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 낙산사 공중사리탑

찌그러진 사리함 뚜껑 ‘눈길’

마구니 질투 막기 위한 방편

공중사리탑 청동함의 비밀

2011년 11월에 양양 낙산사에서 발견된 공중사리탑 내의 사리장엄구가 보물 1723호로 일괄 지정됐다. 당시에 거센 해풍과 낙산사의 화재로 인해 탑신이 약간 기울어지면서 수리보존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2006년 4월 28일 기울어진 탑신을 제거하고 공중사리탑(空中舍利塔)을 보수하던 중, 탑신석 상면 중앙의 원형사리공(직경 23cm, 깊이 17cm)내에서 사리장엄구가 발견되었다.

우리나라에서 공중사리탑이란 명칭을 지닌 유일한 문화재가 ‘공중사리탑’이다. 그 연유는 조선 중기에 홍련암 법당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는데 공중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서 자세히 들어보니 부처님의 사리 한 과를 내리니 소중히 보관하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나서 홍련암 천정 아래로 갑자기 사리 한 과가 떨어져 내리니 사람들이 모두 놀라 기이하게 여긴다. 당시의 양양부사에게 이를 알리니 그가 조정에 알려 많은 내명부의 비빈들이 다투어 보시를 하여 세운 탑이 공중사리탑이다.

한국 불교 석탑의 최고 권위자인 정영호 교수님에 의하면, 이 공중사리탑은 1692년이라는 정확한 건립연대가 밝혀져 비슷한 시기의 여러 탑들과 관련 석조물의 편년에 소중한 근거가 되고, 또한 매우 드문 경우의 승탑형 불사리탑의 새로운 실례라고 한다.

셋째로는 양식사적으로나 세부사항에 있어 조선시대왕릉의 장명등과 유사하여 왕실 석조물과 그 영향관계를 살필 수 있으며, 인위적인 손상없이 사리병-금합-은합-청동합의 순서로 전통적인 사리장엄구 방식이 유지되고 있는 실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실례이다.

특히 완벽한 보존상태와 사리탑, 사리비, 사리장엄구가 모두 완벽하게 보존된 희귀한 사례에 속하며, 특히 함께 발견된 비단보자기류는 한국의 직물사에 큰 획을 긋는 작품로 금실과 은실과 각종 색실로 정교하게 짜여져 있는 모습은 실로 감탄을 금치 못한다.

비단보자기는 총 11점이 나왔는데 모두 복원을 거쳐 정리해 함을 만들어 양양에 있는 구석기유적박물관 수장고에 맡겨놨는데 열어 살펴보니 그 아름답고 정교한 문양과 비단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사리를 실제로 보니 콩알만한 크기에 하얀 상아빛의 동그란 사리였다.

그 안에서 경면주사(鏡面朱砂)를 갈아서 쓴 발원문과 시주자들의 발문이 적힌 많은 문서들이 함께 나왔다. 금사(金絲)로 부처님의 명호를 짜넣기도 하고 여러 가지 길상문을 새겨 넣기도 하였는데, 지금 아무리 뛰어난 직물전문가의 솜씨로도 그런 정교한 문양을 짜기는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이 사리장엄구는 우리나라 사리장엄구 가운데서도 보기 드물게 완벽하게 잘 보존된 일괄의 사리구로 보물로 지정됐다. 그런데 여기에도 비밀이 하나 숨어있는데 그것은 바로 청동사리함이다.

사리함의 뚜껑이 처참하게 찌그러진 형태로 발견된 것이다. 다른 모든 사리구들이 모두 완벽한 형태인데 왜 인위적으로 찌그러진 사리함의 뚜껑이 나왔을까? 그것은 너무나 완벽한 것은 귀신의 시기와 마구니의 질투를 불러 파괴될 가능성이 많아서다.

너무 완벽한 존재는 지나친 오만함과 교만으로 머지않아 많은 장애와 반발로 쉬 무너지는 경우를 보아왔다. 이 사리함의 뚜껑도 그런 이유로 해서 일부러 훼손시켰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래된 도자기나 명품도자기도 그대로의 아름다움도 좋긴 하지만 불가피한 사정으로 깨지는 경우 그 조각을 잘 붙여 복원한 것은 너무나 아름답다. 인간은 완벽할 수가 없는 존재다. 서로 서로의 단점과 부족한 점을 보완해서 돕고 사는 사회가 바로 인간사회이다.

또 부족한 사람은 겸손해야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청동사리함의 찌그러진 뚜껑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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