 않고 받아드린다. 올바른 법과 율이 있을 뿐이다. 계를 받는 순서에 따라 예를 갖추는 것이지, 신분과 지위의 높고 낮음은 없다. 진실하고 성스러운 법과 율을 따르고 절대 교만하지 말라.”

아파도 부처님 설법에 집중
출가 이후 아난다는 부처님을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며 설법을 꾸준히 들었다. 타고난 총명함은 부처님의 말씀을 모두 기억하게 했고, 그런 아난의 집중력을 부처님도 수 차례 칭찬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난다는 등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등창이 심해진 것이었다.

몸을 뒤틀며 종기를 참고 있는 아난다를 본 부처님은 빔비사라왕의 어의를 불러 치료를 부탁했다. 아난다의 종기를 본 어의는 먼저 혀부터 찼다. 종기를 도려내야 하는 데 환부가 너무 악화돼 이를 제거하는 고통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었다. 걱정하는 어의에게 부처님은 지금부터 설법을 시작할테니 아난다의 환부를 치료하라고 당부했다.

“아난다야, 고름이 살이 될 수 없듯이 종기는 뿌리를 뽑지 않으면 두고두고 고생하게 된다. 상처가 커져 건강을 잃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부처님의 설법이 시작되자 아난다에게 통증은 이미 오래 전 이야기가 됐다. 아난다는 부처님의 한 마디, 한 마디를 마음 속에 새기고 있었다.

“우리는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적당히 먹고 입고 자야 한다. 걸식으로 얻는 음식 역시 나의 몸을 유지시켜주는 생명이며, 행복의 뿌리이다.”
부처님의 설법이 이어지는 동안 아난다의 등창은 모두 치료됐다.

그림= 김흥인
출중한 외모… 유혹과 깨달음
아난다는 교단 안팎으로 인기가 많았다. 아난다를 만나면 누구나 그의 이름처럼 환희를 느꼈다. 이런 아난다의 성품에 대해 부처님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비구들아 아난다에게는 훌륭한 자질이 있다. 그것은 무엇인가? 비구들이 아난을 찾아오면, 그들은 아난을 보고 기뻐한다. 아난이 그들에게 법을 설하면, 그들은 설법을 듣고 기뻐한다.”

아난다는 성품만이 아니라 외모 또한 출중했다. 얼굴은 둥근 달과 같고, 눈은 푸른 연꽃과 같았다. 몸은 항시 밝게 빛나 거울과 같았다. 빼어난 외모는 뭇 여인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도 했다.

아난다가 성곽으로 걸식을 나갔을 때 일이다. 승단의 걸식 법도에 맞춰 일곱 집을 도는 칠과식(七過食)을 하던 도중 매염굴을 지나게 됐다. 그곳에는 마등가라는 음술(陰術)에 능한 여인이 있었다. 출중한 외모에 반한 마등가는 아난다에게 자신의 주술을 걸었고, 방으로 유인해 희롱하려 했다.

이를 눈치 챈 부처님은 신주(神呪)를 외우고 문수보살에게 아난다를 구해 올 것을 명했고, 문수보살은 마등가의 주술을 부수고 아난다와 마등가를 부처님 앞에 데리고 왔다.

부처님을 뵌 아난다는 절을 올리고 슬피 울었다. 법문을 많이 듣기만 했을 뿐 아직 마음의 힘을 갖추지 못한 게 한스러워서였다.

상심한 아난다를 위해 부처님은 참다운 마음과 본래의 청정한 실상을 깨우쳐 주기 위한 법문을 설했다. 먼저 부처님은 손바닥으로 한 줄기 광명을 아난다의 오른쪽을 비췄고, 아난다는 머리를 돌려 오른쪽을 봤다. 왼쪽을 비추니 아난다는 머리를 돌려 왼쪽을 돌아봤다.
“지금 네 머리가 어째서 좌우로 흔들렸느냐?”

아난다가 대답했다. “여래께서 미묘한 보배의 광명을 날려서 저의 왼쪽과 오른쪽에 보내시니, 저는 그 광명을 보느라 저절로 머리가 좌우로 흔들렸습니다.”

다시 부처님이 물었다. “여래의 광명을 보기 위해 머리를 흔들었다고 하니 네 성품이 흔들렸느냐? 나는 손을 스스로 펴고 구부렸을 뿐, 보는 성품은 펴거나 구부리지 않았다. 어찌 너희는 지금 움직임을 몸으로 삼고 흔들림을 경계로 삼아, 성품을 잃어버리고 거꾸로 일을 행하는 것인가?”

부처님의 경책과 같은 설법에 아난다는 자신의 허물을 일순 깨달았다.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신심으로 가득 찼다. 

참고문헌 〈부처님 십대제자(성각 스님著)〉, 〈부처님의 생애(조계종 교육원)〉, 〈능엄경〉, 〈대지도론〉, 〈아함경〉, 〈왕사성 결집을 중심으로 본 아난다의 위상에 관한 연구(정선경, 2004)〉

아난다는... 부처님 곁을 늘 떠나지 않으며 보필한 시자로, 부처님 설법을 가장 많이 들어 ‘다문제일(多聞第一)’이라 칭송을 받았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사촌 동생으로 정반왕의 동생 곡반왕의 아들이다. 라훌라와 더불어 동진 출가했다. 출가 후에는 대중들의 천거로 부처님의 시자가 됐으며, 26년 간 그림자같이 부처님과 함께 행동하며 법문을 들었다. 그가 남긴 또 다른 업적으로는 석가의 이모 고타미(Gotami)가 출가를 청했을 때 부처님을 설득해 그녀의 출가를 성사시킨 일이다. 또한 부처님 열반 후 마하 가섭의 지휘 아래 이뤄진 경전 결집에서 경(經)을 송출해 부처님 법이 후대에 전해질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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