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파(琵琶)의 비밀

 

동방 지국천왕의 지물(持物)

한국 향비파 당비파 전해져

포교 위해 연주자 양성 필요

 

지금도 안타까운 것은 전국의 유명 사찰들에서 아직도 사천왕상의 위치와 이름을 혼동한 채로 그대로 놔두고 있는 것이다. 가끔 성지순례를 가보면 위치는 제대로이지만 사천왕상의 이름을 모두 다 바꿔놓고 전부 틀린 사찰들이 꽤 있다.

그건 그렇고 오늘은 불국토의 동쪽을 지키는 동방 지국천왕의 지물인 비파(琵琶)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항상 사천왕각을 지날 때마다 지국천왕이 지니고 있는 비파에 대해 궁금증을 가진 채 바라보기만 한 적이 많다.

〈약사여래유리광칠불본원공덕경〉에 의하면 지국천왕은 비파를 든 것으로 되어있다. 〈다라니집경〉(陀羅尼集經)에는 왼손에 팔을 내려 칼을 잡고, 오른 손엔 보주(寶珠)를 쥔다하고, 일자불정륜경에 의하면 왼손엔 칼을 오른손은 손바닥을 올려든다고 되어있다.

현재는 전국 사찰의 대다수의 사천왕각의 지국천왕은 주로 비파를 손에 쥐고 연주하는 형태를 지니고 있다. 〈아쇼카왕경〉이나 〈방등대집경〉(方等大集經)에 의하면 수미산을 다스리는 제석천과 부처님이 동방에서 불법(佛法)을 지키라고 명령하였다 한다.

주로 한국, 일본, 중국에서 연주되고 있는 비파는 원래 서역(西域), 즉 인도에서 건너왔을 가능성이 많으며 중국의 석명(釋名)이라는 책에 의하면 ‘비파는 밖으로 내어 타면 비(琵)요, 안으로 들여 타면 파(琶)라고 한 까닭에 붙여진 이름이다’라고 하였다. 현재 한국에는 2종의 비파가 전하는데, 향비파(鄕琵琶)와 당비파(唐琵琶)가 그것이다.

향비파와 당비파의 가장 큰 차이점은 향비파는 공명통에 머리 부분이 곧은 경(頸), 즉 직경(直頸)을 지닌 5현의 악기인데 반해, 공명통에 머리 부분이 흰 곡경(曲頸)을 지닌 4현의 악기이다. 향비파는 신라시대에 이미 전해져서 연주되었다 한다.

〈악학궤범〉(樂學軌範)에 의하면 술대를 거문고처럼 자(自)자 모양으로 쥐고 옆으로 긁어 소리를 낸다. 1930년대 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도 많은 연주자가 있었으나 현재는 악기들만이 전해진데 반해 일본과 중국에서는 아직도 많은 연주자들이 존재하고 있다.

동방 지국천왕이 주로 연주하는 비파는 여기에서 당비파이다. 향비파와는 다르게 목 부분이 휘어진 곡경(曲頸)이다. 그런데 희한하게 실제의 비파 악기들과는 다르게 지국천왕이 지닌 비파는 상단에 두 개의 눈이 붙어 있다. 이 눈들이 상징하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난초를 그릴 때 잎을 그리는 선이 교차할 때, 처음 나오는 기법을 봉안(鳳眼)이라고 부르고 다시 한 번 선을 겹칠 때 상안(象眼)이 나온다. 그 코끼리의 눈이 정확히 비파의 양 눈과 일치하는데, 멀리 올려진 비파의 끝 부분을 보면 마치 코끼리의 코처럼 늘어져 있다.

비파의 두 눈은 코끼리의 눈이었던 것이다. 옛 게송에 이르기를 ‘코끼리 가는 곳에 여우 자취 없어지니, 씩씩한 코끼리 새끼 그 가풍을 이었네’라는 말이 있다.

상왕(象王)은 부처님을 상징한다. 지국천왕의 연주는 부처님의 법문을 찬탄하기도 하고 법문을 펼치기도 하는 것이었던 것이다. 불교음악을 발전시키고 포교를 장려하는 차원에서 이제는 비파연주자들을 불교에서 양성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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