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라만상 그 무엇을 차별하랴” 절에 오르니…
“삼라만상 그 무엇을 차별하랴” 절에 오르니…
  • 노덕현 기자
  • 승인 2012.08.24 2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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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 평창 마을길 그리고 옥천암과 사찰들

평창 마을길을 등산객들이 걷고 있다.
‘멋’ 느낄 수 있는 보기 드문 자연경관

옥천암 고려 마애불상 눈길 끌어

북한산 자락엔 많은 사찰들이 곳곳에 있어 몸과 마음을 쉬면서 걷는 즐거움이 있다. 북한산 둘레길 6구간 ‘평창 마을길’을 걸었다. 이중 부촌으로 알려진 평창동에는 특유의 운치를 즐길 수 있는 길이 있다. 흔히 평창동은 ‘부촌’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동시에 서울에서 보기 드문 자연경관을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산자락에 기댄 저택들을 조금만 벗어나면 등산객들과 카페나 미술관 등을 만날 수 있다. 북한산 자락 경관 좋은 곳에 저택들의 모습은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동네가 실제로 존재함을 보여 준다. 높은 담장, 곳곳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 그러면서도 경관 좋은 집들의 모습은 일반인들이 생각지도 못한 모습이다.

‘평창마을길’은 사찰과 산, 그리고 높다란 담벼락으로 대변되는 평창동 가옥들과 군데군데 예쁜 카페들이 함께 어우러져 사람냄새가 나는 길이다.

오전부터 비가 오락가락하는 8월 21일. 평창마을길에는 우비를 입은 채 빗속을 걷는 이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평창마을길은 형제봉입구에서 시작하여 탕춘대성 앞문까지의 구간이다. 보통은 5구간 명상길과 이어져 있어 이어 걷기를 하지만 6구간 평창마을길만을 따로 걷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많다.

둘레길의 시작은 길음역 인근인 형제봉입구에서부터다. 15분여를 걸어 올라가기 시작하면 표지판과 함께 본격적인 둘레길이 시작된다. 총 5Km의 구간으로 소요시간은 2시간 30분.

연화정사에서 내려다본 평창 마을 모습

산자락에는 으레 절집과 암자가 있게 마련이다. 평창동 마을 사이로 오르면 집들이 끝나는 지점에 산자락을 따라 대여섯 곳의 작은 절들이 있다. 5분여를 걸으면 연화정사가 보인다. 본원불교 대성종 사찰인 연화정사에서는 큰 돌부처님이 평창동 일대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다.

연화정사를 시작으로 둘레길을 따라 해원사·보현산신각·법정사·천제단 터·여산신각·혜광사·청련사·전심사 등 절과 절터를 만날 수 있다.

연화정사는 가기 쉽고 조망이 좋다. 북한산 보현봉에서 뻗어 내리는 사자능선과 그 안에 수북이 들어앉은 평창동 집들이 한눈에 보인다.

날이 좋으면 멀리 인왕산까지 보인다. 절 앞마당엔 멀리서도 눈에 띄는 커다란 돌부처님이 서 있다. 해가 지기 전 길이 멀어 바쁜 마음을 잠시 쉬게 한다. 불상 앞에 서서 평창동 일대를 굽어본다. 올라올 때 그렇게 거대해 보이던 고급 저택들이 작게 내려앉아 있다. 곁엔 이런 말이 쓰여 있다.

‘삼라만상이 한 법성체인데 그 무엇을 차별하랴. 시기, 질투, 원망, 미움, 죄의식, 불안, 공포 속에 있더라도 본래는 진리의 부처님 몸 아니던가. 비롯됨도 없고 끝도 또한 없도다. 가도 가도 한이 없는 그 생명에서 그 무엇이 새로 있으랴. 태어남도 죽음도 그대로 나로다.’

