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지족(吾唯知足) 소견

석주 스님의 ‘오유지족’

배고픔 면할 수 있다면 행복

만족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해

법정스님 무소유 되새겨야

 

한국 불교 현대사를 온 신심(身心)을 다해 살아가신 조계종의 큰 어르신이었던 석주(昔珠)스님께서 가장 많이 쓰신 글이 바로 오유지족이다. 그대로 직역하자면, ‘나는 오직 만족함을 안다’라고 해석할 수 있는데, 신도들이 글을 받으러 오면 부자가 되는 글이라 하셨다한다.

석주 스님은 조계종의 총무원장을 두 번이나 역임하시고, 역경원을 설치하여 한국불교사 사상 최초로 대장경을 한글로 완역하시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신 분이다. 그뿐 아니라 포교를 위해서는 항상 글을 써주시고 전시회를 통해 모금한 돈은 전액 불사에 쓰셨다.

스님은 종교 법정 공휴일이 오로지 기독교의 크리스마스만 존재할 당시에 석가탄신일인 4월 8일도 공휴권이 있음을 확인하고 이를 공휴일로 지정 공포해야 한다고 주장하셨다. 결국은 초파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도록 힘쓰신 분도 석주 큰스님인 것이다. 1926년경 석주 스님은 선학원(禪學院)에서 만해(萬海) 스님을 모셨는데 그때가 만해 스님의 시집 <님의 침묵>이 출간된 해였다. 그 당시는 <님의 침묵>이 알려지지 않았을 때인데, 시집을 들고 책방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시집을 팔았던 장본인이 바로 석주 스님이었다.

석주큰스님은 말씀하시길 “부처님께서도 열반에 드시기 전에 제자들에게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씀 하셨어. 만족할 줄 알면 맨땅에 누워 있어도 안락하고 족함을 모르는 사람은 극락에 가서도 불안하게 살아”라고 하시며 오유지족을 해설하셨다.

그럼 이 사진의 오유지족(吾唯知足)은 왜 이렇게 쓰셨을까? 입 구(口)자를 중심으로 해서 나를 뜻하는 오(吾), 오직을 뜻하는 유(唯), 알 지(知), 만족할 족(足)을 상하좌우로 쓰신 이 글은 가만히 생각해 보면 깊은 뜻을 지니고 있다. 잘 살펴보면 입 구(口)자가 그 중심에 있다는 것은 만족의 핵심은 입에 있다는 것을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꼭 필요한 의식주 가운데 있는 글자가 식(食)이라는 것은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를 보여준다.

비록 남루한 옷을 입더라도 추위를 피할 수 있으면 되지 구태여 브랜드가 있는 값비싼 옷을 입을 필요는 없다. 내 분수에 맞지 않는 비싼 옷은 사치 이상도 이하도 아니고 복(福)을 감할 뿐이다.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일곱 자 되는 방 하나 만 있으면 충분히 수행하고 살아갈 수 있다. 그런데 호화로운 목욕탕을 들이고 값 나가는 수입대리석으로 화려한 집을 지을 필요는 없다. 아무리 화려한 불사를 하더라도 결국 사찰이란 수행하고 부처님을 모시는 공간일 뿐이다.

그렇다면 결국, 배고픔을 면할 정도의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 만족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배고픔을 해결하면 그 때부터는 공부도 하고 참선도 하고 포교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입 구(口)를 가장 중심에 두고 만족함을 얻고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법정 스님께서 ‘무소유(無所有)’라는 글을 통해 말씀하셨듯이 생존에 필요한 물건 이외에는 수행에 필요한 것은 별로 없는 법이다.

검소한 삶을 통해 항상 우리들을 일깨워 주셨던 큰스님들이 오늘따라 무척이나 그립다. 보살의 원력으로 다시 사바세계에 오셔서 우리들을 제도해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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