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禪과 죽은 삶
금강禪과 죽은 삶
  • 석우 스님(무불선원장)
  • 승인 2012.09.01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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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4호 9월 5일]

 학승이 물었다.
“껍데기를 보지 않을 때는 어떻습니까?”
조주 스님이 말했다.
“무엇이 원인인가?”

問 不見邊表時如何 師云 因什麽與麽

껍데기는 양변(兩邊)의 세계이다. 상대적인 개념의 세계, 즉 선악, 빈부, 장단, 중생과 부처, 염정 등을 말한다. 세상의 모든 언어는 이 양변에 걸린다. 양변은 껍데기의 세계이다. 사물의 진실을 이해하기 시작하면 서서히 양변이 보이지 않게 된다. 그러다 어느 날 양변은 완전히 사라진다. 더 이상 삶에 있어서 양변에 얽매일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누가 이런 경지에 들어갔다면 스승은 어떻게 평할까? 조주 선사는 무엇 때문에 그렇게 되었는지 그것을 생각해 보라고 했다. 반문을 통한 가르침이다.
양변은 알맹이가 아니고 껍데기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주의 주장이 떨어져나간다. 마음은 점점 아무 것도 세우지 않는 경지에 이른다. 이렇게 되면 결국 껍데기를 보지 않고 그 안을 보고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그런데 그 안은 어떤 곳인가? 그 안은 부처도 죽고 조사도 죽고 천재도 죽고 둔재도 죽는 자리이다.

학승이 물었다.
“맑으나 맑지 않고 흐리나 혼탁하지 않을 때는 어떠합니까?”
조주 스님이 말했다.
“맑지도 않고 흐리지도 않다.”
학승이 물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조주 스님이 물었다.
“허, 가련한 인생이로다.”
학승이 물었다.
“무엇이 시방을 관통하는 것입니까?”
조주 스님이 말했다.
“금강선(金剛禪)을 떠나는 것이다.”

問 澄而不淸渾而不濁時如何 師云 不淸不濁 云是什麽 師云 也可憐生 云如何是通方 師云 離卻金剛禪

우리의 자성은 원래 맑지도 않고 흐리지도 않다. 형체도 없고 냄새도 없다. 마치 허공과 같다. 그래서 중생의 자성을 부처라고 부르는 것이다. 더 이상 알려하지 말라. 자성을 무엇이라고 단정하면 그 순간 지식의 때가 묻는다. 그러한데 또 무엇을 알려고 하는가? 허공이 형체가 있는가? 무엇으로 정의 내릴 수 있는가? 굳이 허공을 뭐라고 생각하면 그것은 그대의 환상의 세계일뿐이지 허공의 참 모습이 아니다. 허공은 그리는 것이 용서가 되나 자성을 그리는 것은 가련한 인생이 되고 마는 것이다.
금강선은 절대선이다. 깊이 좌선 삼매에 들면 순일무잡한 정신세계에 이른다. 단 한 번의 망념도 없이 일념이 만년(萬年)을 가듯 조용히 흐른다. 옆에서 아무리 시끄럽고 복잡한 일이 생겨도 전혀 모른다. 이것을 금강과 같이 단단한 선(禪)이라해서 금강선이라고 한다. 그런데 시방을 관통한 大人은 금강선도 버린다. 금강선에 빠져 평생 돌이나 나무처럼 살아간다면 이것은 죽은 삶이다. 죽기 위해 수행하는 것이 아니다.

학승이 물었다.
“무엇이 주머니 속의 보물입니까?”
조주 스님이 말했다.
“무엇을 싫어하는가?”
학승이 물었다.
“써도 없어지지 않을 때는 어떠합니까?”
조주 스님이 말했다.
“자가(自家)의 보물은 원래 무겁다. 또 이르되 사용하면 무겁고 사용하지 않으면 가볍다.”

問 如何是囊中寶 師云 嫌什麽 云用不窮時如何 師云 自家底還重否 又云 用者卽重不用卽輕

주머니는 몸이다. 몸속에 보물은 무엇인가? 흔히들 마음이나 자성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조주 선사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수행자는 좋아하고 싫어함을 가장 먼저 버려야 하거늘 네가 무엇을 싫어하고 무엇을 좋아한단 말인가?”라는 뜻으로 힐책성 반문을 한 것이다. 보물이라는 명칭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도가 깊어지면 대소구별과 안과 밖이 없어진다. 몸이 곧 마음이고 마음이 곧 몸이다. 여기에 반대하는 사람 있는가?
뭐라고 이름 할 수 없으므로 ‘그것’이라고 부른다. 그것은 아무리 써도 없어지지 않고 쓸수록 커지고 무거워진다. 그러나 쓰지 않으면 가벼워서 있는지조차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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