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가 된 찬제파

▲ 삽화=강병호

어느 나라에 가리라는 왕이 살았다. 그 나라에는 찬제파라는 선인이 살았는데 항상 500명의 제자들과 함께 수행했다. 어느 날 왕은 궁녀와 신하들과 함께 산책을 나갔다. 왕은 숲 속에서 궁녀들에게 둘러싸여 즐거운 한 때를 보내며, 낮잠을 자고 있었다.

그때 궁녀와 신하들은 찬제파가 수행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들은 찬제파가 수행하는 모습에 반해 설법을 청해 듣고 싶어했다. 찬제파는 궁녀와 신하들의 부탁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설법했다. 그들은 모두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찬제파 앞에 모여 그의 얘기를 경청했다.

그때 낮잠을 자다 깬 왕은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깨달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신하와 궁녀들이 모두 찬제파 곁에서 그의 얘기를 듣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몹시 화가 났다.

‘감히 나를 버리고 저런 놈 주변에서 얼쩡대다니! 가만있지 않겠다.’
왕은 찬제파에게 다가가 말했다.
“자네는 지금 무엇을 하는가?”
“제가 수행을 하던 중 사람들이 몰려와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던 참이었습니다.”
“그래? 네가 진정 수행을 했다면 선정을 얻었는가?”
“얻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무량심은 얻었는가?”
“얻지 못했습니다.”
“선정도, 무량심도 얻지 못한 놈이 감히 나의 신하들을 데리고 설법을 하였다는 건가?”

왕은 찬제파에게 몹시 화를 내며 말했다.
“너는 여인들을 꾀어내기 위해 이런 숲속에서 홀로 수행하는 척 한 것이 아니냐?”
“절대 그런것이 아닙니다. 저는 정말 수행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너는 이곳에서 어떤 수행을 했느냐?”
“인욕을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만일 네가 진정 인욕을 수행했다면 내가 너를 시험해 보아도 되겠느냐?”
“그러십시오.”

왕은 칼을 들어 그 자리에서 찬제파의 손을 잘랐다.
“감히 네가 이렇게 까지 했는데 욕됨을 참는다고 할 수 없겠지.”
하지만 찬제파는 손이 잘렸음에도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았다. 화가 난 왕은 찬제파의 두다리를 또 잘랐다. 찬제파는 여전히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음에는 그의 귀와 코마저 베어버렸다. 그럼에도 찬제파는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때 하늘에서 천둥 번개가 치며 요란하게 진동했다. 하늘사람들이 찬제파를 헤치려 하는 가리왕의 모습을 보고 크게 분노한 것이다.
“네 이놈! 감히 선인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에게 가혹한 형벌을 주다니! 가만히 두지 않겠다!”
그때 찬제파가 하늘사람들에게 말했다.
“저를 위하신다면 왕을 벌하지 마십시오.”

왕이 찬제파에게 말했다.
“어째서 너는 이런 고통을 당하고도 아무런 미동도 보이지 않는 것이냐?”
“마음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네가 아무리 참는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 사실을 믿지 못하겠다. 이 사실을 어떻게 증명할 것이냐?”
“제가 한 말들이 사실이라면 제 몸에서 흐르는 피는 우유로 변할 것이고, 몸은 예전처럼 회복될 것입니다.”

찬제파가 이렇게 말하자 그의 피는 우유로 변하고 몸은 원래대로 회복됐다. 이 광경을 목격한 왕은 깜짝 놀라 말했다.
“제가 질투에 눈이 멀어 선인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해 주십시오.”
찬제파가 말했다.
“앞으로 나와 함께 수행한다면 그대는 지혜의 왕이 돼, 세 가지의 독을 끊고 후생에도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 수 있을 것입니다.” 

가리왕은 참회한 후 찬제파와 그의 제자들을 궁으로 초청해 공양을 올렸다. 하지만 가리왕이 찬제파를 공경하는 모습을 보고 몇몇 신하들은 시샘을 했다.
“도대체 뭐하는 자이길래 왕의 은총을 한몸에 받는 것이오”
그들은 찬제파가 앉은 자리에 흙과 오물을 끼얹으며 그를 궁에서 내쫓으려 했다. 그때 찬제파는 마음속으로 서원했다.

“내가 지금 열심히 수행해 부처가 되면 이 모든 사람들의 탐욕과 더러움을 없애 영원히 청정하게 해주겠다”
그 후,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이 흘러 찬제파는 부처가 됐다. 부처로 다시 태어난 찬제파는 수많은 중생을 만나 그들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제도했다. 그때 천 명의 중생이 출가해, 비구가 되어 아라한의 도를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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