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코끼리를 가진 남자

▲ 삽화=강병호

어느 나라에 한 남자아이가 태어났다. 아이는 매우 사랑스러웠다. 같은 날, 아이의 집 마구간에서 코끼리 한 마리가 갑자기 나타났다. 코끼리는 온 몸이 금빛이었다. 아이의 아버지는 이를 신기하게 여겨 아이 이름을 상호라 지었다.

아이가 자라 걷게 되자, 코끼리도 아이를 따라 걸었다. 코끼리는 항상 상호 곁을 지키며 그를 따랐다. 어느 날 상호가 동네 아이들과 함께 모여 놀고 있었다. 그때 한 아이가 말했다.

“얼마 전 아버지가 나에게 온갖 보석이 박힌 의자를 선물해 주셨어.”
다른 친구들도 그에 질세라 집안 자랑을 늘어놓았다.
“우리 집에는 금 두꺼비가 셀 수 없이 많아.”
“우리 집 곳간에는 외국에서 가져온 진귀한 음식들이 넘쳐나.”

그때 상호가 말했다.
“우리 집에는 온 몸이 금빛으로 된 코끼리가 있어. 그 코끼리는 내가 하는 행동은 뭐든지 따라해. 그리고 코끼리의 대소변도 모두 금덩어리야.”

그 무리 중에는 이 나라 왕자인 아자타사트루도 끼어 있었다. 왕자는 평소 욕심 많고 심술궂기로 소문이 자자했다.
‘내가 임금이 되면 반드시 상호네 코끼리를 뺏고 말 것이다.’
시간이 흘러, 왕자가 왕의 자리에 오르게 됐다. 왕은 신하들에게 즉시 상호와 코끼리를 불러들이라고 명령했다. 상호는 코끼리와 함께 입궁하라는 전갈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상호의 아버지도 그런 아들이 걱정돼 말했다.

“아무래도 느낌이 좋지 않구나. 분명 코끼리는 빼앗고, 너는 살아서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너무 걱정 마십시오 아버지. 무사히 잘 다녀오겠습니다.”
상호는 코끼리를 데리고 궁으로 향했다. 왕은 상호가 코끼리를 데리고 오자 매우 기뻐했다. 온갖 음식을 차려놓고 상호를 맞이했다.

“어서 오너라. 너희들을 환영한다.”
상호는 왕에게 꿇어앉아 인사했다. 상호는 왕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제 그만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만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하려무나. 그리고 코끼리는 여기에 두고 가거라.”

상호는 알겠다고 답한 뒤, 코끼리를 두고 궁을 빠져나왔다. 성 문 앞을 지나치자 갑자기 코끼리가 상호 뒤에 나타났다. 코끼리는 상호가 궁을 나가자 땅속으로 사라졌다,
다시 성문 밖으로 솟아 나왔다. 상호는 코끼리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때 상호는 생각했다.
‘이번에는 위기를 잘 넘겼지만 언제 또 왕이 우리를 부를지 모른다. 이렇게 마음 졸이며 살 바에는 출가를 하는 편이 낫겠다.’
상호는 부처님을 찾아가 출가를 청했다. 부처님은 흔쾌히 출가를 허락하셨다. 상호는 그 자리에서 바로 머리를 깎고 비구가 됐다. 상호는 하루하루 열심히 수행 하며 지냈다. 하지만 같은 수행자들에게도 상호의 코끼리는 항상 화제였다. 다들 코끼리를 서로 구경하려고 어느 누구도 수행 하려하지 않았다.

부처님은 상호를 불러 말했다.
“코끼리 때문에 이 곳 분위기가 너무 번잡스러워 졌다. 너는 이제 그만 코끼리를 집으로 돌려 보내거라.”
“오래전부터 코끼리를 돌려보내고자 했으나 말을 듣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코끼리에게 이렇게 말 하거라. 너와 나의 인연은 여기까지다. 나는 이제 네가 필요 없다.”

상호는 부처님이 시킨 대로 코끼리에게 말했다. 그러자 그 자리에서 코끼리가 사라져 버렸다. 이를 옆에서 지켜본 비구들이 신기하게 여겨 물었다.
“어째서 상호 비구는 금 코끼리를 얻은 것입니까?”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아주 먼 옛날 어느 보살이 코끼리를 타고 카샤파 부처님 사리가 모셔진 탑을 돌고 있었다. 그때 어떤 사람이 코끼리에 상처가 난 것을 발견하곤 치료해 줬다. 이런 연유로 그 사람은 죽어서 천상에 태어났으며, 항상 금 코끼리가 따라다니며 호위해 줬다. 그때 코끼리를 치료해 준 사람이 상호이니라. 상호는 자비심을 내 코끼리를 치료해 줘 지금 복을 받고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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