연화정사를 나와 평창공원 지킴터까지 걷는다. 등산로처럼 가파르지만 빨간 지붕 집들과 마치 숲속에 지은 새집처럼 아기자기한 집들이 빼곡히 펼쳐진다. 나무가 우거지고 위로는 형제봉이 올려다 보인다.

평창마을길 해원사. 계곡과 미륵바위가 유명하다.
젊은 여자 몇 명이 한 저택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불광동에서 왔다는 김지혜 씨(24)는 신나 보였다. “언제 한번 오고 싶었는데 이제야 왔어요. ‘지붕뚫고하이킥’에서의 세경이가 막 뛰어나올 것 같네요. 이제 독고진 ‘최고의 사랑’ 집 가보려고요”

사실 다양한 볼거리가 있지만 평창마을길은 단점이 많은 길이기도 하다. 흙길이 아닌 아스팔트길로 차들이 쉴 새 없이 지나다니기 때문이다. 또 높은 담벼락에 심리적인 위축감을 느낄 수 도 있다. 하지만 주택가 사이로 살포시 비추는 북한산의 거대한 바위는 이런 단점을 잊게 한다.

비가 내린 덕분에 물이 바위결 사이로 폭포처럼 쏟아졌다. 잠시 계곡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그 앞으로 마을버스가 지나간다. ‘이런 경관에 마을버스라니’와 ‘이런 경관에서도 사람이 사는구나’하는 생각이 동시에 든다.

평창공원 지킴터는 북한산으로 오르는 여러 개의 등산로 입구 중 하나다. 평창동에는 특히 유명한 소설가와 화가가 많이 사는데 그래서 그런지 건물들이 개성이 있고 갤러리 같은 집들이 연이어 나타난다. 사찰도 이와 같아 전통사찰은 없지만 작은 사찰들이 제각각의 멋을 지니고 사람들의 발길을 맞이한다.

길을 재촉해 걸으니 양쪽으로 즐비한 저택들 사이로 자그마한 사찰 해원사가 보인다. 안에서 신도들과 인사를 주고받는 비구니 스님이 있어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잠시 들어섰다.해원사는 길가에 있지만 절이라기보다 자그마한 암자다. 바로 옆에는 물소리 나는 계곡이 흐르며 미륵 바위와 아담하고 정갈하게 꾸며 놓은 마당이 한 눈에 들어온다.

주지 적명 스님은 “번다한 곳보다 조용한 곳을 좋아하는 분들이 보면 마음에 들어 할 만하다”며 차를 권했다.

해원사에서 나와 다시 길을 재촉해 세검정에 위치한 옥천암에 당도했다. 관음기도 사찰인 옥천암은 평창마을길에서 20분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세검정 옥천암의 마애불상 모습. 흥선대원군 부인 민씨는 이곳에서 아들의 복을 빌고, 태조 이성계는 도읍을 정하며 나라의 안녕을 기원했다.
옥천암은 언제 누가 창건했는지 알 수가 없다. 기록에 의하면 1868년 고종 5년 명성황후 때 정관 스님이 관음전을 건립하였고 또한 고종의 어머니인 흥선대원군 부인 민씨가 아들의 복을 빌고, 태조 이성계가 도읍을 정할 때 마애석불에 기원을 하였다고 전해져 온다.

고려 12~13세기 마애불상 양식을 대표한다는 옥천암 마애불상은 홍제천 뒤로 제 모습을 당당히 드러내고 있다. 보일 듯, 말 듯 바위 위에 은은하게 새겨진 보통 마애불들과 달리 얼굴의 이목구비, 옷자락이 매우 선명하며 흰옷을 입어 더욱 눈에 띄었다. 옥천암으로 가려면 작은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짧은 다리지만 다리를 사이에 두고 ‘이 세상’과 절이 있는 ‘저 세상’이 분리된 듯하다.

옥천암에 아쉬움을 남기고 다시 다리를 건너 둘레길 산책을 마무리했다. 비그친 하늘에서 어느새 기분좋은 햇빛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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